▲영화 <나와 봄날의 약속>(2018) 한 장면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의문의 요구르트 아줌마와 함께 나타난 3명의 정체도 수상해보인다. 외톨이 여중생 이한나(김소희) 앞에 나타나 집적거리는 괴상한 남자(김성균)와 한때 열혈 페미니스트 운동가였지만, 남편의 무관심과 독박육아에 지친 고수민(장영남)의 후배를 자처하며 그녀를 이상한 곳으로 데리고 가는 미션(이주영), 낭만주의 영시를 가르치지만, 사랑을 한번도 해본 적 없는 대학교수 전의무(김학선)에게 뜻밖의 선물을 안겨주는 미모의 여성(송예은)까지. 딱 봐도 평범해 보이지 않는 정체불명의 인물들은 외로운 생일을 맞게된 사람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선물을 건넨다.
10대 시절 즐겨보던 영화 잡지에서 우연히 알게 된 한 홍콩영화에서 제목을 차용한 백승빈 감독은 현재의 모든 것이 다 망하고 난 후, 새롭게 시작해 본다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서 영화를 구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구 멸망을 서프라이즈한 생일 선물로 풀어낸 시도도 참신하다. 지구 종말보다 더 무서운 공포는 자신의 내면에 잠식되어 있는 두려움과 마주한다는 것. 모두가 아름답게 종말을 맞이할 수 있다면, 완전히 새로운 봄날이 다시 찾아올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이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비관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궁극적인 삶의 태도'다.
참신한 설정,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