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 SBS 스페셜>의 한 장면. 셀카 삼매경에 빠져 있는 여자, 사람들의 말소리가 필요한 여자, 인간관계가 제일이라는 남자, 아무 생각이 없는 남자. 이렇게 네 사람은 고독의 방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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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중독이 참 무섭다. 이 작은 기기를 손에서 놓을 일이 거의 없다. 일을 하는 시간을 빼고는 틈 날 때 마다 스마트폰이 심심함을 달래준다. 게다가 매우 유용해서 모르는 것이 있으면 즉시 인터넷을 키고 정보를 검색해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스마트폰이 없는 생활은 상상하기도 어려워졌다.
어렸을 때는 스마트폰이 없기도 했지만 사색하는 것을 좋아했다. 혼자 골똘히 생각하다가 시로, 글로 노트에 적어보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러다보니 상상의 나래에서 다양한 일을 해보기도 하고 특별한 능력을 가지기도 했다.
요즘은 어떨까. 왜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 생각이 없어졌다. 검색 한 번이면 모든 걸 볼 수 있고 다양한 콘텐츠로 인해 심심할 틈도 없다. 그러니 지금에는 생각할 필요가 없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창의적인 일보다는 단순 반복적인 일들을 선호하게 됐다. 4차 산업 시대가 오고 있다는데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스스로 갇히기를 원했던 사람들 이런 나에게 솔깃한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SBS 교양 프로그램 <SBS 스페셜> '검색 말고 사색, 고독 연습' 편이었다. 스스로 갇히기를 원했던 사람들. 스마트폰, 인간관계 다 멈춘 채로 방 안에서 사색을 하겠다고 신청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고독의 방에 들어가게 된 네 사람은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있다. 셀카 삼매경에 빠져 있는 여자, 사람들의 말소리가 필요한 여자, 인간관계가 제일이라는 남자, 아무 생각이 없는 남자. 이렇게 네 사람은 고독의 방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나도 언제인가 고민해봤던 질문이었다. 하지만 깊게 하지는 못했다. 시간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학교부터 시작된 입시를 향한 달리기에 내가 누구인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조금이라도 남들보다 앞서나가야 했다.
대학에 가면, 나를 살피고 주변을 살피면서 걸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 걸음 속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 공부를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다. 대학에 와서 깨달은 것은 아직 달리기는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중간에 물 한 모금 마셨을 뿐, 아직 달려야할 길이 많이 남아있었다.
네 사람도 각자 이유는 달랐지만 자신이 누구인지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지지 못한 채로 살아왔다. SNS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찾느라 바쁘기도 하고 쓸모없는 시간을 보내기 싫어 사람들을 쉴 틈 없이 만나기도 했다. 이유는 달랐으나 천천히 생각하기를 거부하는 사회 속에서 쫓기다보니 '나'는 없었다.
'왜'라는 질문을 자꾸만 던져야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