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의 핫 아이템  '오륜 선글라스' 끼고 기념사진 '찰칵' 19일 오후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플라자를 방문한 시민들이 선착순 무료로 증정하는 ‘오륜 선글라스’를 획득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평창의 핫 아이템 '오륜 선글라스' 끼고 기념사진 '찰칵' 19일 오후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플라자를 방문한 시민들이 선착순 무료로 증정하는 ‘오륜 선글라스’를 획득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유성호


'아, 안일했다.'

평창 올림픽 플라자에 들어가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관중 휴게실 앞에는 이미 이중삼중의 줄이 늘어져 있었다. 19일 오후 5시 50분, 수백 명의 사람들이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모였다. 이름하야 '오륜 선글라스', 다섯 색깔의 둥근 원이 교차된 플라스틱 선글라스. 2018년 2월 현재, '어사화 수호랑'과 더불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잇템'이다. 그나마 어사화 수호랑은 메달리스트가 아니면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다.

결과적으로 일반 시민이 가질 수 있는 건 오륜 선글라스뿐이다. SNS에는 수많은 사람의 '득템' 성공기 혹은 실패담이 올라왔다. '언제 나눠주는 것이냐', '어떻게 받을 수 있는 거냐'와 같은 질문은 그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륜 선글라스는 '비매품'이다. 오직 평창 올림픽 플라자에서만 선착순으로 나눠준다. IOC 소셜미디어팀 관계자는 "(오륜기 선글라스 배부는) 게릴라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배포되는 시간과 수량, 받을 수 있는 방법이 그때그때 다르다는 얘기이다. 배포하지 않는 날도 있음에도, 몇몇 매체에서 '매일 오전마다 나눠 준다'는 오보가 나가서 허탕 치는 사람도 수두룩하다.

"19일 오후 8시, 수량 400개, SNS에 해시태그 #메달플라자를 달아서 행사 인증샷을 올릴 것"이 이날 오륜 선글라스를 얻기 위한 조건이었다. 이상화 선수의 메달 시상식은 19일이 아닌 20일이었다. 거기에 '월요일', '북한 응원단 공연 취소' 등의 조건을 계산했을 때 오늘이 바로 득템의 기회란 '촉'이 나왔다.

처음부터 빗나갔던 '촉', 하지만 버텼다

'오륜 선글라스' 획득하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는 시민들 19일 오후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플라자를 방문한 시민과 자원봉사자들이 선착순 무료로 증정하는 ‘오륜 선글라스’를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 '오륜 선글라스' 획득하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는 시민들 19일 오후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플라자를 방문한 시민과 자원봉사자들이 선착순 무료로 증정하는 ‘오륜 선글라스’를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 유성호


촉은 틀렸다. 슬쩍 봐도 400명은 넘는 시민들이 기자보다 먼저 와 있었다. IOC 소셜미디어팀 관계자 역시 "유독 많이 왔다. 심지어 오늘 받는 방법이 어려운데도"라고 놀라는 눈치였다. 오후 4시 50분 정도부터 줄이 늘어지기 시작했단다. 동료들과 함께 무작정 기다리기로 했다.

오후 6시 35분께, 행사 관계자들이 '가이드라인'으로 길게 늘어진 줄의 첫 머리와 그 주변을 정리했다.

하염없는 기다림을 위로한 것은 메달 플라자의 '빅토리 세리머니' 행사였다. 줄을 선 채로도 올림픽 플라자 무대가 보였다. 제1야전군사령부 태권도시범단과 아트 퍼포먼스 그룹 '페인터즈 히어로'가 흥을 돋우었다. 무대는 멀었지만, 줄 서 있는 사람들도 적극적으로 즐겼다. 사실 그것 말고는 할 게 없었다.

이어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에어리얼과 바이애슬론 남자 15km 매스 스타트 메달 시상식이 열렸다. 수상자들이 소속된 국가의 깃발들이 펄럭였다. 관중 앞에 선수들이 나서서 포즈를 취하자 환호성도 연신 나왔다.

"돈 주고 살 수 없는" 선글라스를 꼭 받아 "아이들과 기념하고 싶어서" 서울에서 온 허윤선(43)씨도 순서를 기다리며 시상식을 봤다. 그는 "우리나라가 메달을 획득한 건 아니었지만 되게 감격스러웠다. 선수들이 대단하다고 느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엄마와 함께 온 유희원(11)양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마지막 올림픽일 수 있어서" 선글라스가 갖고 싶다고 말했다.

지루한 기다림과 추위를 극복케 한 것은 '짐승돌' 2PM

메달 수여식 참석한 2PM  그룹 ‘2PM’이 19일 오후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플라자에서 열린 메달 수여식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메달 수여식 참석한 2PM 그룹 ‘2PM’이 19일 오후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플라자에서 열린 메달 수여식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슬슬 추위가 느껴졌다. 그 순간을 구원한 것은 이날 행사의 헤드라이너로 출격한 '짐승돌' 2PM이었다.

"날씨가 추우니까 뜨겁게 만들어드리겠다"던 그들은 정말로 올림픽 플라자를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Heartbeat', '10점 만점에 10점' 등 히트곡을 연이어 불렀다. 순간 오륜 선글라스를 위해 모인 인파들이 콘서트 입장을 기다리는 인파로 변했다. 젊은 관중들은 히트곡의 후렴구를 따라 부르고, 중간 중간 응원구호를 외치는 등 적극적으로 음악을 즐겼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외국인도 보였다.

평창 밤하늘에 펼쳐진 드론쇼 1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메달플라자 상공에서 드론쇼가 펼져지고 있다.

▲ 평창 밤하늘에 펼쳐진 드론쇼 1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메달플라자 상공에서 드론쇼가 펼져지고 있다. ⓒ 유성호


평창 밤하늘에 펼쳐진 드론쇼 1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메달플라자 상공에서 드론쇼가 펼져지고 있다.

▲ 평창 밤하늘에 펼쳐진 드론쇼 1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메달플라자 상공에서 드론쇼가 펼져지고 있다. ⓒ 유성호


평창 밤하늘에 펼쳐진 드론쇼 1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메달플라자 상공에서 드론쇼가 펼져지고 있다.

▲ 평창 밤하늘에 펼쳐진 드론쇼 1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메달플라자 상공에서 드론쇼가 펼져지고 있다. ⓒ 유성호


평창 밤하늘에 펼쳐진 드론쇼 1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메달플라자 상공에서 드론쇼가 펼져지고 있다.

▲ 평창 밤하늘에 펼쳐진 드론쇼 1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메달플라자 상공에서 드론쇼가 펼져지고 있다. ⓒ 유성호


2PM이 떠난 자리는 '드론쇼'가 채웠다.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부터 드론 1218대가 빛을 발하며 날아왔다. 불이 꺼지며 잠시 사라진 것처럼 보이던 드론들은 착착착 대열을 맞추기 시작했다. 음악을 따라 춤추듯 움직이더니 곧이어 스키점프, 아이스하키 등 각 올림픽 종목을 표현했다. 드론들이 만든 수호랑은 달리기까지 했다! 5분이 5초처럼 느껴질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빅토리 세리머니' 행사는 화려한 불꽃쇼로 마무리됐다.

오후 8시 5분, 선글라스 배포가 시작됐다. 행사 관계자들이 시민들의 SNS 인증샷을 확인한 후, 박스 채 들고 온 선글라스를 하나씩 직접 나눠줬다. 선글라스 받은 이들은 환호하면서 퇴장했다. 그룹별로 온 이들이 많아서, 다 같이 인증샷을 찍고 둥글게 모여서 점프하기도 하는 등 기쁨을 나눴다.

처음으로 선글라스를 손에 쥔 영광의 주인공은 정예령, 이윤정, 신연주(17) 학생이었다. SNS 공지를 보고 오후 4시 50분 정도부터 기다렸다고 한다. "서이라 선수나 국가대표 선수들이 쓴 걸 보고 갖고 싶었다"는 정씨는 "'여기가 첫 번째'라고 서른 번쯤 말한 것 같다"라면서 "안내자도 아닌데 조금 민망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함께 오륜 선글라스를 낀 '셀카'를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할 계획이다. 신연주씨는 "선글라스를 쓰고 등교할 것"이라며 웃기도 했다.

줄이 점차 줄어들었다. 하지만 준비된 선글라스의 수량도 시시각각 줄어들었다. 애초 400개로 예정되어 있던 선글라스는 예상보다 훨씬 많이 올린 인파 때문에 1000개로 급히 추가됐다. 관계자는 "(이번 행사 하면서) 가장 많은 수량"이라고 설명했다.

반환점을 돌고 나자 "600개 남았습니다!"라고 자원봉사자가 소리를 질렀다. 마음이 급해졌다. "해시태그한 거 보여주세요"라는 말에 핸드폰 액정을 관계자에게 불쑥 내밀었다. 밤 9시, 드디어, 기자의 손에, 선글라스가 들어왔다. 줄을 빠져나오며 소리를 질렀다.

두 번째 시도 만에 얻었던 미국인 부녀 "천국에 온 기분"

'오륜 선글라스' 획득에 기뻐하는 시민 19일 오후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플라자를 방문한 시민이 선착순 무료로 증정하는 ‘오륜 선글라스’를 획득하고 기뻐하고 있다.

▲ '오륜 선글라스' 획득에 기뻐하는 시민 19일 오후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플라자를 방문한 시민이 선착순 무료로 증정하는 ‘오륜 선글라스’를 획득하고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오륜 선글라스' 획득한 시민, 3시간 줄 선 보람 있네 19일 오후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플라자를 방문한 시민이 선착순 무료로 증정하는 ‘오륜 선글라스’를 건네받고 있다.

▲ '오륜 선글라스' 획득한 시민, 3시간 줄 선 보람 있네 19일 오후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플라자를 방문한 시민이 선착순 무료로 증정하는 ‘오륜 선글라스’를 건네받고 있다. ⓒ 유성호


평창의 핫 아이템  '오륜 선글라스' 끼고 기념사진 '찰칵' 19일 오후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플라자를 방문한 자원봉사자들이 선착순 무료로 증정하는 ‘오륜 선글라스’를 획득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평창의 핫 아이템 '오륜 선글라스' 끼고 기념사진 '찰칵' 19일 오후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플라자를 방문한 자원봉사자들이 선착순 무료로 증정하는 ‘오륜 선글라스’를 획득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유성호


두 번째 시도 끝에 '득템'한 이들도 있었다.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온 킨 뉴이, 애슐리 뉴이 부녀였다. 이들은 오륜 선글라스를 얻고 나서 한참 소리를 지르고 서로 껴안았다. 킨씨는 "단지 선글라스를 받고 싶어서, 무려 4시간을 기다렸다"고 했다. 애슐리씨는 "환상적이다. 완벽하다. 잭팟을 터트린 것 같은 기분이다"라면서 "(오륜 선글라스를 얻다니)천국에 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신나서 '셀카'를 찍은 뒤 벗어서 선글라스를 다시 잘 살펴보았다. 녹색 원의 일부는 칠이 벗겨져 있었고, 만듦새도 그렇게 튼튼해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선글라스에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느냐가 누가 기자에게 묻는다면, 당연히 '그렇다'고 할 것이다. 무엇을 쥐었느냐 보다 중요한 건, 이걸 쥐기 위해 애쓰고 노력한 경험이니까.

안타깝게도 오륜 선글라스 배포는 더 이상 없다. 19일 오후 11시께, 국제올림픽위원회 한국어 계정은 "선글라스가 모두 소진됐다"라며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에 감사의 말씀 드린다"고 공지했다.

 3시간 넘는 기다림 끝에 드디어 손에 쥔 '오륜 선글라스'. 바로 '인증샷'을 찍었다.

3시간 넘는 기다림 끝에 드디어 손에 쥔 '오륜 선글라스'. 바로 '인증샷'을 찍었다. ⓒ 곽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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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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