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동정범> 공동 연출을 맡은 김일란, 이혁상 감독(왼쪽부터).
채송현
- <공동정범>에서 공동연출을 맡게 된 계기는?이혁상 감독 : "우리가 '연분홍치마'를 만든 지 15년 정도 됐다. 연분홍치마의 작품들은 작품마다 감독은 다르지만 공동제작 시스템이 기본이다. 지금까지 연분홍치마의 모든 인원이 파트별로 참여하며 함께해왔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파트를 맡는 것이다. <두 개의 문> 때는 내 데뷔작인 <종로의 기적>을 작업하던 중이라 현장에 같이 있지 못했다. 하지만 후반작업과 편집, 사운드 등에서 도움을 줬다. 이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결합했고 공동연출이나 다름없었다고 본다. 당시 자연스레 속편에 관한 얘기가 나왔고 참여하게 됐다."
- <공동정범>은 <두 개의 문>의 '스핀오프'다. 다시 용산 참사에 주목한 이유는?김일란 감독 : "<두 개의 문> 자체가 미완의 영화다. 영화를 경찰 중심으로 만든 것이 의도이기도 했지만 제한됐던 이유가 더 크다. 용산참사 당일 '망루 안에서 어떤 일이 있었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은 촬영 당시 감옥에 있는 등 상황이 여의치 못했다. 이들이 출소한 이후, 꼭 다큐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지만 이들의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기록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혁상 감독 : "사실 <두 개의 문>은 자연스럽게 법정 증언 자료들과 변호사로부터 받은 자료들을 바탕으로 해서 재구성했던 것이다. <두 개의 문> 때 다룰 수 있는 정보의 제한이 있었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기록에 대한 접근뿐만 아니라 경찰들의 인터뷰를 전혀 할 수 없었다. 남은 사람들은 망루 안 철거민이었다. 이 사람들도 역시 감옥에 있어 접근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2013년에 특별사면으로 출소하게 됐고 망루 현장 안에 있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 '그 날의 진실'을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촛불 정국을 지나며 작은 희망이 생겼다."- 주인공들이 카메라 앞에서 마음속 얘기까지 털어놓을 수 있던 이유는?김일란 감독 : "스스로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그분들은 왜 우리 앞에서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었을까'라고 말이다. 우리가 처음 보는 다큐 감독이 아닌 용산 초창기부터 연대해왔고 조금은 믿을 만한, 신뢰를 보낼 만한 감독이기에 그런 것 같다. 또 <두 개의 문>을 보고 '용산 참사가 잊히기 전에 좋은 작품이 한 번 더 나왔으면' 하는 기대감도 있던 것 같다. 하지만 기대와 믿음만으로 속내를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들은 4년, 5년을 정치범으로 교도소 독거방에 홀로 있었기에 '그 날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끊임없이 생각했을 것이며 누군가에게 얘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물론 인터뷰를 잘한 것도 성공요인 중 하나다."
이혁상 감독 : "그들에게 절박함이 있던 것 같다. 억울할 만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고 그 억울함이 달래지지 않은 상황에서 감정이 쌓이다 보니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을 더 신뢰하게 된 것 같다. 우리가 제작을 시작했을 때는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며 용산참사 피해자들이 막막한 감정을 느꼈던 시기다국 '진상규명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하는 절망과 '용산참사가 점점 잊힐 것이다'하는 불안함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카메라를 들고 그들을 인터뷰하긴 했지만 이는 인터뷰가 아닌 일종의 '대화'였던 것이다. 김 감독의 말처럼 인터뷰도 잘했다. 서로가 상호보완적으로 인터뷰를 이끌었다."
김일란 감독 : "DMZ 버전과 극장 개봉 버전이 조금 다르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기간은 이명박 정권에 이어 박근혜 정권이 들어섰던 시기였기에 희망이 없다고 느꼈다. 때문에 결말이 부정적으로 끝난다.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몇 가지 포인트의 자막이 보다 암울하다. 이번 버전은 희망 있게 끝나는 면이 있다. 주인공들이 모여 김석기 의원의 낙선 운동을 함께하는 컷을 집어넣었다. 이들이 진상규명을 새롭게 할 수 있게 힘을 보태달라고 관객들에게 호소하는 것처럼 보인다. 촛불정국을 지나며 안도가 될 만큼의 작은 희망이라도 생긴 것이다."
- 함께 작업하며 느낀 서로의 차이점은?김일란 감독 : "나는 먼저 고민하고, 이 감독은 내가 고민한 것을 실현하는 사람이다. 내가 먼저 장면이나 스토리라인을 기획하고 이 감독이 그것을 어떻게 영화적으로 구현해낼 것인지 생각한다. 내가 어떤 장면과 분위기를 잡아주면 이 감독이 며칠 후 조명 등의 방식으로 구현해낸다. 현장에서 일상장면을 촬영할 때면 이 감독 혼자 작업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성격은 달라도 취향이 맞아 합을 맞추는 데 익숙해졌다. 어찌 보면 테니스 복식 선수 같다."
이혁상 감독 : "김 감독은 매우 이성적인 사람이고, 나는 감각적이다. 이 차이가 가장 두드러진다. 스타일의 차이로 인해 연분홍치마 활동을 하며 갈등이 없지는 않았다. 함께 지내온 세월이 오래되기도 했고 김 감독이 나를 잘 이해해주고 이끌어줘서 지금까지 큰 문제가 없었다. 차이를 통해 서로 보완하고 더 나아진 부분이 많다."
- <공동정범>에 투입된 카메라 기종은?김일란 감독 : "이번 영화는 파나소닉 GH4를 썼다. GH3를 사용한 다른 영화를 보고 색감이 매우 좋다고 느꼈다. 그 영화의 감독에게 카메라가 어떤지 물었고 대답을 들은 후 GH4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카메라에 관해 깊게 알지 못해 이 감독이 자세히 알아봤다. 결국 괜찮다는 판단 하에 아름다운재단에서 후원을 받아 현장에 투입했다."
이혁상 감독 : "분홍치마 초창기부터 소니 Z1을 이용해왔다. 이후 <안녕 히어로> <노라노>를 캐논 XF100으로 작업했으며, GH4는 이번에 처음 활용했다. 제작 초기에 4K에 대한 붐이 일기 시작했고 평소에 시네마틱 룩에 관심이 많아 기자재에 대해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돈이 부족해 가성비가 좋은 GH4를 선택했다. GH4 보디 2대에 12-35mm렌즈, 35-100mm렌즈를 각기 세팅했다. 캠코더가 아닌 미러리스 기종이라 신속한 촬영이나 핸드헬드에서 불안정한 부분이 있었다.
- GH4를 투입한 이유는?이혁상 감독 : "카메라를 고민하던 시기에 4K 화질은 정말 경이로웠다. 때문에 4K로 촬영하면 이 다큐를 미학적으로 실험하는 데 있어 좋으리라 판단했다. 소위 미장센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연분홍치마의 다큐멘터리는 당대 다큐멘터리 트렌드를 한 단계 뛰어넘는 시도를 해왔다고 생각한다. <공동정범>에서는 우리가 미학적인 실험을 많이 해보고 싶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담아낼 수 있는 이미지와 좋은 카메라가 필요했다. 하지만 미러리스의 한계로 답답한 부분이 있었다. 이 문제는 숄더리그 등의 부가장비를 사서 보완하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