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돌풍의 주역, 듀크와 강소휘(오른쪽)
박진철
그런데 옥의 티가 있다. 강소휘의 눈부신 활약에도 불구하고 한국도로공사와 IBK기업은행에게 모두 세트 스코어 2-3으로 분패를 했다.
바로 이 지점에 강소휘를 향한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물론 강소휘의 잘못이 아니다. 감독의 전술 때문에 팀의 패배를 코트 밖에서 바라만 봐야 했기 때문이다. 뼈아픈 대목은 대부분 비슷한 패턴으로 패했고, 바람직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패했다는 점이다. 그런 패배가 쌓이면서 순위도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다.
중요한 순간 주 공격수 교체... 수비 보강 미미, 공격만 약화최근 GS칼텍스 팬들조차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에게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대목도 강소휘 활용 부분이다. 대표적인 것이 주 공격수인 강소휘가 후위로 갈 때 마치 공식처럼 수비 전문 선수와 자주 교체를 한다는 점이다.
수비 강화를 위한 이 전술이 성공한 적도 드물고, 팀에 독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수비 전문 선수들이 강소휘나 이소영과 수비력에서 별 차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더 흔들리고 불안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동시에 외국인 선수 듀크에 대한 의존도는 커지고 플레이도 단조로워졌다. 그러면서 몰빵 배구에 더 가까워졌다.
이는 GS칼텍스 주전 선수 면면을 살펴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지난 시즌까지 레프트 공격수의 핵심이었던 이소영이 부상에서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중요한 순간에 득점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센터진이 강한 편도 아니다.
강소휘가 빠진 상황에서는 외국인 선수 외에는 뚜렷한 공격 루트가 없다. 상대 팀 입장에서는 블로킹과 수비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더군다나 듀크는 어려운 볼 처리 능력이 뛰어난 몰빵형 공격수도 아니다.
차 감독은 지난해 개막 첫 경기 도로공사에 승리할 때만 해도, 기존 팀들과 차원이 다른 '스피드 배구'를 선보였다. 이를 새로운 '팀 컬러'로 표방하면서 최고 돌풍의 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사라져 버렸다. 스피드 배구의 핵심인 레프트 공격수들을 후위로 갈 때 수시로 수비 전문 선수와 교체하는 자체가 스피드 배구와는 거리가 멀어진 것이다.
최고 활약 불구, 코트 밖에서 허망한 패배 바라만 보다실제로 최근 경기들만 봐도 GS칼텍스가 추구하는 배구의 색깔이 무엇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지난 4일 한국도로공사전 5세트. 12-13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강소휘가 서브를 넣는 차례가 돌아왔다. 차 감독은 어김없이 수비 전문 선수와 교체했다. 서브가 강한 강소휘를 빼고 평범한 서브를 넣는 리베로로 교체한 것이다. 경기는 별다른 반전 없이 패했다.
지난 11일 IBK기업은행전은 더욱 안타까운 패배를 당했다. 5세트 10-10 동점 상황. 중요한 순간에 강소휘가 후위에서 강력한 중앙 백어택을 성공시켰다. 그러면서 11-10으로 역전을 만들어 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차 감독은 또다시 강소휘를 빼고 수비 전문 선수로 교체 투입했다. 이날 경기에서 30득점을 기록할 정도로 가장 공격력이 출중하고, 직전에 후위 공격까지 성공시킨 주 공격수를 수비 강화를 이유로 빼버린 것이다.
결국 GS칼텍스는 14-12로 앞서며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음에도 막판 외국인 선수 몰빵 배구를 하다 대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GS칼텍스의 신인 세터는 모든 토스를 듀크에게 몰아줬지만, 단 한 번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결국 내리 4득점을 내주고 역전패를 당했다.
최고의 활약을 했고 컨디션도 좋았던 강소휘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코트 밖에서 팀의 허망한 역전패를 바라만 봐야 했다. 올 시즌 GS칼텍스가 당한 패배의 상당수가 이런 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