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개막한 '2017-2018 신한은행 여자프로농구(WKBL)'가 5라운드까지의 일정을 마치고 어느덧 정규리그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신한은행 에스버드와 KEB하나은행은 이미 6라운드 일정을 시작했고 나머지 팀들도 10경기씩밖에 남지 않았다. 이번 시즌은 넓게 보면 6개 구단이 2강 2중 2약의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선두 우리은행 위비(승률 .840)와 2위 KB스타즈(승률 .720)는 큰 이변이 없는 한 봄농구 진출에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관건은 KB가 우리은행의 6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저지할 수 있는지 여부. 그리고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8승의 하나은행과 4승의 KDB생명 위너스는 사실상 이번 시즌 봄농구가 힘들어졌다. 남은 시즌 젊은 선수들에게 최대한 많은 기회를 주면서 시즌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진출의 마지노선인 3위 싸움은 아직 섣불리 예단하기 힘들다. 신한은행이 14승 12패로 3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11승 14패를 기록 중인 4위 삼성생명 블루밍스도 아직 봄농구 진출을 포기하긴 이르다. 과연 시즌 전 우승 후보로까지 꼽혔던 삼성생명은 남은 10경기에서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쓸 수 있을까.

리그 하향 평준화 속 준우승 성과, 이번 시즌엔 우승 도전

 존쿠엘 존스의 재계약이 불발되면서 토마스는 WKBL 최고의 외국인 선수에 등극했다.
존쿠엘 존스의 재계약이 불발되면서 토마스는 WKBL 최고의 외국인 선수에 등극했다.한국여자농구연맹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삼성생명은 챔피언 결정전 준우승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사실 삼성생명은 지난 시즌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4개 팀들이 4할 이하의 승률을 기록하는 '하향 평준화' 속에서 그 혜택을 직접적으로 누린 팀이다. 실제로 35경기 체제가 된 2012-2013 시즌 이후 18승 17패라는 5할을 갓 넘긴 평범한 성적으로 정규리그 2위에 오른 팀은 삼성생명이 최초였다.

삼성생명은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리은행에게 내리 3연패를 당했다. 하지만 경기 내용만큼은 결코 무기력하지 않았다. 특히 타고난 힘을 바탕으로 포스트 시즌 5경기에서 17.6득점 6.4리바운드 5.2어시스트로 맹활약한 혼혈선수 김한별의 활약은 적장 위성우 감독마저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정규리그에서 19득점 10.2리바운드 2.6어시스트 1.6스틸을 기록하며 전방위적인 활약을 펼친 엘리사 토마스의 활약은 말할 것도 없었다.

지난 시즌을 통해 '명가재건'의 희망을 발견한 삼성생명은 이번 시즌 목표를 12년 만에 챔프전 우승으로 잡았다. 일단 절대강자 우리은행이 양지희가 은퇴하고 외국인 선수 존쿠엘 존스와의 재계약에 실패하며 전력이 약해진 반면에 삼성생명은 토마스와의 재계약에 성공했고 2라운드에서는 WNBA 출신에 193cm의 큰 신장을 자랑하는 빅맨 케일라 알렉산더를 지명했다.

사실 삼성생명은 비시즌 동안 외국인 선수 지명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전력보강을 하지 않았다. 물론 최대어 김단비가 신한은행과 재계약하고 우리은행에서 김정은에게 2억6000만 원을 제시하면서 삼성생명이 영입 경쟁에 뛰어들 틈이 없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김한별과 박하나, 배혜윤, 고아라 등 국내 선수들의 면면이 어느 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다. 삼성생명에게는 조직력만 잘 다져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특히 삼성생명은 지난 시즌 손가락 부상으로 풀타임을 치르지 못했던 박하나의 부활에 많은 기대를 걸었다. 박하나는 지난 시즌 7경기에 결장하고 경기 당 평균 30분을 채 소화하지 못했음에도 평균 10.1득점에 3점슛 성공률 44%(1위)를 기록했다. 만약 박하나가 지난 시즌의 슛감각에 건강까지 잘 유지한다면 박혜진(우리은행), 강아정(KB), 강이슬(하나은행) 등 다른 팀의 에이스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었다.

토마스 활약에 따라 결정되는 운명, 남은 10경기가 중요하다

 삼성생명의 토종 에이스 박하나는 지난 시즌 대비 3점슛 성공률이 무려 14.1%나 하락했다.
삼성생명의 토종 에이스 박하나는 지난 시즌 대비 3점슛 성공률이 무려 14.1%나 하락했다.한국여자농구연맹

삼성생명은 우승 후보답게 2연승으로 상쾌하게 시즌을 시작했다. 반면에 우리은행은 2연패로 시즌을 시작하면서 삼성생명의 상승세는 더욱 부각됐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기세는 일장춘몽으로 끝나고 말았다. 삼성생명은 11월 6일 KB전을 시작으로 6경기에서 5패를 당하며 순식간에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특히 에이스 토마스가 허리부상으로 3경기에 결장하는 동안 삼성생명은 내리 3연패를 당했다.

삼성생명은 토마스 외에도 고아라가 족저근막염, 김한별이 무릎, 박하나가 허리 부상으로 결장하거나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태로 경기를 소화했다. 특히 박하나는 이번 시즌 3점슛 성공률이 29.9%까지 떨어졌다. 골밑에서 보이지 않게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배혜윤도 이번 시즌 7.3득점 3.6리바운드 1.9어시스트로 슬럼프에 빠졌다. 삼성생명에서 가장 믿을 만한 국내 선수 2명이 심한 기복을 보이니 만족할 만한 성적이 나올 리 없었다.

결국 삼성생명은 토마스가 엄청난 활약을 펼치는 날에만 승리를 챙기는 토마스의 원맨팀으로 전락했다. 심지어 삼성생명은 안방 용인에서도 4승 8패의 성적으로 홈경기의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3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신한은행이 다소 기복 있는 경기력 속에도 3연승 한 번과 7연승 한 번으로 좋은 승률을 유지하면서 삼성생명은 좀처럼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정규리그 잔여 10경기를 남겨둔 현재 삼성생명은 신한은행에게 2.5경기 차이로 뒤처져 있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사실상 힘들어진 하나은행과 KDB생명이 시즌 막판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생명은 상위권 팀들과의 경기를 통해 승차를 좁혀야 한다. 매 경기 포스트시즌을 치른다는 비장한 각오로 잔여 시즌에 임해야 한다는 뜻이다.

삼성생명은 31일 정규리그 2위에 올라 있는 KB와 원정경기를 치른다. KB는 부상으로 고전하던 외국인 선수 다미리스 단타스와 강아정이 컨디션을 바짝 끌어 올리며 연승의 흐름을 탔다. 하지만 삼성생명이 그런 KB를 적지에서 잡아낸다면 팀 분위기를 반전시키는데 더없이 좋은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삼성생명의 두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가 결정될 운명의 시간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여자프로농구 2017-2018 WKBL 삼성생명 블루밍스 엘리사 토마스 박하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