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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백종원의 푸드트럭>은 매출 부진을 '개인'의 문제로 치환한다. 1회에서 백종원이 "장사는 음식을 파는 게 아닌 나의 자존심을 파는 것"이라고 말한 대목은 개인의 책임만을 강조하는 시각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백종원은 도전자의 성격, 말수, 표정, 복장 등 사소한 부분까지도 영업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더 이상 장사는 음식 맛으로만 좌우할 수 없다는 말이다.
물론 장사가 안 되는 이유가 도전자들의 문제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다. 백종원의 지적처럼 식재료에 이해도가 부족한 도전자도 있었다. 푸드트럭에서 팔기에는 복잡한 메뉴 종류와 가시성이 떨어지는 메뉴판 구성 또한 합리적인 지적이 맞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문제는 개인의 '개선'만 강조한다는 점이다.
"음식을 팔려면 성격도 바꿔라""음식을 팔려면 성격도 바꿔라." <백종원의 푸드트럭> '수원 푸드트레일러 존' 편에서 백종원은 도전자들에 이렇게 조언했다. 그는 '음식의 맛은 기본'이라는 걸 전제하고 '서비스'가 경쟁력이라고 외친다.
강남, 수원, 부산 편에 출연한 대부분의 도전자에 그는 '서비스'를 장사꾼의 기본적 자질로 내세운다. 친절과 미소는 필수조건이다. 손님과의 대화는 너무 적어서도, 많아서도 안 된다. 음식의 품질뿐만 아니라 손님의 유형까지 세세하게 파악하며 장사해야 한다. 백종원은 "손님 눈에 보이는 모든 게 서비스"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말한다.
수원 편에 나온 '대만 감자' 도전자는 백종원의 조언을 듣고 푸드트럭에 거울을 비치한다. 손님을 맞이하기 전 수없이 거울을 보며 웃는 연습을 한다. 막상 손님을 만나면 굳어진 안면 근육에 입술 주위가 부르르 떨린다. '연습'만이 살 길이라며 백종원은 그를 토닥인다. 서비스를 강요하는 한국 문화는 프로그램을 통해 더욱 치밀하게 시청자들을 파고든다.
음식 장사는 서비스업이 아니다. 장사는 물질적인 재화를 사고파는 일이다. 장사와 별개로 비물질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따로 서비스업으로 분류된다. 상인은 돈에 합당한 물건을 수요자에게 팔면 그만이다.
한국은 지나치게 서비스를 강요한다. '손님은 왕'이란 지나친 인식이 한국에선 당연시하게 통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쥐고 있는 손님이 곧 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님의 돈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왕으로 대접해야 한다는 건 '천박한 자본주의'의 일종이다. 도를 넘은 소비자의 권리는 손님과 직원의 관계를 수직적으로 만든다.
재화를 구매하는 돈에 서비스 값이 포함된 것도 아니다. 한국과 다르게 보편화된 외국의 '팁 문화'가 이를 설명한다. 대다수의 유럽 국가와 미국엔 '팁'을 주고받는 관습이 있다. 식당을 가든, 미용실을 가든 서비스를 이용했다면 자발적인 감사나 호의 표시로 '팁'을 낸다. 그러나 한국에선 서비스는 그냥 '덤'이자 '공짜' 개념이다.
백종원의 조언은 방송 권력을 타고 마치 '복음'처럼 전해진다. 프로그램이 유명인의 파급력을 이용해 서비스를 강요하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를 판다'는 관행은 바뀌어야 하는 폐단이다. '백종원의 푸드트럭'은 퇴보된 인식을 또다시 환기시키고 있다.
'백종원' 덕분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