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프로야구(MLB)는 6개월 동안 무려 162경기를 소화한다. 1.1일마다 한 경기를 치러야 하는 엄청난 강행군이다. 야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NBA 역시 5개월 반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 82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역시 이틀에 한 번 꼴로 경기를 해야 하는 일정이다. 동,서부의 시차까지 계산한다면 NBA 선수들 역시 상당한 강행군을 하는 셈이다(물론 그만큼 많은 연봉으로 보상을 받지만).
짧은 기간에 긴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각 구단마다 15번이 넘는 이틀 연속 경기, 이른바 '백투백' 경기 일정이 잡힌다. 그리고 백투백 경기 일정을 잘 소화해야만 강 팀이 될 수 있다. 경기마다 무조건 총력전을 벌이면 백투백 두 번째 경기에서 체력적인 문제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하게 체력을 관리하면서 시즌 요소마다 잡혀 있는 백투백 일정을 슬기롭게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시즌 동부 컨퍼런스 1위를 다투고 있는 '명가' 보스턴 셀틱스는 지난 6일과 7일(이하 한국시각)에 열린 백투백 경기에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애틀랜타 호크스에게 연패를 당했다. 백투백 경기 연패야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두 경기 합계 득실점 마진이 -30점이었을 만큼 경기 내용이 좋지 못했다. 이런 경기력이라면 다가오는 플레이오프가 걱정될 수밖에 없다.
'빅3' 해체 후 착실한 리빌딩으로 다시 강호로 우뚝지난 2007년 케빈 가넷과 레이 앨런(이상 은퇴), 폴 피어스(LA 클리퍼스)로 이어지는 빅3를 구성한 보스턴은 2007-2008 시즌 통산 17번째 파이널 우승을 차지했다. 그 후로도 수 년간 동부 컨퍼런스의 강자로 군림한 보스턴은 2012년 앨런이 마이애미 히트로, 2013년 가넷과 피어스가 브루클린으로 이적하면서 전력이 급격히 약해졌다. '빅3'의 해체에 지역 팬들은 격렬히 반대했다.
하지만 보스턴은 리빌딩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버틀러 대학 감독 시절 NCAA 무대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브래드 스티븐스를 새 감독으로 영입하고 열심히 신인 지명권을 수집했다. 보스턴은 리빌딩 과도기에 있던 2013-2014 시즌 25승57패로 부진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지만 이듬 해 득점력이 좋은 단신 가드 아이재이아 토마스가 트레이드로 합류하면서 다시 플레이오프 무대에 복귀했다.
2015-2016 시즌에도 스티븐스 감독은 서두르지 않았다. 에이브리 브래들리와 토마스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백코트를 결성했음에도 결코 이들에게 무리한 출전 시간을 요구하지 않았다. 실제로 2015-2016 시즌 보스턴에서 평균 출전 시간 35분을 넘겼던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보스턴은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애틀랜타를 만나 2승4패로 탈락했지만 스티븐스 감독은 팀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며 크게 게의치 않았다.
스티븐스 감독 부임 후 3년 동안 두 번이나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은 보스턴은 2016-2017 시즌 우승에 도전하기 위한 적기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FA시장에서 올스타 4회 출전에 빛나는 정상급 센터 알 호포드를 4년 1억1300만 달러의 거액을 주고 영입했다. 여기에 2015-2016 시즌 생애 첫 올스타전에 출전했던 '작은 거인' 토마스가 리그 득점왕을 다투는 슈퍼스타 레벨로 성장했다.
앞선 시즌들에 비하면 주전 선수에 대한 비중이 다소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브래들리 감독은 여전히 주전과 벤치 자원들을 적절히 활용하며 팀워크를 단단히 했다. 비록 리그에서 알아주는 스타는 토마스와 호포드 정도 밖에 없지만 브래들리, 제이 크라우더, 마커스 스마트, 켈리 올리닉, 제일런 브라운 등 주전과 식스맨을 가리지 않고 고르게 활약했다. 그렇게 보스턴은 '킹' 르브론 제임스가 이끄는 클리블랜드를 위협하는 동부 컨퍼런스의 강호로 거듭났다.
리바운드 열세 드러내며 중요한 백투백 경기 연패지난 6일 클리블랜드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보스턴과 클리블랜드는 50승27패로 동부 컨퍼런스 공동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 경기의 승자가 동부컨퍼런스 단독 1위에 오르며 1번 시드를 얻는데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날 클리블랜드에서는 주전 센터 트리스탄 탐슨이 손가락 부상으로 결장했다. 여러모로 보스턴에게 유리한 조건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보스턴은 이 경기에서 무려 23점 차의 믿기 힘든 대패를 당했다. 제임스는 36득점을 올렸고 케빈 러브는 16개의 리바운드를 걷어냈다. 경기 후반 점수 차이가 벌어지자 클리블랜드에서는 래리 샌더스, 제임스 존스, 디안드레 리긴스 등 접전 상황에서 보기 힘든 '가비지 자원'들을 대거 투입시켰다. 보스턴은 클리블랜드와의 시즌 전적에서도 1승3패로 뒤져 시즌 최종 승률이 같아지면 1번 시드를 클리블랜드에게 내주게 된다.
보스턴은 7일 원정 경기에서도 애틀랜타에게 116-123으로 무너졌다. 애틀랜타가 최근 11경기에서 2승9패로 부진했던 점을 생각하면 더욱 아쉬운 패배였다. 토마스와 크라우더가 59득점을 합작하며 분전했지만 호포드가 드와이트 하워드와의 매치업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하면서 4득점에 그친 것이 뼈 아팠다.
이틀 동안 당한 패배보다 더욱 큰 문제는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팀의 약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점이다. 보스턴은 연패를 당하는 동안 상대보다 리바운드를 무려 27개나 적게 잡아냈다. 속된 말으로 상대에게 골밑을 탈탈 털린 셈이다. 호포드는 영리하고 패싱센스가 좋은 센터지만 보드 장악력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다. 실제로 이번 시즌 보스턴에서 평균 리바운드 7개를 넘기고 있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보스턴은 정규 시즌에서 적절한 로테이션과 탄탄한 조직력으로 2010-2011 시즌 이후 6년 만에 시즌 50승 고지를 밟았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무대에 들어가면 상대팀에서는 더욱 집요하게 보스턴의 약점을 파고들 것이다. 보스턴이 7년 만의 파이널 진출, 더 나아가 9년 만의 챔피언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남은 시즌, 그리고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리바운드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스티븐스 감독의 묘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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