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8일 동시에 개봉하는 <공조>와 <더킹> 포스터
1월 18일 동시에 개봉하는 <공조>와 <더킹> 포스터CJ 엔터테인먼트, NEW

설날의 승자는 누가 될까? 설날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국영화의 대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설날은 추석, 크리스마스와 함께 영화계 대표적 흥행 대목이다. 매년 한국영화의 선전이 눈에 띄는 시기이기도 한데, 이 때문에 배급사들의 눈치작전이 펼쳐진다. 자칫 흥행에 실패할 경우 손해가 크기 때문이다.

올해는 <공조>와 <더 킹>이 출격한다. <공조>는 <마이 리틀 히어로>를 연출한 김성훈 감독 작품으로 <해운대> 윤제균 감독 제작자로 나서고 JK필름이 제작했다. 배급은 CJ 엔터테인먼트가 맡는다. 하지만 CJ E&M이 지난해 11월 JK필름을 인수하면서 사실상 투자·배급에 제작까지 맡은 작품이 됐다. <더 킹>은 <관상>을 만튼 한재림 감독 작품으로 우주필름이 제작하고, NEW가 배급한다. 영화산업 독과점 기업과 대형 투자배급사가 설날 흥행을 놓고 대결하는 모양새다.

두 작품은 구성과 배경, 등장인물과 배우 등에서도 대조를 이룬다. 남북관계와 국내정치, 형사와 검사, 가벼운 코미디와 묵직한 현대사, 2명(현빈, 유해진) 대 4명(조인성, 정우성, 배성우, 류준열) 등이다.

공통점은 남남 대결이라는 것. 여자배역은 존재감이 약하고 남자 배우들 중심이다. 제작비도 100억 안팎으로 두 작품의 손익분기점은 300만~350만 전후다. <공조>에 비해 <더 킹>의 제작비가 더 많이 들어갔다.

<공조>,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코믹액션

 영화 <공조>의 한 장면
영화 <공조>의 한 장면CJ 엔터테인먼트

<공조>의 장점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코믹액션영화라는 점이다. 북한 형사로 등장하는 현빈의 무술 실력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남한 형사 류해진 역시 현빈의 파트너로 극을 이끌고 장영남 등 조연의 연기도 안정적이다.

북한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3국을 거쳐 남한으로 들어오고 이를 잡기 위해 남북한이 협력하는 이야기지만 배경과 도입과정의 장치로 활용될 뿐 선과 악의 대결로 가다보니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남북관계라는 대립적 상황이 그저 소모적으로 사용된 느낌이다. 이념보다는 인간적인 부분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으나, 영화에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현실과는 동떨어진 느낌이 강하다.

현실이 영화를 능가해 영화인들이 고민의 커지는 시기에 현실에 미치지 못하는 설정이나 전개는 <공조>에서 드러나는 약점이다. 황진미 영화평론가는 "몰입할 만하면 장면이 전환된다"면서 "시나리오가 각색되는 과정에서 방향이 엉뚱하게 흘러간 것 같다"고 평했다. 가볍게 웃고 즐길 수는 있을지는 몰라도 영화가 담으려는 메시지는 약하다. 

<더 킹>, 정치검찰을 통해 엿보는 한국 현대사

 영화 <더킹>의 한 장면
영화 <더킹>의 한 장면NEW

<더 킹>은 검사들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주제는 묵직하다. 영화의 무게감이 크게 느껴진다. 더구나 현실 정치가 함축돼 있고 권력의 이면을 다룬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으로 이어지는 1980년대 이후 현대사가 압축돼 있다는 점은 이 영화를 정치영화로 규정하게 만든다. 한재림 감독판 <내부자들>이라고 평할 수 있을 정도다.

<더 킹>의 속내는 정치검찰에 대한 비웃음이다. 언론을 통해 드러난 검사들의 문제를 여러 상황에 빗대어 깨알같이 풍자했다. 폭력조직과 관계를 맺는 검사의 모습에서 '개검'이라는 속된 표현이 자연스레 연상될 만큼 정치검찰을 작정하듯 비웃는 영화다. 수 년 전 발생한 전직 대통령의 비극을 다시 일깨우며, 단순히 영화가 아닌 현실에 대한 이야기임을 전달한다.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블랙리스트 문제가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잘못된 권력을 향한 영화적인 풍자와 비판 정신이 돋보인다. 영화 속 풍자와 비판은 관객들의 폭소로 이어진다. 정치사회적인 상황이 개봉시기와 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촛불 흥행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전양준 평론가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꼭 봐야하는 영화"라고 말했다.

다만 서사적으로 <관상>보다 약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강성률 평론가는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감독의 전작 <관상>이 지닌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면서 "패배의 시대적 정서를 놀랍도록 꿰뚫었던 그 시선이 무뎌졌다고 할까? 서사가 너무 약한 것 같고, 긴장도 없다"고 평가했다.

개봉 직전 예매율은 <더 킹>이 우세

 영화 <더킹>의 한 장면
영화 <더킹>의 한 장면NEW

흥행 가능성은 <더 킹>이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시사회를 통해 두 작품을 미리 본 관객들 역시 <더 킹>의 우세를 예상한다. 대기업 영화관들도 두 영화에 좌석이 많은 상영관을 비슷하게 배정한 모습이다.

흥행 예상의 척도인 예매율은 개봉을 하루 앞둔 17일 5시 현재 <더 킹>이 34%로, 17.3%를 차지하고 있는 <공조>를 2배 이상 앞서는 상황이다.

다만 투자·배급에 제작까지 맡게되며 영화산업의 수직계열화를 심화시키고 있는 CJ가 자사 작품 밀어주기를 할지와 관객들의 입소문이 향후 흥행의 변수다. 상대적으로 두 영화가 대부분의 스크린을 가져갈 경우, 설 연휴에 맞춰 개봉되는 작은 영화들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조 더킹 CJ NEW 설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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