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스터>로 김우빈이 관객과 만난다. 진중한 평소 성격과 달리 재치 있고 활기 넘치는 인물이다.
영화 <마스터>로 김우빈이 관객과 만난다. 진중한 평소 성격과 달리 재치 있고 활기 넘치는 인물이다.싸이더스HQ

2016년 김우빈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이미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주연으로 지난여름을 달군 그가 영화 <마스터>의 중심 캐릭터로 올겨울 관객과 만난다. 그것도 가장 분량이 많은 캐릭터다.

김우빈이 맡은 영화 속 박장군은 희대의 사기꾼 조현필(이병헌 분)과 그를 쫓는 지능범죄수사팀 경찰 김재명(강동원 분)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인물이다. 대결 구도가 명확한 캐릭터 사이를 오가는 박쥐라니. 사실 일상에서의 김우빈을 기억하는 이라면 잘 상상이 안 간다. 영화 개봉 즈음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나 역시 시나리오를 읽으며 매우 궁금했던 인물이었고, 언제 뒤통수칠지 모르는 이 친구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평범했던 천재

이야기의 양 축 사이를 오갈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명민하다고 재치 있다는 뜻이다. 우선 박장군은 서민의 돈을 갈취하며 등쳐먹는 조현필의 오른팔이다. 뛰어난 컴퓨터 프로그래밍 실력으로 판돈을 키우고 자금을 세탁하는 등 온갖 금융범죄의 틀을 제공한다. 동시에 어떻게 해서든 그를 잡아 범행을 막으려는 김재명에겐 결정적 정보와 증거를 제공한다. 온갖 익살을 부리는 박장군의 모습에서 언뜻 김우빈의 전작 <기술자들> 속 지혁이 떠오르기도 한다.

"예전에 했던 것과 비슷하니 안 해야지 혹은 이쯤 돼서 멜로 장르를 해볼까 하는 그런 계산은 안 하려고 해요. 작품만 놓고 재밌고, 공감 가면 또 캐릭터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면 하는 거죠. <마스터>는 세 가지 전부 맞아떨어졌어요. 게다가 이병헌, 강동원 선배가 하신다니 더 좋았죠. 영화 시작 전으로 돌아가 제가 캐릭터를 고를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해도 박장군을 택할 겁니다. 그만큼 욕심났고, 궁금했던 캐릭터예요.

대체 이 친구는 어느 편이지? 이 마음을 관객분들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천재 같지만 원래 평범했을 캐릭터예요. 컴퓨터를 전공했을 건데 취직이 안 돼서 우연히 들어간 조직이었고, 거기서 작은 조작부터 시작하다가 지금의 박장군이 됐을 거로 생각했어요."

 영화 <마스터>의 한 장면. 배우 김우빈은 경찰과 사기꾼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박장군 역을 맡았다.
영화 <마스터>의 한 장면. 배우 김우빈은 경찰과 사기꾼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박장군 역을 맡았다.CJ 엔터테인먼트

본래 김우빈은 촬영 전 100문 100답을 통해 본인이 맡은 인물의 전사를 만드는 거로 알려져 있다. 나름의 캐릭터 분석법인데 질문하니 "어느 순간부터 안 하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자칫 잘못 생각해서 작가님 의도에 어긋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이유였다. 그만큼 연기방법에 있어 한발 더 나아갔다고 볼 수 있다. <마스터>에서도 그는 "선배들이 워낙 연기가 좋으시기에 경우의 수를 많이 두고 열린 마음으로 갔다"고 전했다. 상대가 던지는 연기를 잘 받을 준비를 해갔다는 뜻이다.

"현장에서 조의석 감독님은 배우들을 믿고 많이 맡기는 편이었어요. 이 영화가 조희팔 사기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기에 전 <그것이 알고 싶다>도 보고, 주변의 친구들을 참고했죠. 사기 범죄를 소재로 한 다른 영화는 보지 않았어요. 연기할 때 잔상이 남을까 봐. 대신 시나리오에 집중하려 했고, 나만의 박장군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예를 들면 보통 영화 속 해커는 키보드를 막 정신없이 두드리는데 전 단축키를 만들어 사용하는 식이었죠(웃음)."

이 시대 청춘들과 함께

그런 의미에서 박장군은 관객 입장에서 가장 몰입하기 쉬운 인물이다. 현실의 벽에서 불의에 타협했지만,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반성도 하고, 나름 선한 의지를 지키려 노력한다. 눈앞에 이익에 영혼을 팔기 직전 고뇌하는 모습은 이제 막 사회 초년생이 된 숱한 청춘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감히 제가 또래 분들 상황을 하나하나 잘 알지 못하니까 어떤 말을 드리기 조심스러워요. 다만 하고자 하는 일이 있으면 뛰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제 친한 친구 중에 이제 신인으로 데뷔하는 배우가 있어요. 장미관이라는 친군데 어릴 때부터 같이 사우나에서 지내며 꿈을 키워온 친구죠. 정말 조심스럽지만 이런 말을 해요. '난 그냥 운이 빨리 왔을 뿐이니까 지치지 말고 열심히 뛰자'고요. '오히려 기회가 나중에 오면 그만큼 내공이 쌓였고 준비가 됐을 때니 좋은 효과가 날 거'라고요."

고뇌하는 청춘으로서 현재 한국사회에서 가장 두려운 권력이 무엇인지 물었다. 아무래도 <내부자들> <베테랑> 등 사회현상을 반영한 케이퍼 무비가 최근 환호를 받고 있고, <마스터>도 그 연장선에 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잠시 고민하던 김우빈이 내놓은 말은 "사람 자체가 참 무서운 거 같다"고 답했다.

"정말 어려운 질문인데, <마스터>가 기획된 게 3년 전이라고 들었거든요. 근데 나라가 이렇게 될 줄 몰랐죠. 사람이 참 무서워요. 지금 현실이 가슴 아픈데 이 영화가 조금이나마 즐거움이 됐으면 합니다. 우리가 꿈꾸는 김재명 같은 경찰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지키면서요. 영화를 보면 뭔가 지금 시국이 떠오를 거 같지만 나쁜 놈은 벌을 받고, 영화에서나마 약간의 대리만족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이병헌, 강동원과 함께 필리핀에서 한 달 간 머물렀을 때 김우빈은 "선배들과 운동하고 내기하던 기억이 남는다"고 전했다. 셋 중 가장 내기에서 많이 이긴 이는 누구였을까. 정답은 강동원이다. "못하는 운동이 없더라"며 김우빈은 감탄했다.
이병헌, 강동원과 함께 필리핀에서 한 달 간 머물렀을 때 김우빈은 "선배들과 운동하고 내기하던 기억이 남는다"고 전했다. 셋 중 가장 내기에서 많이 이긴 이는 누구였을까. 정답은 강동원이다. "못하는 운동이 없더라"며 김우빈은 감탄했다.싸이더스HQ

감사하는 마음

일전 인터뷰에서 그는 담임선생님도 비웃던 모델의 꿈을 부모님이 지지해주셔서 이어갈 수 있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하고 싶은 게 있다고 중학생 당시 그가 당당히 말했을 때 흔쾌히 응원했던 이가 바로 부모님이었다. 물론 어려움은 있었다. 모델일을 하면서 받은 박봉으로 생활고에 수년간 시달렸다. 그때 기억을 잠시 전하며 김우빈은 "내 스스로에게 거짓말하기 싫었다"고 지금까지 배우 일을 이어올 수 있는 비결을 공개했다.

"(그런 어려움들은)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것을 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합리화 하고 싶지 않아요. 자기 자신은 알잖아요. 노력했다고 말하긴 쉬운데 제가 보기엔 100프로는 아니었던 거죠. 한 90프로는 했으려나. 아직까지 그 100프로에 도달한 적은 없는 거 같아요. 모델 일을 할 때도 경제적으로 어려우니 물론 고민이 들었죠. 밥 굶고, 휴대폰도 끊겨가면서도 '이 일 계속 해야겠어?' 내 자신에게 물었을 때 결국 매번 대답은 '어! 해야겠어!' 더라고요." 

어려움 속에서도 긍정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건 사실 천성이 긍정적인 김우빈 성격 덕일 수도 있지만 꾸준히 그가 써오고 있는 감사일기 덕도 분명 있어 보인다. 3년 전 기자에게 감사 일기를 권했던 그는 다시 자신의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보여주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때 이후 감사일기 안 쓰셨죠? (웃음) 저도 사람인지라 보니까 2, 3일에 하나 쓰고 있더라고요. 나를 위해서 쓰는 거예요. 정 쓸 말이 없으면 기본적인 거라도 쓰세요. 오늘 하루를 건강히 보낸 것에 감사합니다, 또 밥을 제 때 먹은 것에 감사합니다 등이요. 지금 이 순간에도 병과 싸우는 분들이 많고, 굶는 분도 많아요. 가장 기본적인 삶의 조건인데 누리고 있다면 감사해야죠. 그래야 어려운 분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고요."

그의 긍정 에너지가 잠시 전해졌다. 김우빈의 꿈은 여전히 유효하다. "촬영을 즐겁게 또 안주하지 않는 마음으로 기분 좋은 설렘을 느끼고 싶다"고 그가 웃어 보였다.

 부드러움 속의 뚝심. 김우빈이 품고 있는 좋은 에너지 중 하나였다.
부드러움 속의 뚝심. 김우빈이 품고 있는 좋은 에너지 중 하나였다.싸이더스HQ


김우빈 마스터 이병헌 강동원 조희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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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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