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스터>의 한 장면. 배우 김우빈은 경찰과 사기꾼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박장군 역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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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김우빈은 촬영 전 100문 100답을 통해 본인이 맡은 인물의 전사를 만드는 거로 알려져 있다. 나름의 캐릭터 분석법인데 질문하니 "어느 순간부터 안 하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자칫 잘못 생각해서 작가님 의도에 어긋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이유였다. 그만큼 연기방법에 있어 한발 더 나아갔다고 볼 수 있다. <마스터>에서도 그는 "선배들이 워낙 연기가 좋으시기에 경우의 수를 많이 두고 열린 마음으로 갔다"고 전했다. 상대가 던지는 연기를 잘 받을 준비를 해갔다는 뜻이다.
"현장에서 조의석 감독님은 배우들을 믿고 많이 맡기는 편이었어요. 이 영화가 조희팔 사기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기에 전 <그것이 알고 싶다>도 보고, 주변의 친구들을 참고했죠. 사기 범죄를 소재로 한 다른 영화는 보지 않았어요. 연기할 때 잔상이 남을까 봐. 대신 시나리오에 집중하려 했고, 나만의 박장군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예를 들면 보통 영화 속 해커는 키보드를 막 정신없이 두드리는데 전 단축키를 만들어 사용하는 식이었죠(웃음)."이 시대 청춘들과 함께그런 의미에서 박장군은 관객 입장에서 가장 몰입하기 쉬운 인물이다. 현실의 벽에서 불의에 타협했지만,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반성도 하고, 나름 선한 의지를 지키려 노력한다. 눈앞에 이익에 영혼을 팔기 직전 고뇌하는 모습은 이제 막 사회 초년생이 된 숱한 청춘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감히 제가 또래 분들 상황을 하나하나 잘 알지 못하니까 어떤 말을 드리기 조심스러워요. 다만 하고자 하는 일이 있으면 뛰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제 친한 친구 중에 이제 신인으로 데뷔하는 배우가 있어요. 장미관이라는 친군데 어릴 때부터 같이 사우나에서 지내며 꿈을 키워온 친구죠. 정말 조심스럽지만 이런 말을 해요. '난 그냥 운이 빨리 왔을 뿐이니까 지치지 말고 열심히 뛰자'고요. '오히려 기회가 나중에 오면 그만큼 내공이 쌓였고 준비가 됐을 때니 좋은 효과가 날 거'라고요."고뇌하는 청춘으로서 현재 한국사회에서 가장 두려운 권력이 무엇인지 물었다. 아무래도 <내부자들> <베테랑> 등 사회현상을 반영한 케이퍼 무비가 최근 환호를 받고 있고, <마스터>도 그 연장선에 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잠시 고민하던 김우빈이 내놓은 말은 "사람 자체가 참 무서운 거 같다"고 답했다.
"정말 어려운 질문인데, <마스터>가 기획된 게 3년 전이라고 들었거든요. 근데 나라가 이렇게 될 줄 몰랐죠. 사람이 참 무서워요. 지금 현실이 가슴 아픈데 이 영화가 조금이나마 즐거움이 됐으면 합니다. 우리가 꿈꾸는 김재명 같은 경찰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지키면서요. 영화를 보면 뭔가 지금 시국이 떠오를 거 같지만 나쁜 놈은 벌을 받고, 영화에서나마 약간의 대리만족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