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지난 2008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LG 트윈스가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이라는 기록을 세운데 이어 역대 2위다. 한화는 만일 2017시즌에도 가을야구 무대를 밟지못할 경우 드디어 LG의 기록과 타이를 이룬다.

한화는 최근 몇 년간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FA시장에서 거침 없는 행보로 외부 선수들을 영입하며 단기간에 전력을 끌어올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 시즌에는 마침내 삼성이나 두산 등을 제치고 프로야구 총 연봉 1위에까지 등극하기도 했다.

투자 대비 성과는 초라했다. 가을야구 진출은 또다시 실패했고 보너스로 주전 라인업의 고령화와 유망주 유출로 세대교체 실패, 혹사와 무리한 팀운영으로 인한 부상자 속출이라는 부작용까지 안게 됐다. 구단의 현재뿐만이 아니라 미래까지도 흔들 수 있는 엄청난 후유증이었다.

한화는 올겨울 구단 내부적으로 큰  개편을 단행했다. 야구인 출신 박종훈 신임단장을 영입하며 프런트의 역할을 강화하고 구단 운영 전면에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지난 2014년 김성근 감독 영입 이후 지난 2년간 감독이 팀운영의 중심에서 전권을 휘둘렀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변화였다.

박단장이 지휘하는 새로운 한화 프런트의 방향성은 분명하다. 팀운영의 정상화와 체질 개선에 대한 의지다. 말이 많았던 일부 코칭스태프에 대하여 과감하게 개편을 단행했고 1,2군의 관리 감독과 운영에도 변화를 주며 현장과 프런트의 권한을 엄격하게 구분했다. 또한 올겨울 외부 영입에 더 이상 큰 돈을 쓰지않았고, FA시장에서도 일찌감치 철수했다. 내부 육성 시스템을 부활시켜서 젊은 선수들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녹아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력보강 작업이 너무 더딘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한화는 현재 외국인 선수 엔트리에서 강타자 윌린 로사리오와 재계약에 합의한 것을 빼면 아직까지 새로운 소식이 없다. 팀사정상 선발로 투입 가능한 수준급 외국인 투수 2명을 영입해야하는 상황이지만 진행이 지지부진하다.

부상자가 너무 많다는 것도 불안요소다. 이미 송창식과 권혁, 김민우 등이 수술로 이탈하며 아무리 빨라도 내년 전반기까지 복귀가 불투명하다. 윤규진, 안영명, 배영수, 정근우 등도 컨디션 회복 여부를 장담할수 없는 상황.

하나같이 한화 전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전급 선수들인데다가 특히 투수진에 부상자가 집중되었다는게 큰 부담이다. 한화 선수단의 구성상 30대 선수들의 비중이 높다보니 회복속도도 젊은 선수들에 비하여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한화는 2016시즌도 초반 주전들의 줄부상으로 정상 전력을 꾸리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최하위로 추락했고 끝내 만회하지 못했다.

계약기간이 1년 남은 김성근 감독의 거취 문제 역시 한화 구단으로서는 목구멍의 가시같은 딜레마다. 사실상 현재 한화를 둘러싸고 모든 고민의 근원은 바로 김성근 감독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이 끝난후 재신임 여부를 놓고 치열한 찬반여론(엄밀히 말하면 경질론이 우세했지만) 끝에 결국 구단으로부터 남은 계약기간을 보장받는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유임 여부와 별개로 이미 김 감독의 리더십에 대한 권위와 신뢰도는 이미 추락한지 오래였다. 프런트 개편과 동시에 김 감독은 최근 1군 선수단 운영을 제외하면 지난 2년간 팀내에서 누려왔던 절대권력을 대부분 빼앗겼다. 계약기간이 1년 남았어도 자칫 마지막 시즌을 식물감독으로 보낼 가능성도 있다.

어쩌면 김 감독의 레임덕보다도 더 큰 불안요소는 프런트와의 불협화음이다. 김 감독은 야구인생 내내 자기 목소리를 내는 프런트와는 잘 지낸 적이 거의 없는 인물이다. 박 단장이 추구하는 한화의 팀운영 방향이나 정책은 김 감독이 원하는 방향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김 감독이 최근 언론을 통하여 프런트의 행태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거나 내년 시즌 팀전력에 부정적인 전망을 잇달아 언급하는 것은, 벌써부터 내년 시즌 성적의 책임에 대한 일종의 선긋기로 보는 시각도 많다.

현재로서 김 감독이 내년까지 계약기간을 채우더라도 한화와 다시 재계약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만일 한화가 내년 전반기까지 5강 이내의 성적을 올리지 못한다면 김 감독의 레임덕은 한층 가속화 될 확률이 크고 아예 조기 경질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2011년 SK 사태때처럼 설사 성적이 괜찮게 나온다고 해도 지금처럼 프런트와의 갈등 관계가 지속되거나 재계약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되면 김감독 본인이 자신의 거취에 대하여 먼저 선수를 칠 수도 있다.

김 감독은 한화에서 지난 2년동안 야구감독으로서 쌓아온 명성과 지지도를 상당히 까먹었다. 김 감독의 나이나 최근 여론을 감안할 때 한화에서 불명예스럽게 퇴진할 경우 두 번다시 프로 감독으로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를 잘아는 김 감독이기에 임기 마지막해인 내년 시즌에는 더욱 성적에 극단적으로 집착할 가능성이 높다. 김 감독은 야구인생 내내 평생 자신의 둘러싼 비판 여론을 무마하기 위하여 성적에 연연해 온 인물이다. 지난 시즌을 뛰어넘는 퀵후크나 보직 파괴 등 엄청난 선수 혹사와 막장 운영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프런트의 권한이 강화되었다고 어쨌든 1군 운영은 어디까지나 아직 김성근 감독의 영역이고 이에 섣불리 개입하려 한다면 SK때와 같은 파국이 재현되지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김 감독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하여 구단이 올해 FA시장에서 최형우나 차우찬, 양현종같은 대어급 선수들을 잡아주기 원했다 밝히거나, 현재 한화가 선발투수만이 아니라 포수, 유격수도 부족하다는 등 여전히 상식과 현실에서 벗어난 '유체이탈 화법'을 거듭하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한화의 2017시즌은 팀 재건과 정상화를 위한 분기점에 있다.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결과도 부담이지만, 색깔이 전혀 다른 현장과 프런트의 불안한 동거가 주는 변수는 한화의 장기적인 비전 수립과 연관이 되어있다. 한화가 안팎의 불안 요소들을 극복하고 2017년에는 팀 재건의 실마리를 다시 찾을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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