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오페라단의 ‘일 트로바토레’ 11월 24일 프레스리허설. 로렌쪼 마리아니 연출로 미니멀한 무대와 분위기를 강조한 무대가 음악을 돋보이게 했다.
문성식
솔오페라단(총예술감독 이소영)이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지난 11월 25일부터 27일까지 공연했다.
'일 트로바토레'(1853)는 '라 트라비아타'(1853), '리골레토'(1851) 함께 베르디의 나이 40세 전후 작곡된 인기작으로 이들 모두 아름다운 아리아와 역동적이고도 천재적인 오케스트레이션이 돋보인다. 특히 주요배역이 성악의 소프라노(레오노라), 메조소프라노(아주체나), 테너(만리코), 바리톤(루나 백작)의 4성부가 모두 등장하는 유일한 오페라로 성악적으로 어렵고 내용도 복합적이다.
이탈리아 오페라 보급에 특히 앞장서 온 솔오페라단의 이번 공연은 이탈리아 파르마 왕립극장과 베네치아 라 페니체 극장과 공동제작으로 무대에 올렸다. 두 극장의 콜라보 무대는 2010년 로렌쪼 마리아니 연출로 파르마의 베르디 축제에서 선보인 뒤 베네치아 극장에서 2011년과 2014년 공연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트로바토레'(Trovatore)는 중세 유럽에서 전쟁에 참가하고 돌아온 떠돌이 병사로, 전쟁 경험담이나 여러 이야기를 노래형태로 들려주었던 음유시인이었다.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는 한 여인 레오노라를 사랑한 음유시인 만리코와 루나백작, 그리고 만리코를 키운 집시여인 아주체나를 둘러싼 비극 같은 운명이야기다.
무대는 전막의 배경에 큰 원이 있고, 1막은 푸른조명, 앙상한 절벽(2막), 붉은 조명에 침대(3막), 푸른 조명에 세워진 칼(4막)로 미니멀한 표현과 조명효과로 분위기를 살렸다. 연출의 로렌쪼 마리아니는 팜플렛에 '분위기'의 중요성을 언급했는데, 대본의 '저녁'이라는 시간적 배경을 '일 트로바토레'의 미스테리하게 얽힌 관계와 사건을 상징하는 장치로 보고, 해질녘의 붉은 태양과 밤의 달로 표현해 극 전체를 지배하는 하나의 톤으로 살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