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춘몽> 포스터
(주)률필름
따뜻한 온기를 덮어준다고 해도, 장률 감독의 영화에는 항상 서늘한 죽음의 그림자가 덧씌워진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으로 선정된 <춘몽>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한 여자를 둘러싼, 조금은 어수룩한 세 남자들의 세레나데로 포장했지만, 역시나 불길한 예감(?)은 한번도 틀린 적이 없다.
<춘몽> 포스터와 예고편을 보면 저절로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가 절로 흥얼거려진다. "우리 동네 담배가게에는 아가씨가 예쁘다네 (중략) 온동네 청년들이 너도나도 기웃기웃 그러나 그 아가씨는 새침떼기"
하지만 <춘몽>의 예리(한예리 분)는 정범(박정범 분), 익준(양익준 분), 종빈(윤종빈 분) 외에 그녀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남자들도 없고, 새침떼기는 더더욱 아니다. 그녀는 어수룩하다 못해 바보같아 보이는 삼총사에게 친절히 대해주며, 심지어 그들을 바보라고 놀리는 손님들에게 소심한 태도로 응징(?)하기도 한다.
이렇게 너무나도 착하고 어여쁜 예리 아씨이지만, 그녀가 처한 상황은 비참하다못해, 잔인하기까지 하다. 예리에게는 그녀의 도움없이는 도무지 몸을 가누지 못하는 아버지(이준동 분)가 있었고, 아버지 병간호와 씨름하는 날들이 이어진다. 돈도 없고, 전신마비 아버지까지 있는 예리에게 사랑은 사치인지도 모른다. 거기에다가 예리에게 거미처럼 달라붙는 세 명의 남자들은 그녀에게 도움이 되긴커녕, 왠지 그녀가 그들에게 하나라도 더 챙겨 줘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