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기들은 대부분이 미혼모, 그 중에서도 10대인 경우가 많다. 아직 부모님의 손길 아래에서 보호받고 성장해 나가야할 10대의 아이들이 준비가 없는 상태로 아기를 가지게 되고 부모가 된다.
KBS
태어나 세상을 제대로 보기도 전에 엄마와 헤어져야 하는 아이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레진코믹스에서 연재 중인 작품 중에 <김철수씨 이야기>라는 것이 있다. 주인공인 김철수씨는 태어나서 바로 버림받고 우연히 쓰레기를 싣는 차에 실려서 매립장으로 가게 된다. 계속 쓰레기가 쏟아져 내렸지만 그는 우연히 살아남게 되고 다양한 사건을 겪으면서 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만큼 힘든 삶을 살아간다. 누군가에게 계속 버림받고, 마음을 닫아가는 것이 김철수씨의 인생이었고 그로 인해 그는 악이 되기로 마음먹게 된다. 뛰어난 집중력으로 천재로 성장한 김철수씨는 부모로부터 버려지면서 제대로 된 환경을 만나지 못하고 어둡고 암울한 방향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만화이기에 가능한 일일까. 아니다. 아이들은 어린 시절에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서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데, 이것은 성인이 됐을 때도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하다. 특히, 초기의 아이가 방임이나 고립에 놓이게 되면 정서적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아이가 늦은 시기에 입양되거나 여러 가정을 전전하는 등의 큰 일을 겪게 되면 불안정한 애착이 형성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끊임없는 인정을 갈망하거나 배척 신호에 과하게 불안해하는 등의 고통을 겪을 수 있다. 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겪게 되는 문제이고 쉽게 고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어릴 때 제대로 된 애착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베이비박스를 통해 버려지는 많은 아이는 그렇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작은 공간에서 아기들은 이틀에 한 번꼴로 버림받고 있었다. 방송을 촬영하는 60일 동안 32명의 아기가 베이비박스를 통해 들어왔고 그중에서 엄마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아기들은 단지 다섯 명 뿐이었다. 아기들은 왜 버림받아야 했을까.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기들은 대부분이 미혼모의 아기였다. 그리고, 10대 미혼모인 경우가 많았다. 아직 부모님의 손길 아래에서 보호받고 성장해 나가야 할 10대의 아이들이 준비가 없는 상태로 아기를 가지게 되고 부모가 된다. 하지만, 부모가 될 준비가 되지 않은 아이들은 아기를 제대로 키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바로 베이비박스이다.
처음에는 화가 났다.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라도 모자를 아이들이 어째서 버림받아야 하는가.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욕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기가 생겼다고 해서 모두 부모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너무 어렸다. 아기가 보고 싶어서 베이비박스에 찾아와 아기를 보다가 가기도 하고, 아기를 키우겠다는 마음으로 베이비박스에 함께 머물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이 아기들을 데려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16살의 지혜씨는 아들인 현민이를 보기 위해 베이비박스에 종종 찾아왔다. 현민이를 직접 키우기 위해서 데려가 어머니에게 보여주겠다던 지혜씨는 그 이후로 연락이 되지 않았다. 결국, 현민이는 출생신고를 미룰 수 없어서 유기신고를 하고 육아시설에 맡겨지게 되었다.
주사랑공동체교회가 운영하는 베이비박스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시설이 아니다. 끝없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을 수 없었다. 또한, 베이비박스에 맡겨지는 아이들이 대부분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아기들이었기 때문에 한 달 정도의 기한이 지나도 부모가 데려가지 않으면 유기신고를 진행하고 육아시설에 보내야 했다. 그렇게 시설에 보내지는 아기들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조태승 목사와 자원봉사자들은 최대한 나중에라도 아기가 엄마와 이어질 수 있도록 많은 것들을 남겨놓으려고 노력했다. 엄마의 편지, 아기가 들어올 때 감싸고 있던 이불 등이 엄마의 흔적을 알려주는 것들이었다.
무작정 어린 부모들을 욕할 수도 없었다. 아기를 보고 싶어 베이비박스에 들리는 엄마들에게는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는 사연들이 있었다. 주변의 시선과 환경은 아기들이 엄마와 함께하는 것을 방해했다. 베이비박스에 준수를 맡기고 한 달 동안 준수의 엄마는 준수와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열심히 찾았다. 하지만 결국 그 방법을 찾지 못해서 준수는 시설로 맡겨지게 되었다. 엄마가 지어준 준수라는 이름이 아니라 다른 이름으로 살게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준수를 안을 수 있는 마지막 날, 아기를 안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쓸쓸한 모성이 느껴졌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아기와 함께하고 싶지 않았을까.
가혹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 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