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케이티(kt) 위즈는 5월 들어 그야말로 극단적인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이고 있다. 5월 4-5일 NC전 2연패, 6-8일 한화전 3연승, 11-12일 기아전 2연패, 13-15일 NC전 2승 1무, 그리고 이번주 17-19일 LG전 3연패까지. 그야말로 상대팀에 따라 완승 아니면 완패를 반복했다. kt의 5월 성적은 5승 1무 8패다.

상대팀들도 kt전에서 어떤 성적을 거두느냐에 따라 순위싸움이 요동쳤다. 5월 들어 잘나가던 NC는 kt와의 두 번째 대결에서 주춤한 이후 이번주 넥센을 상대로 2연속 루징시리즈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5월 들어 상당히 좁혔던 선두 두산과의 격차도 다시 6게임까지 벌어졌다.

반면 기아와 LG는 kt와의 대결로 수혜를 입은 케이스다. 기아는 지난 11일부터 kt전 승리를 시작으로 올 시즌 최다인 5연승의 파죽지세를 달리며 중위권으로 치고올라 갔다. 하지만 선두 두산과 격돌한 이번 주중 3연전에서는 스윕패를 당하며 하위권인 kt-한화를 상대로 거둔 연승이 거품이었음을 스스로 증명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이번주 LG도 kt전 스윕으로 5연승을 내달렸다. 기아와 LG 모두 kt전 완승을 바탕으로 5할 승률을 회복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kt가 본의아니게 5월 KBO 리그 판도의 순위 감별사가 된 느낌이다.

한화 만나는 '순위 감별사' kt

 19일 경북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2016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한화 이글스의 경기. 삼성을 9-6으로 누르고 6연패를 끊은 한화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19일 경북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2016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한화 이글스의 경기. 삼성을 9-6으로 누르고 6연패를 끊은 한화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kt의 다음 상대는 바로 한화다.  kt는 지난 6일 수원에서 열린 올 시즌 첫 3연전에서 한화를 완파하며 기선을 제압한 바 있다. 우승후보로 꼽히던 한화는 현재 10승 28패로 최하위에 머물고 있으며 한 계단 위인 9위 kt와의 격차도 무려 7게임이나 된다.

연승과 연패의 등락을 이어가고 있는 kt로서는 지금까지의 흐름대로라면 이번에도 한화를 잡고 반등해야 할 차례다. LG전에서 스윕을 당하기는 했지만 사실 최근 kt의 경기내용은 썩 나쁘지 않았다. 부진하던 선발진에 마리몬과 정대현 등이 연이은 호투로 지쳐있던 불펜에도 숨통을 텄다. LG전에서 침묵했던 타선도 올 시즌 리그 평균자책점 꼴찌(6.74)
를 기록 중인 한화를 상대로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반면 한화는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kt을 상대로 또 다시 밀릴 경우 사실상 조기에 올시즌 꼴찌를 확정할 수도 있다.

순위상 하위권 팀들의 대결이지만 kt와 한화의 대전 3연전은 여러 가지 면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일단 허리디스크로  자리를 비웠던 한화의 사령탑 김성근 감독이 바로 이날 복귀한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5일부터 병원에서 수술과 치료를 받느라 팀을 이끌지 못했고 이 기간 한화는 2승 10패를 기록하며 더욱 추락했다.

kt는 사실 김성근 감독과는 초창기부터 악연이 있다. 김 감독은 지난 해부터 kt와 관련하여 정규시즌 일정에 대하여 종종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핵심은 다른 팀들에 비하여 한화가 kt를 다소 늦게 만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한화는 지난 2015 시즌에 이어 올해도 kt와 첫 경기를 5월에 했다. 김 감독은 다른 상위권팀들은 신생팀인 kt를 여러 번 만나 일찍 승수를 쌓은 반면, 한화는 kt가 어느 정도 적응이 끝날 무렵 뒤늦게 만나게 되는 것이 일정상 불공평한다는 뉘앙스로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는 명백히 kt를 '승수제물'정도로 취급하여 무시하는 것은 물론, 그 상대팀들까지 싸잡아 비하한 발언에 다름 아니었다. 

2015년 5월 23일 수원 위즈파크에서 열린 양팀의 대결에서는 김성근 감독의 투수운용 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성근 감독은 9회말 6-1로 승기를 거의 잡은 마지막 이닝에서 박정진에 이어 김민우, 윤규진까지 3명의 투수를 투입하며 kt를 자극했다. 경기 후 kt 주장 신명철이 한화 측에 거칠게 항의하며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5시즌 상대 전적에서는 한화가 9승 7패로 kt에 근소하게 앞섰다.

kt와 첫 3연전에서 스윕 당한 한화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kt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7대4로 승리한 kt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kt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7대4로 승리한 kt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화가 2016시즌 kt와의 첫 3연전에서 스윕패를 당할 당시 김 감독은 사령탑 자리에 없었다. kt와 일찍 만나지 못해 서운해하던 김성근 감독의 기대에 화답하듯, kt는 한화와의 3연전에서 48안타 4홈런 34득점을 쏟아붓는 화력쇼를 선보이며 완승을 거뒀다. 여기에는 한화가 자랑하는 괴물투수 에스밀 로저스의 복귀전 패배도 포함되어 있었다.

김성근 감독이 하필이면 kt와의 홈 3연전을 복귀 무대로 고른 것도 얄궂다. 김 감독의 수술 후 경과는 좋았지만 그래도 복귀에는 어느 정도 더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일각에서는 그토록 kt와의 만남을 기대했던 김성근 감독이기에 복귀시점을 kr전으로 잡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마침 한화는 김 감독의 복귀를 앞두고 삼성전에서 6연패 수렁을 탈출하며 너무나 늦게 10승 고지에 올라섰다. 로저스가 1군 복귀 후 세 번째 등판 만에 첫 승을 신고했고 타선이 홈런 4방을 터뜨리는 등 살아날 조짐을 보이며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만일 연패를 끊지못한 상황이었다면 김 감독이 kt전에 복귀하더라도 상당한 부담을 안았을 것은 자명하다.

두 팀은 올 시즌 꼴찌 전쟁의 유력한 경쟁자이기도 하다. kt는 1군 데뷔 첫해이던 2015시즌 52승 1무 91패(승률 .364)로 최하위에 그쳤지만 후반기에는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한화는 올 시즌 현재 2할대 중반의 승률로 지난해의 kt보다도 더 좋지 않은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kt가 그나마 신생팀이었다면 한화는 올 시즌 프로야구 총연봉 1위를 자랑하는 팀이고 5강 이상의 전력으로까지 평가받았던 팀이다.

김성근의 복귀, 한화 반등 계기 만들까

현재대로라면 한화가 올 시즌 프로야구 역사상 첫 세 자릿수 패배(100패)이상의 성적을 거둘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화는 NC가 가세하여 9구단 체제로 치러졌던 2013년과 2014년에도 2년 연속 신생팀에게도 밀려 프로야구 최초의 9위가 되는 굴욕을 겪은 바 있다.

사실상 포스트시즌은 올해도 힘들어진 분위기지만 그렇다고 아직 정규시즌을 포기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무엇보다 탈꼴찌 싸움은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현실적으로 한화가 그나마 순위싸움에서 추격의 실마리를 노려볼 수 있는 것도 지금으로서는 kt가 유일하다. 한화로서는 어떻게든 kt전에서 반등의 열쇠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kt는 한화를 상대로 또 한번 순위 감별사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올 시즌 내내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성근 감독이 kt전에서 자신의 건재를 증명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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