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리멤버>에서 재벌 3세 남규만 역할을 맡은 남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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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나 권력, 둘 중 하나만 보장된다면 대한민국처럼 참 살기 좋은 나라도 없을 거 같다. 영화 <베테랑> 속 조태오(유아인 분)가 그렇게 안하무인처럼 살 수 있었던 것은 돈이 많아서며, <내부자들>의 이강희(백윤식 분)와 장필우(이경영 분)가 죄를 짓고 떳떳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권력이 막강해서다. 물론 둘 다 갖추면 더할 나위 없다. 현실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난 9일 처음 방영된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 속 남규만(남궁민 분)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남규만 앞에서 벌벌 떨고, 그의 말 한마디에 목숨을 던질 것처럼 행동하는 건 남규만이 대단해서가 아니다. 그건 그냥, 그가 재벌 3세이기 때문이다. 바로 돈의 힘이다.
돈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믿는 남규만은 급기야 살인 사건을 조작하기에 이른다. 정황상 남규만은 오정아(한보배 분)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임에도 불구하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의 이름은 검찰과 언론에서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오히려, 살인 사건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서재혁(전광렬 분)이 범인으로 체포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드라마가 재미있는 건 이때부터다. 충분히 자신의 알리바이를 주장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재혁은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한다. 되려 검찰에서는 그가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고 발표한 뒤, 그를 살인자로 몰아세운다. 이유는 바로 서재혁이 기억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기억이 없는 그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할 수도, 또 증명할 수도 없다. 급기야 서재혁은 자신이 정말 사람을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이토록 무섭다.
기억하는 자 vs. 기억하지 못하는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