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서 홍이수 역의 배우 한효주가 12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외모가 아닌 내면의 진짜 아름다움을 찾아간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가 말하려는 핵심이다. 한 여자와 한 남자, 아니 정확히는 한 여자와 123명의 사람들과의 사랑 이야기다. 그 자체로 허무맹랑한 설정이지만 이 영화가 주는 묘한 울림이 있다.
그 '한 여자'를 한효주가 맡았다. 그가 표현한 홍이수라는 인물을 통해 관객은 이야기를 듣고 보게 된다. 일종의 안내자 역할이랄까. 잠에서 깰 때마다 인종,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겉모습이 바뀌는 우진(박서준 외 122명)에 대한 마음을 관객에게 오롯이 전해야 했다. 멜로라고 한정 짓기엔 작품이 품고 있는 의미가 보다 크다.
1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효주는 "이전까지 한국에서 본적 없는 색다른 로맨스"라며 영화를 안내했다.
"수많은 우진들에게 감사"'안내자'라는 기본 역할에 방점을 찍으면 왜 한효주였나를 물을 수밖에 없다. 질문에 한효주가 멋쩍어하며 웃는다. "(현장의 어려움을) 잘 참아내서인가?"라고 자문하던 그는 "감독님이 먼저 연락을 주셨는데 예전에 한 광고 촬영장 때 날 보시고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시지 않았을까"라고 추측했다. 당시 드라마 <찬란한 유산>(2009)의 밤샘촬영을 마치고 한 화장품 광고를 소화했는데, 그때 광고 현장 책임자가 <뷰티 인사이드>의 백종열 감독이었다. 피곤한 기색 없이 다양한 표정을 소화하는 모습을 백 감독이 흐뭇하게 지켜봤다는 후문이다.
그렇게 역할을 받아든 한효주는 이수가 돼 127분짜리 이야기에 스며들었다. 영화 속 이수는 21명과 연애 감정을 나누고, 그 중 13명과 키스한다. 그만큼 이수의 상대 우진을 연기한 배우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김주혁, 이범수, 김상호, 박서준, 김대명과 같은 굵직한 남성배우와 박신혜, 천우희 같은 여배우, 그리고 우에노 주리 같은 일본 스타 배우 또한 포함돼 있었다.
위험한 설정이다. 이야기 자체에 몰입하기도 쉽지 않은데 출연 배우마저 많다보니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할 수도 있었다. 한효주는 "감독님을 믿었고, 예쁜 영화가 나올 거라 확신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의 한 장면.
용필름
"감독님이 광고를 오래 하신 분이라 분명 화면은 좋을 거라 생각했다. 물론 광고는 15초의 예술이고 영화는 2시간의 이야기인데 방향을 잃지 않을까 걱정은 있었지. 초반엔 인물 감정선을 잡는데 좀 어려워하시더라. 나도, 감독님도 이야기에 적응하는 시간이 좀 필요했다. 이후 감독님의 개성을 전혀 놓지 않으면서 소신 있게 하시더라.나 역시 처음엔 판타지 물이니까 일종의 계산된 연기가 필요하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촬영에 막상 들어가니 이수 마음에 동화됐다. 자연스럽게 상대에 대한 마음이 쌓이면서 사랑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모든 게 진짜라고 생각했다. 그래야 관객 분들도 진짜라고 느낄 수 있지 않나. 매일 낯선 사람과 감정을 키워간다는 게 재밌기도 하고 현실 같지도 않은 일이지만, 진심의 힘을 믿고 가야 했다.난 그렇다 쳐도 우진이라는 인물이 되게 어렵다. 내가 우진 역을 했더라도 엄청 고민했을 거다. 감정선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잘못 연기해서 영화에 피해를 줄 수도 있으니까. 함께 출연한 배우 분들이 다들 분량이 짧은데도 각자 깊게 고민하고 임하셨다. 감사했다. 나 역시 우진이 왜 이수에게 끌릴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부터 고민했던 것 같다.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있는 이수다. 그런 점이 의도치 않게 외톨이로 살아온 우진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을 거다.""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이정민
이정민
결국 진심의 힘이다. 매번 모습이 바뀌는 상대를 사랑하려다 정신과 치료까지 받는 이수지만 자신의 마음을 믿고 그 위기를 뛰어 넘으려 한다. 한효주는 "나 역시 영화를 하면서 내면의 아름다움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게 됐다"며 "현장에서 짧게 보는 상대 배우 모두를 진심으로 좋아했던 것 같다. 연기였지만 그게 마음에 쌓이니 왠지 모르게 따뜻해지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때는 만나는 모든 사람을 다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웃음) 그렇다고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는 아니다. 관심 가는 사람이 있다면 오래 두고 보는 편이고, 정들면서 더 좋아하는 편이다. 원래도 그랬지만 삶에서 진짜로 중요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누구를 만날 때도 그 사람의 내면을 보려고 노력한다. 내게 어떤 나쁜 말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물론 속상하긴 하지만 그 안에 있는 진짜를 보려 한다. 반대로 좋은 말을 하는 사람 역시 어떤 마음일지 헤아려 보려고도 하고. 혹시나 진심을 속이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래도 믿어야지. 다만 갈수록 사람을 만나는 폭은 좁아지는 것 같다.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을 보이거나 모든 사람들의 진심을 알긴 힘들다.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의 진심부터 알아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어느덧 한효주도 데뷔 12년 차가 됐다. 연예인으로 활동하며 대중 앞에 늘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고, 최선을 다해야 하는 삶이다. 이 잣대로 보면 한효주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단순히 주어진 재능을 확인하며 뭔가를 잘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게 광고 모델(2003년 빙그레 모델로 데뷔), 나아가 배우 일이다. 설익은 마음가짐을 여물게 하며, 재능을 꽃피울 때까지 한효주는 자신의 내면을 관찰하고 보듬어왔다. 이게 한효주의 숨겨진 매력 아닐까.
"늘 그런 성격이었다. 학교 다닐 때는 공부 잘해서 칭찬받고 싶은 아이였고, 아빠 엄마에겐 사랑받는 딸이고 싶었다. 연기를 시작할 때도 만나는 작품을 잘하고 싶었다. 이런 막연한 욕심들이 진짜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압축됐다. 힘들 때가 물론 있다. 그래서 가족을 비롯해 친구들의 존재가 소중하다. 일하기 전부터 내 옆에 있어준 사람이다. 오해가 생기면 적극적으로 그때마다 풀고 넘어간다. 그렇게 진심을 나누면서 힘을 얻는 것 같다."<뷰티 인사이드> 문숙의 38년 만에 영화 출연, 한효주가 '연결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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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