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대종상영화제 기자회견. (왼쪽부터) 거룡 배우협회 이사장, 영화인총연합회 회장 직무대향 최하원 감독, 김구회 조직위원장, 조근우 사업본부장
13일 오후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대종상영화제 기자회견. (왼쪽부터) 거룡 배우협회 이사장, 영화인총연합회 회장 직무대향 최하원 감독, 김구회 조직위원장, 조근우 사업본부장 성하훈

52회를 맞는 대종상이 새로운 조직위원장을 선임하며 새 출발을 다짐했다. 그러나 원로 영화인들 간 고소, 고발 등이 제기되고 전임 조직위원장이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올해 행사가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난 13일 오후 5시 서울 힐튼호텔에서 제52회 대종상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영화인총연합회 직무대행인 최하원 감독과 대변인, 거룡 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 김구회 신임 조직위원장, 조근우 사업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새로 선임된 김구회 조직위원장의 인사와 함께 올해 행사를 더 이상의 추문 없이 잘 치르겠다는 다짐이 이어졌다. 

영화인총연합회의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거룡 배우협회 이사장은 "방산비리로 수감된 이규태 전 조직위원장이 대종상 행사 주관을 포기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내왔다"면서 "그간 대종상이 문제가 많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제는 논란이 종식돼야 한다. 신망받는 대종상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새로 조직위원장을 맡은 김구회 남북문화교류협회장도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김 조직위원장은 "영화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도록 패러다임을 바꾸고 영화인들의 화합과 국민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역대 최연소 조직위원장인데, 제안을 받고 부담을 느껴 고사했으나 이왕 맡게 됐으니 섬기는 자세와 공명심을 갖고 임하겠다"면서 "북한 배우 초청 등을 시도해 보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김 조직위원장은 1968년생이다. 

정통성 논란 일고 있는 영화인총연합회 집행부

나름 의욕적인 출발을 다짐했지만 충무로의 영화인들은 대종상에 대해 여전한 불신과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우선 대종상을 책임지는 영화인총연합회 집행부의 정통성 문제다. 영화인총연합회는 지난 1월 남궁원 회장이 사퇴한 이후 부회장이었던 최하원 감독이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최하원 감독은 1년 이상 남은 전임 회장의 임기를 이끌어가기 위해 보궐선거에 출마했으나 두 번의 총회가 모두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경우 공정성을 위해 직무대행에서 물러나는 것이 기본인데, 그는 총회가 무산된 직후 계속 직무대행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충무로에서는 정통성 없는 집행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종상 영화제 측은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산하 8개 협회가 만장일치로 결정한 사안으로 이날 7개 협회가 함께 자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협회 관계자는 "한국영화기술협회와 한국영화음악협회는 불참해 실제로는 6개 협회에서 참여했고, 한국영화감독협회와 한국영화시나리오작가협회 등은 최하원 직무대행 체제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종상영화제 측은 최하원 감독을 영화인총연합회 회장으로 호칭했고, 일부 자료에는 직무대행이 아닌 회장으로 명기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최 감독은 "영화인총연합회 이사들이 협의를 통해 회장을 계속 맡으라고 해서 하고 있는 것 뿐"이라고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거룡 이사장은 "어느 세력에 의해서 총회가 유회됐다"며 "(8개 협회) 이사장들이 만장일치로 맡아달라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장인 조동관 감독은 "최 감독은 회장이 아닌 회장 직무대행"이라며 선을 그었다. 충무로의 한 원로 영화인은 "지금 집행부 세력이 5개 협회의 지원을 받고 있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셈인데, 총회를 성원조차 못 시킨 것은 그간 저질러온 부정과 비리에 대해 환멸을 느껴 외면하려는 대의원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대종상 추문에 책임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규태 전 조직위원장 측 "차용금 반환 안하면 법적 대응 할 것"

 방산비리로 구속된 이규태 전 조직위원장 측이 대종상영화제가 빌려간 돈이라며 1억 5천여 만원에 대해 반환을 요청했다.
방산비리로 구속된 이규태 전 조직위원장 측이 대종상영화제가 빌려간 돈이라며 1억 5천여 만원에 대해 반환을 요청했다. 성하훈

방산비리혐의로 구속된 이규태 전 조직위원장 측이 지난 2013년 1월과 3월에 영화인총연합회가 빌려 간 1억5천만 원 등을 반환하라고 요구한 것도 불씨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안이다.

이규태 전 조직위원장 측은 한국영화인총연합회에 보낸 내용증명을 통해 대종상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나겠으니 차용금 외에 그동안 들어간 경상비과 직원급여, 사무실 임대료 등 2억 4천5백만 원을 반환해 달라고 요청했다. 만일 반환하지 않을 경우 민형사상 손해 배상 조치와 행사 금지 가처분, 조직위원장 직무정지 가처분 등의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전 조직위원장 측은 내용증명에서 "2013년 3월에 차용해 간 5천만 원 중 4천8백만 원은 개인들이 임의로 횡령하여 대종상영화제와 무관한 영화인총연합회 선거자금에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거룡 배우협회 이사장은 "2억4천만 원 반납요구는 사실무근"이라며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들어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거룡 이사장은 "구속이 안 된 상태에서라면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으나, 이 전 조직위원장이 대종상영화제를 치르는 과정에서도 영화인들을 배제했다"고 비판했다.

비리와 부정에 책임 있는 인물들 여전히 관여... 보이콧 필요 의견도

이 같은 여건 속에 신임 조직위원장이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간 조직위원장으로 영입됐던 권동선 위원장이나 이규태 위원장은 지원 대비 권한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 왔다. 전임 권동선 조직위원장은 권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약속된 지원금을 내놓지 않아 논란이 됐다. 이규태 조직위원장은 운영 경비를 전적으로 책임지는 차원에서 심사위원 구성에 권한을 행사했으나 비영화인이 영화인들을 배제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는 대종상을 주관하는 영화인들이 행사를 치러낼 재정적 여력이 없는 상태에서 외부 인사들을 영입하면서 발생한 필연적 결과였다. 일부 인사들은 이 과정에서 횡령 등의 부정을 저질러 사법 처리되기도 했다. 대종상이 비리와 부정의 통로가 돼왔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번 대종상 역시 책임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 인식을 씻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종상을 비판하는 충무로 원로영화인들은 "부정과 비리 세력이 책임지고 물러나기는커녕 기득권을 놓지 않고 있다"고 부정적인 시선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거룡 배우협회 이사장은 "대종상을 사유화해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사람들이 있었다"면서 "세대교체를 이룩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감시체계를 강화해 운영과 심사를 투명하게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거룡 이사장은 책임 있는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에 대해 "한꺼번에 정리하는 것은 무리 아니나"며 논란을 일으킨 인사들에 대한 단호한 정리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대종상이 상실한 권위와 신뢰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원로 영화인 사이에서는 지금 왕성하게 활동하는 영화인들에게 운영권을 넘겨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면적인 교체가 이뤄지지 않는 한 기득권과 비리의 온상으로 인식되는 대종상의 개혁은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대종상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경험이 있는 한 영화계 인사는 "앞으로는 대종상을 받는 것 자체가 수치가 될 것 같다"면서 "저런 식으로 유지된다면 영화인들이 수상 거부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종상 김구회 최하원 영화인총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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