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015 프로농구 정규시즌도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어느 정도 윤곽이 가려지고 있는 각 팀의 순위싸움 못지않게, 팬들의 관심을 모으는 이슈는 역시 개인상 다툼이다. 생애 한 번 뿐인 신인왕과 함께 올해 정규리그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MVP 경쟁 역시 뜨겁다.

올해 MVP 경쟁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관전 포인트는 역대 최초의 외국인 선수 MVP 탄생 여부다. KBL은 2011~2012 시즌부터 별도의 외국인 선수상을 폐지하고 토종과 외국인을 합쳐 한 명에게만 MVP를 시상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외국인 선수가 MVP가 된 적은 한 차례도 없다. 최근 3년간 윤호영(동부)-김선형(SK)-문태종(LG) 등 정규리그 우승팀의 국내 선수들이 MVP를 휩쓸었다.

역대 최초 외국인 MVP... 가능성은 분명 있다

 23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와 원주 동부의 경기에서 모비스 라틀리프가 동부 사이먼을 피해 슛을 던지고 있다.
23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와 원주 동부의 경기에서 모비스 라틀리프가 동부 사이먼을 피해 슛을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 이러한 통합 MVP 제도는 당초 취지와 맞지 않게 부작용이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KBL은 아무래도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큰 리그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각 팀의 에이스는 대부분 외국인 선수들이고, 농구에서 가장 중요한 득점과 리바운드를 외국인이 독식하는 경우가 많다.

만일 기록적인 가치만을 냉정하게 따졌다면 국내 선수가 외국인 선수를 제치고 MVP를 차지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였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3년간 진정한 MVP급 활약에 가까웠던 것은 같은 팀의 외국인 선수였던 로드 벤슨(모비스)-애런 헤인즈(SK), 그리고 데이본 제퍼슨(LG)이었다.

이런 가운데 올해 프로농구에서는 과연 외국인 선수 MVP가 탄생할 수 있을까. 가능성은 50대 50 정도다. 일단 주목할 만한 외국인 MVP 후보로는 리카르도 라틀리프, 데이본 제퍼슨, 애런 헤인즈 등을 꼽을 수 있다. 모두 한국무대에서 2~3년 이상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다.

이중 개인기록과 팀 공헌도만으로 냉철하게 평가한다면 1순위는 역시 라틀리프다. 모비스에서 3년 차를 맞이하고 있는 라틀리프는 올 시즌 51경기에 모두 출전하여 20.2 득점(전체 2위), 10.2 리바운드(1위), 1.7 블록 슛(1위)로 공수 양면에서 절정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모비스는 현재 정규리그 1위로 팀 성적 프리미엄까지 충분하다. 지난 2년간 로드 벤슨의 백업멤버에 그쳤던 한을 올 시즌 톡톡히 풀고 있다. 벤슨의 이탈로 부진이 예상됐던 모비스가 시즌 내내 선두권을 질주할 수 있었던 것은 라틀리프의 눈부신 성장 덕분이었다.

라틀리프의 대항마로 꼽힐 만한 선수는 제퍼슨이다. 경기당 22.3점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리바운드도 9.0개를 잡아내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후반기 임팩트가 눈부시다. 2014년까지 12승 20패에 그치며 중하위권을 전전하던 LG는 2015년 들어 17승 2패의 고공비행을 거듭하며 어느새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10개 구단 중 단연 최고의 성적이다. 이 기간 제퍼슨은 26.5점을 쏟아 부으며 완벽히 각성한 모습을 보여줬다. 시즌 초반 컨디션 난조와 집중력 부족으로 태업 우려를 자아냈으나 최근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으로 득점기계의 면모를 과시중이다.

팀 공헌도와 꾸준함 돋보인 국내 MVP 후보

잘했어 23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와 원주 동부의 경기에서 모비스 양동근, 문태영(맨 오른쪽부터)이 경기 중 서로 격려하고 있다.
잘했어23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와 원주 동부의 경기에서 모비스 양동근, 문태영(맨 오른쪽부터)이 경기 중 서로 격려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렇다면 국내 선수 MVP 후보는 누가 있을까. 아무래도 개인기록보다는 전체적인 팀 공헌도나 꾸준함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양동근-문태영(모비스), 김주성(동부) 등이 거론될 만하다.

양동근과 문태영은 리그 선두를 달리는 모비스의 주역들이다. 양동근은 35세의 나이에도 올 시즌 프로선수 중 가장 많은 35분 10초의 엄청난 출전시간을 기록하고 있으며 전 경기에 출전하여 11.6점, 4.9 어시스트(전체 2위), 1.7 스틸을 기록하고 있다. 수비와 경기운영, 클러치 타임에서의 활약 등 기록으로 설명할 수 없는 팀 공헌도를 감안하면 그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문태영은 경기당 17.2점으로 국내 선수 득점 1위에 올라있다. 전체 랭킹으로는 8위로 국내 선수들 중 득점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문태영이 유일하다. 문태영은 한국무대에 처음 데뷔한 2009~2010 시즌부터 한 차례(2013~2014시즌 조성민)를 제외하면 모두 국내 선수 득점 1위에 올랐다. 그중에는 외국인 선수까지 포함한 전체 득점왕을 차지한 시즌(2010년)도 있었을 만큼, 국내 선수로서는 득점에서 가장 꾸준하게 활약하고 있는 해결사다.

김주성 역시 강력한 토종 MVP 후보다. 51경기에 출전하여 경기당 11.9점, 6.5 리바운드, 3.0 어시스트, 1.1 블록슛으로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평균 출전시간에 데뷔 이래 가장 적은 28분 14초로 줄었음에도 예년에 비하여 기록에서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체력관리를 바탕으로 승부처에서의 집중력 있는 활약이 돋보였다.

올 시즌 빅 맨의 영역을 넘어서 3점 슛과 어시스트, 경기운영 등에서도 쏠쏠한 활약을 펼치며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아쉬운 점은 베테랑들의 분전에 비하여 참신한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주성(2004, 2008)과 양동근(2006, 2007)은 이미 두 번이나 정규리그 MVP를 수상했던 선수들이다. 지난해 정규리그와 챔프전 MVP를 양분했던 문태종-문태영 형제를 비롯하여 모두 30대 중반을 훌쩍 넘긴 노장급이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2012~2013시즌 MVP였던 김선형(11.5점, 4.0 어시스트)이 올 시즌 SK의 급격한 막판 부진으로 MVP 경쟁에서 다소 멀어진 느낌을 주면서, 20대 선수 중 눈에 띄는 개인 성적을 올린 선수는 찾기 어려워졌다. 조성민(KT), 김종규(LG), 오세근(KGC), 하승진(KCC) 등 그동안 국내 농구를 대표하던 스타들이 올 시즌 대부분 부상 대란에 휩싸이며 정상적인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국내에서 프로 선수로 한창 전성기를 맞이해야할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선수들 중 크게 두각을 나타내는 자원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농구의 '대형 토종 스타' 부재 현상을 드러내주는 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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