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자유의 언덕> 한 장면
전원사
한국이 낯선 외국인이 한국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는 이미 이자벨 위페르 주연 <다른나라에서>(2012년)에서 다뤄진 바 있다. 하지만 철저히 이방인이었던 이자벨 위페르에 비해 <자유의 언덕>의 모리는 스스럼없이 다른 한국인들과 어울린다. 모리가 만난 사람들은 소수의 몇 명 빼고 모두 영어에 능통한 터라, 의사소통과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데 있어 아무런 지장이 없다.
모리와 영어로 대화를 하며, 급속도로 그와 가까워지는 다른 인물들과 달리 상당한 이질감을 느끼는 쪽은 관객들이다. 분명 한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문소리, 윤여정, 김의성 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데, 자막으로 그들의 대화를 파악해야한다. 마치 길을 걸으면 한국인 못지 않게 외국인 관광객을 마주치고, 한국어보다 중국어, 일본어가 더 많이 들리는 요즘 북촌의 일상적인 풍경처럼 말이다.
때문에 <자유의 언덕>은 홍상수 영화에서 종종 등장하였던 북촌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홍상수 영화 특유의 카메라 워킹과 장면 전환도 여전하지만, 상당히 이국적이고 낯설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의 언덕>은 홍상수 영화 특유의 매력을 잃지 않는다. 분명 권을 만나기 위해서 한국을 찾았지만, 권을 만나는 것보다 자신이 그녀를 찾고 생각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모리는 새로 만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