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 한 장면
빅스톤 픽쳐스
<명량>이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유발한 건 충무공 이순신이라는 실존 인물이 안겨주는 힘 덕이기도 하다. 이순신은 성웅으로 추앙받을 정도로 세종대왕과 더불어 한국인들이 존경하는 위인이다. 그래서 대중문화는 늘 이순신에게 끊임없는 관심을 가져왔고, 이순신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큰 인기를 끌었다.
2001년 발간한 공전의 베스트셀러 김훈의 <칼의 노래>가 있었고, 2004년에는 배우 김명민을 자타공인 연기본좌 반열에 오르게한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이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한국인이 사랑하는 영웅 이순신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은 이순신 이야기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반대로, 워낙 뛰어난 인물이고 이순신을 존경하고 흠모하는 대중들이 많은 만큼, 작품의 완성도와 별개로 이순신을 해석하는 눈이 엄격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순신의 명성과 업적에 누가 되지 않도록 잘 만들어야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도 뒤따른다. 오죽하면 이순신 역을 맡은 최민식이 기자간담회에서 완벽한 존재앞에서 초라해질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답답함을 토로했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완벽한 장군에게서 사람의 모습을 찾고자 집착했다는 최민식은 관객들이 납득할 수밖에 없는 50대의 이순신으로 재탄생했다. 모함에 의해 억울하게 역적으로 몰려 고문을 당하고, 고된 백의종군 끝에 간신히 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된 이순신은 이제 전투에 나가기엔 몸과 마음 모두 지쳐보인다. 설상가상 칠천량 해전(1597년) 패배 이후 극심한 공포에 시달리는 조선군은 장수들조차 왜의 수군과 맞서 싸우길 거부한 상황이었다.
배 12척으로 왜군 300여 척을 막아야하는 절체절명 위기에 모자라,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군사들의 동요까지 잠재워야하는 이순신. 오히려 그에게는 눈에 훤히 드러나는 왜군과의 싸움보다 그를 믿지 못하는 휘하 장수들과의 보이지 않은 알력들이 더 힘겨워보인다. 이름만 들어도 왜군을 벌벌 떨게하는 전설의 장군이라고하나, 잔혹한 고문으로 심신이 상할대로 상하고, 그의 최고 무기였던 구선(거북선)까지 장수의 반란으로 잃어버린 이순신이 감당하기에 한없이 버거운 짐이다.
아들 이회(권율 분)의 말처럼, 모든 것을 놓아버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무릇 장수된 자는 충을 따르고, 충은 백성을 향하고,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임금이 있다"는 백발의 장수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전쟁터에 나가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