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항구 도시답게 두 팀의 최근 맞대결은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쏟아냈다. '항도 더비'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좋을 만큼 경기가 끝날 때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오늘 경기는 더더욱 그랬다. 설마 했지만 그 먼 거리에서 찬 프리킥이 그렇게 골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갈 줄 몰랐다.

김봉길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13일 저녁 7시 30분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K리그 클래식 15라운드 부산 아이파크와의 방문 경기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이천수와 이보의 맹활약에 힘입어 2-2 극적인 무승부를 기록했다.

역습으로 장군멍군

최근 세 경기를 치르는 동안 득점 없이 모조리 패한 안방 팀 부산은 꼴찌 인천과의 이 맞대결에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었다. 반드시 골을 터뜨리며 이겨야겠다는 의지가 전반전부터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 중심에 미드필더 홍동현과 공격수 파그너가 있었다. 간판 미드필더 임상협이 징계로 뛰지 못하기 때문에 두 선수의 어깨는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경기 시작 19분 만에 홍동현이 먼저 중거리슛으로 기세를 올렸다. 비록 인천 골문 오른쪽으로 벗어나기는 했지만 왼쪽 측면에서 시작한 공격 흐름이 부드럽게 중앙까지 이어진 것이었다.

방문 팀 인천도 다시 데려온 골잡이 디오고가 오른발 슛(31분)으로 이범영이 지키는 부산 골문을 위협했다. 부상으로 못 뛰고 있는 베테랑 설기현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물이었다.

부산 미드필더 홍동현과 공격수 파그너는 35분과 36분에 나란히 위력적인 슛을 기록하며 인천 문지기 권정혁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반원 밖에서 홍동현이 오른발로 감아찬 공은 권정혁이 왼쪽으로 몸을 날리며 가까스로 잡아냈고, 곧이어 터진 파그너의 발리슛은 인천 골문 왼쪽 옆그물을 흔들어댔다.

이렇게 득점 없이 다시 시작한 후반전은 역습으로 한 골씩 주고받으며 명승부를 예고했다. 52분에 부산의 파그너가 훌륭한 역습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선취골을 뽑아냈다. 1차 슛이 인천 문지기 권정혁에게 막혔지만 튀어나온 공을 침착하게 오른발로 차 넣은 것이다.

이대로 질 수 없다는 인천의 김봉길 감독은 후반전 중반에 두 명의 미드필더(문상윤, 이석현)를 바꿔 들여보내며 추격 의지를 밝혔다. 그 효과가 거짓말처럼 4분 만에 나타났다.

67분에 인천의 역습 패스가 발 빠른 이천수를 겨냥했다. 부산 수비수들이 파 놓은 오프 사이드 함정을 보기 좋게 허물고 빠져들어간 이천수는 속도가 붙은 김에 각도를 줄이며 달려나오는 문지기 이범영까지 따돌리며 넘어졌다. 여기서 옆으로 흐른 공이 문상윤에게 빈 골문을 열어준 것이다.

인천의 두 기둥, '이보와 이천수'

그러나 인천은 동점골 기쁨도 잠시, 11분 만에 또 다시 한방을 더 얻어맞았다. 이번에도 부산의 파그너였다. 김성호 주심과 곽승순 제2부심을 번갈아 쳐다보며 양 팀 선수들이 눈치를 보고 있는 사이에 부산 수비수 장학영이 살짝 밀어준 공을 파그너가 정확하게 오른발 감아차기로 인천 골문 오른쪽 구석을 노린 것이다. 진짜 휘슬이 울릴 때까지 집중력을 발휘할 줄 아는 선수가 진정한 실력자라는 사실을 파그너가 잘 알려준 셈이었다.

이에 인천 수비수들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바꿔 들어온 부산 골잡이 양동현까지 막아야 했기에 숨을 몰아쉬어야 할 일이 계속 이어졌다. 여기서 부산의 윤성효 감독이 승리를 위해 특별한 주문을 걸었다. 측면 미드필더 주세종을 빼고 가운데 수비수 이원영을 들여보낸 것이다.

정규 시간이 약 10분 정도 남은 상태였으니 한 골 차 승리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반면에 인천의 김봉길 감독은 그로부터 2분 뒤에 수비형 미드필더 구본상을 빼고 골잡이 이효균을 들여보냈다. 이 상반된 감독의 판단이 묘하게 겹쳐지면서 극적인 결말이 만들어졌다.

인천은 87분에 얻은 프리킥 기회에서 브라질 출신의 특급 미드필더 이보가 찬 공이 그대로 부산 골문 왼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부산 골문 앞으로 달려 들어가는 동료들의 머리를 겨냥한 공이 아무에게도 맞지 않고 그대로 들어갔기에 더 극적으로 느껴진 천금의 동점골이었다.

이렇게 인천의 동점골을 나란히 뽑아낸 이천수(67분 도움)와 이보(87분 득점)는 최근 팀 경기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절대적인 존재다. 둘은 0-1로 뒤지던 54분에 기막힌 호흡을 자랑하며 부산 골문을 위협했다. 이보가 절묘하게 찔러준 공을 받아 이천수가 회심의 왼발 슛을 시도한 것. 이에 각도를 줄이며 달려나온 부산 문지기 이범영의 슈퍼 세이브에 가로막히고 말았지만 둘의 존재 가치를 상징적으로 알리는 순간이었다.

아직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에게 최근 이 두 선수의 경기력은 절대적이다. 지난 5월 3일 낮에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의 맞대결에서도 이보는 후반전 시작 후 2분만에 짜릿한 결승골을 터뜨려 현재까지 유일한 승리의 1등 공신으로 남아 있다.

이천수는 이보만큼 공격 포인트가 많지는 않지만 경고 누적 징계에서 풀려난 9일 저녁 성남 FC와의 안방 경기(인천 1-1 성남)부터 울산 시절 전성기의 날개 공격을 떠올리듯 날카로운 몸놀림을 자랑 중이다. 그야말로 그의 발끝에 공이 놓이는 순간부터 경기장 관중석은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뭔가 시원하게 한방이 터질 듯한 느낌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두 선수는 플레이 스타일이 많이 다른 미드필더지만 유연한 드리블로 만드는 공격적 박진감은 최고 수준이라 자부할 만하다.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있어 강등 위기가 실감되는 인천 유나이티드에게는 절대적인 존재임에 틀림없다.

부산도 인천과 형편이 비슷한 편이다. 최근 경기 결과가 너무 안 좋기 때문에 부진 탈출이 공통의 목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 아이파크는 이제 16일 저녁 7시 30분에 수원 FC와 만나 FA(축구협회)컵 16강전을 치러야 한다. 그리고 20일 저녁 7시에 강팀 포항과 맞붙기 위해 스틸야드로 들어간다.

다음 시즌에 강등되는 것을 모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는 19일 저녁 7시에 빅 버드로 들어가 강팀 수원 블루윙즈를 상대해야 한다. 한 경기 한 경기 어느 것 하나 느슨하게 대처할 경기가 없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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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4 K리그 클래식 15라운드 결과(13일 저녁 7시 30분, 부산 아시아드)

★ 부산 아이파크 2-2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파그너(52분), 파그너(78분,도움-장학영) / 문상윤(67분,도움-이천수), 이보(87분)]

◎ 부산 선수들
FW : 한지호, 파그너(86분↔김신영)
MF : 주세종(80분↔이원영), 홍동현(73분↔양동현), 닐손 주니어, 정석화
DF : 장학영, 이경렬, 김찬영, 박준강
GK : 이범영

◎ 인천 선수들
FW : 디오고
AMF : 남준재(63분↔문상윤), 이보, 이천수
DMF : 김도혁(65분↔이석현), 문상윤(82분↔이효균)
DF : 박태민, 이윤표, 안재준, 용현진
GK : 권정혁

- 양 팀 역대 전적 : 31경기 8승 16무 7패 인천 유나이티드 우세

◇ K리그 클래식 현재 순위표
1 포항 스틸러스 30점 9승 3무 3패 28득점 14실점 +14
2 전북 모터스 28점 8승 4무 3패 22득점 11실점 +11
3 전남 드래곤즈 27점 8승 3무 3패 23득점 20실점 +3
4 제주 유나이티드 26점 7승 5무 3패 15득점 13실점 +2
5 수원 블루윙즈 23점 6승 5무 4패 18득점 16실점 +2
6 울산 현대 20점 5승 5무 5패 19득점 14실점 +5
7 FC 서울 17점 4승 5무 6패 11득점 11실점
8 상주 상무 17점 3승 8무 4패 19득점 20실점 -1
9 성남 FC 14점 3승 5무 7패 9득점 11실점 -2
10 부산 아이파크 14점 3승 5무 7패 12득점 21실점 -9
11 경남 FC 13점 2승 7무 6패 13득점 26실점 -13
12 인천 유나이티드 10점 1승 7무 7패 8득점 20실점 -12
축구 K리그 클래식 이천수 인천 유나이티드 FC 부산 아이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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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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