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블랙 메리 포핀스>에서 한스를 연기하는 박한근
뮤지컬 <블랙 메리 포핀스>에서 한스를 연기하는 박한근아시아브릿지컨텐츠

영화 <메리 포핀스>의 상큼 발랄함은 잠시 잊으라. 요즘은 원작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원작을 비트는 것이 대세인 시대. 뮤지컬 <블랙 메리 포핀스>는 원작의 밝고 명랑한 분위기를 180도 다르게 비튼 서스펜스 스릴러 뮤지컬이다.

4남매는 끔찍한 화재를 겪는다. 하지만 이들의 머릿속에는 화재에 대한 기억이 지우개로 지운 것처럼 흔적조차 없다. 대체 이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4남매 중 맏이 한스를 연기하는 배우 박한근은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하고 가수로 데뷔했지만 뮤지컬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학교에서 배운 연기와 평소 좋아하던 노래를 콜라보레이션한 결과물이 뮤지컬 아닌가. 드라마 OST 작업에도 참여했으며, 기후라는 예명으로도 활동한 박한근을 만났다.

- 요즘은 원작을 비트는 이야기가 많다. <블랙 메리 포핀스> 역시 <메리 포핀스>를 서스펜스 스릴러로 바꿨다.
"원작이 유명하고 오래된 작품이다. 작년에 공연하면서 <블랙 메리 포핀스>의 대본을 읽을 때 왜 앞에 '블랙'이 붙었는지 알게 되었다. 아이들과 메리에게 어둠이 녹아든 작품이다. 원작 <메리 포핀스>에서 모티프를 따기는 했지만 원작의 밝은 분위기를 생각했다가는 아주 다르게 다가올 거다."

- 한스는 자신을 키워준 보모 메리를 의심한다.
"한스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없다. 계속 악몽을 꾸고, 매일 밤잠을 못 이룬다. 알코올 중독이 되었고, 주머니에서 피 묻은 칼이 나오는 등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의문을 설명해줄 기억이 없다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한스는 이런 상황을 피하고 싶을 정도로 아프고 힘들다. 한데 잃어버린 기억 뒤에 무엇이 있을까를 캐는 과정에는 항상 메리가 있다. 메리는 어떤 존재일까를 밝히다 보니 메리가 그라첸 박사의 비밀 연구 조교라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메리를 의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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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나와 헤르만은 남매 이상으로 친밀하다.
"정확하게 봤다.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다. 네 남매는 입양되었다. 피가 섞이지 않았다. 그래서 '남매가 왜 사랑하지?'라는 의문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극 중에서 한스는 막내 요나스를 많이 챙기고, 헤르만은 안나를 많이 챙긴다.

안나와 헤르만이 화재 이후 다른 곳으로 입양되고 안나가 헤르만을 찾을 때 헤르만이 안나를 피하는 식으로 엇갈린다. 그러다가 헤르만이 안나를 향해 '지켜줄게'라는 말을 건넬 때, 안나의 기억을 되살리는 동기가 된다."

- 안나가 의자에서 쓰러지는 장면은 남자 배우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면 보여주지 못할 장면이다.
"<블랙 메리 포핀스> 초연을 볼 때 가장 놀란 장면이다. 헤르만이 안나를 곧바로 일으켜서 노래를 부를 때 정말 멋있다. 보는 이들마다 숨을 죽이는 장면이다. 안나를 연기하는 배우가 등을 받쳐주는 남자 배우를 믿지 못하면 누구를 믿겠는가. 내가 연기하는 한스가 안나를 받아주는 장면은 없다. 연습할 때 안나를 연기하는 여자 배우를 받아본 적이 있다. 보는 것처럼 어렵게 받지는 않는다."

 뮤지컬 <블랙 메리 포핀스>의 한 장면
뮤지컬 <블랙 메리 포핀스>의 한 장면 아시아브릿지컨텐츠

- 드라마 OST 작업도 많이 했다. 
"21살에 기획사에 들어가서 앨범을 준비했다. 2년 후에 앨범 발매를 목전에 뒀는데 회사가 망했다. 앨범 홍보를 하지 못했다. 당시는 CD 시대였지, MP3를 발매하던 시대가 아니었다. 신인가수가 나와도 최소 10만 장은 팔리던 시절이었다. 음반을 준비하던 후배들은 발매 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열심히 노래 하나를 위해 달려왔는데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힘이 들었다. 무대에 서고 싶었는데 기회를 빼앗긴 느낌이랄까. 하고 싶었던 노래를 부르지 못해서 어디에서라도 노래하고 싶었다. 데모 CD를 들고 음악 감독님을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았다. 그러면서 맨 처음 드라마 OST 작업을 한 게 <형수님은 열아홉>이었다."

- 기후라는 예명으로 가수 활동을 했다.
"고야성 작가의 만화와 함께 1집이 패키지로 발매되었다. 고 작가의 만화책에 등장하는 인물이 기후였다. 만화 캐릭터의 이름을 예명으로 활동했다. <굳세어라 금순아> 등으로 드라마 OST 활동을 했다. 당시 드라마가 일본에서 방영되어 한류 붐을 일으켰다. 드라마 OST도 일본으로 수출되면서 일본에서 드라마 OST 콘서트 제안도 받았다. 일본 회사와 계약해서 뮤지컬 배우 활동과 병행하며 활동했다.

지인들에게 '너는 댄스곡을 불러도 슬퍼'라는 평을 곧잘 들었다. 목소리가 약간 허스키해서 슬프게 들리는 것 같다. 그동안 슬픈 발라드를 많이 불렀다. 노래에 슬픈 감정이 배어서 슬프게 들리는 면도 있다. 한국에서는 뮤지컬에 출연해서 노래해도 연기로 다가온다는 평도 있다. 멀리 한국까지 찾아와 뮤지컬을 관람하는 일본 팬도 있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박한근 기후 블랙메리포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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