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SBS <힐링캠프> 시청자 특집에 출연한 강신주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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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말 그럴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면을 벗어던진다는 미명 하에 던지는 진실이 진실일까? 심리학적으로 접근하자면, 진실이란 미명하에 내 마음의 짐을 벗어던지는 것은 아닐까?
아니 좀 더 철학적으로 접근하자면, 과연 내 맘 속에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그것이 나의 언어를 통해 상대방에게 전달되었을 때 온전히 진리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듣는 상대방의 생각과 관점에 의해 얼마든지 왜곡되고 변질될 파편들이 아닐까? 아니 무엇보다 결혼 첫날밤이든, 이제 겨우 22일 만나는 사이이든, 그 두 사람 관계 사이에 정의내릴 진리라는 게 있기는 한 걸까?
하지만 강신주는 단호했다. 가면을 벗고 자신의 민낯을 보여주는 용기야 말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 가면 뒤에 숨어서 외로울 것이라고, 둘 중 어떤 삶을 택할 것인지 선택하라고 말한다. 선택을 강요받은 사람, 당연히 외로움을 피한다.
이런 식이다. 병들어 퇴직한 아버지를 걱정하는 딸에게, 본질은 나이 들어 낯선 아버지를 귀찮아하는 당신의 마음이라고 돌직구를 날린다. 그리고 그동안 돈 버느라 아버지의 자리에서 벗어나 '모르는 사람'이 된 당신의 아버지를 이해해 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혼자 사는 것이 더 이상 힘들지 않다고 말하는 김제동에게 사자 인형 따위나 사지 말고 살아있는 것을 사랑하라고 충고한다.
'돌직구'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할 그의 직설은 결국 '사랑'으로 향한다. 쿨하고 싶지만 결국 자신이 던진 말들로 인해 잠들지 못하는 성유리에게도 자신이 속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말하고, 이기적인 사람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자신의 외투를 벗어주듯이, 정의롭고 성숙한 사랑이야말로 사회적 모순조차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방송 초반 사연을 보낸 70여 명의 방청객의 열렬한 환호를 받고 입장한 강신주에게 MC 이경규는 다짜고짜 "'힐링'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질문을 던진다. 그러자 <힐링캠프>에 출연한 처지임에도 강신주는 "제일 싫어하는 말이 '힐링'"이라며 부인하지 않았다. 힐링은 결국 '위로'에 다름 아닌데, 그렇게 달콤함 위로는 세상의 험한 벽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다. 본질적인 것을 가르치지 못하는 미봉책일 뿐이라고 단호하게 정의 내린다.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는 식의 김제동 어록은 조작일 뿐이라며, 자신은 도화지에 불과하며, 자신과의 상담을 통해 그 도화지에 그려지는 상담자의 맨 얼굴을 직시하는 것이 자신의 방식으로, 힐링과 전혀 다른 효과를 준다고 단언한다.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만이 '예스(Yes)'라고 할 수 있다"며 "우리 사회 가장 큰 문제는 '노(No)'라고 말할 수 없는 것에 있다"고 덧붙인다.
어깨를 도닥이거나 죽비를 내리치거나...결국은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