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꽃보다 누나> 공식 포스터
tvN <꽃보다 누나> 공식 포스터CJ E&M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나영석 PD의 '배낭여행 프로젝트' 2탄 <꽃보다 누나>가 오는 29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이순재·신구·박근형·백일섭까지 쟁쟁한 라인업을 선보였던 전작 <꽃보다 할배>에 이어, 윤여정·김자옥·김희애·이미연이 <꽃보다 누나>에 출연한다는 소식은 큰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26일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영석 PD는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들이 함께했으면 했다. 그러던 중 여행 두 달 전 윤여정을 먼저 만났고, 한 단계씩 섭외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윤여정이) 처음엔 '여행 싫어하는데?' 하시더라고요. '왜 싫어하세요?' 라고 했더니 갔다 오면 늘 앓아누우신다고…. 아무래도 여배우니 예민한 부분도 있고요. 그래도 '어디에 내놔도 여배우라고 불릴 만한 분들이 같이 여행을 간다면 좋은 추억이 되지 않겠느냐'고 찬찬히 설득했죠. 그렇게 (윤여정이) 동의한 뒤 김자옥 선생님이 합류했어요.

그 다음엔 가능하면 다양한 연령대에서 오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다만 40대 이상이어야 한다는 게 내부적인 방침이었어요. 최소한 15~20년 정도의 경력이 있고, 톱일 때도 있었다가 부침도 겪어 보신 적이 있는 분이어야 서로 이야기도 통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다행히 김희애씨가 (합류) 의사를 밝혔고, 마지막으로 막내 이미연씨가 들어왔어요. 이 정도면 어디 가서 여배우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겠다 싶어서 섭외를 끝냈습니다."

이렇게 모인 네 사람에 나영석 PD와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로 호흡을 맞춰 본 이승기까지, 다섯 사람은 크로아티아의 수도에서 최남단 도시까지 총 900여 km의 여정을 함께 했다. 프로그램의 제목은 <꽃보다 누나>. 이를 두고 "<꽃보다 할배>의 인기에 영합해 보려고 (제목) 앞에 '꽃보다'를 붙였다"라고 말한 나 PD는 "또 여행 전 사전 모임에서 '누나라고 부르지 않을 거면 부르지 마라'라는 김자옥의 농담을 듣고 '나이가 들어도 여자는 여자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제목을 <꽃보다 누나>로 확정했다"라고 설명했다.

나영석·이승기, 남자들은 몰랐던 '여자'들의 속마음

 tvN <꽃보다 누나> 연출을 맡은 나영석 PD
tvN <꽃보다 누나> 연출을 맡은 나영석 PDCJ E&M

<꽃보다 누나>는 나영석 PD에게 <꽃보다 할배> 때와는 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최근 <응답하라 1994>에서 여자의 마음에 대한 에피소드가 등장했던 것처럼, 나영석 PD 또한 여배우 4인방의 표정을 읽고 속내를 짐작하느라 애를 먹었다. 나 PD는 "<꽃보다 할배> 때 힘들었던 것과 전혀 다르더라. 어떤 부분에서 이 분들이 힘드신 지를 전혀 모르겠더라"라고 털어놨다.

"이번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아주 섬세한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잠자리가 바뀌어서 잠이 안 온다든지, 화장실을 잘 못 간다든지…. <꽃보다 할배> 땐 드라이기 이런 것도 신경 안 쓰셨거든요. 이번엔 윤여정 선생님이 20년간 쓴 고데기가 있어서 그걸 가져오셨는데, 중간에 그게 고장 나는 바람에 승기가 애를 먹었어요. 이번 여행을 통해 저도, 승기도 여자를 많이 배웠어요. (웃음)

또 부부싸움을 하면 남자들이 말을 잘 안 하잖아요. 그건 뭘 말해야 할지 몰라서 그런 거예요. 괜히 잘못 짚었다간 두 배로 혼나니까. (웃음) 똑같았어요. 이 분들이 화내지는 않는데, 표정을 보면 분명 마음에 안 드는 게 있는 거예요. '대체 왜 그러시지?' 했죠. 뭔가에 삐지시거나 문제가 생기면 승기와 둘이 앉아서 '어떤 이유로 그러실까' 이런 답도 안 나오는 고민을 하면서 열흘을 보냈어요. 지금도 모르는 부분인 채로 남아있는 게 80%입니다."

'할배'엔 없고 '누나'에만 있는 두 가지, '감수성'과 '준비성'

 tvN <꽃보다 누나>의 여배우 4인방(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
tvN <꽃보다 누나>의 여배우 4인방(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CJ E&M

<꽃보다 할배>엔 없고, <꽃보다 누나>엔 있는 것은 또 있었다. '감수성'과 '준비성'. '진격의 순재' '직진 순재'라는 별칭이 탄생할 정도로 오로지 '목적지'만을 향해 걸어가던 <꽃보다 할배> 출연진들과는 달리, <꽃보다 누나>의 네 여배우들에게는 길거리의 모든 것이 볼 거리였다. 갖가지 김치며 밑반찬을 싸 온 여배우들의 정성 또한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열흘 내내 파김치를 먹었어요. 할아버지들은 뭘 싸온다는 개념이 없었는데, 이번엔 승기도 한 보따리를 싸 왔고 김희애씨도 짐의 1/4가 반찬이었어요. 여자들의 여행은 다르더라고요. 남자들이야 즉석 밥이나 라면이 다였는데, 여긴 고들빼기김치·파김치·견과류 조림 등등을 알아서 준비해 오셨어요. 처음엔 외국에 나가면 한식은 안 먹을 거라던 분들이 첫날부터 파김치를 뜯고 내내 그것만 드셨어요. 여배우들의 엄청난 한식 사랑을 보게 되실 겁니다. (웃음)

그리고 할아버지들은 감흥이 별로 없으셨거든요. 에펠탑을 봐도 '사진에서 봤는데 뭐' 정도였는데, 여자들은 확실히 감수성이 높더라고요. 한 5000배 정도는 예민하셨던 것 같아요. 할아버지들은 100m 직진한다 하면 정면만 보고 가시는데, 이 분들은 길거리에 100가지 물건이 있으면 그걸 다 보고 가셨어요. 그래도 뭐, 즐거웠습니다. (웃음)"

'짐꾼'이라던 이승기, '짐'으로 자리잡은 사연은

 tvN <꽃보다 누나>에 출연하는 가수 이승기
tvN <꽃보다 누나>에 출연하는 가수 이승기CJ E&M

<꽃보다 할배>의 '짐꾼' 이서진이 만능에 가까운 활약으로 인기를 얻었다면, <꽃보다 누나>의 이승기는 다소 허술한 매력으로 시청자를 찾을 전망이다. 나영석 PD는 "이승기의 캐릭터는 '짐승기'였다. 이서진과의 비교를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 비교 대상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라며 "이서진은 너무 잘 하니까 장난처럼 일부러 따라다니면서 놀리기도 했는데, 이승기는 초반에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 차마 놀릴 수가 없었다"라고 전했다.

"데려가면서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죠. 이서진이 전문 가이드 수준이라면 이승기는 초등학생 수준이었어요. 승기가 뭔가 사고를 치면, 처음엔 이미연씨가 출동하고 그러다 안 되면 김희애씨가 출동해요. 두 분이 나머지 두 분 모르게 덮으려고 애를 쓰죠. 그러다가 나머지 두 분이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걸 감지하는…그런 구조였어요. 과거 <꽃보다 할배>가 네 할아버지 대 한 명의 짐꾼 구조였다면, 이번엔 철부지 막내아들이 가이드를 하는 유사가족에 가까운 모습이에요.

하지만 그런 건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누군가의 관리 하에 살았던 사람들이 울타리 밖으로 나오는 모험담을 그리고 싶어서 여배우들을 섭외했잖아요. 이들의 짐꾼으로 똑같이 고등학생 때 데뷔해서 연예인의 삶을 산 승기가 어울리겠더라고요. 여배우들의 일탈·성장과 함께 그리고 싶었던 건 이승기라는 사람의 성장 스토리에요. 승기가 고생하고 낙담하고 자책하는 시기를 겪으면서 열흘간 어떻게 성장하는지 보는 것도 <꽃보다 누나>의 큰 축이라 생각해요. 처음엔 '짐'이지만, 그 짐이 나중에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드리고 싶어요."

"여행은 사람의 본모습 가장 빨리 보여줄 수 있는 소재"

 tvN <꽃보다 누나>의 여배우 4인방(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과 이승기
tvN <꽃보다 누나>의 여배우 4인방(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과 이승기CJ E&M

이러한 차이점에도 <꽃보다 누나> 또한 <꽃보다 할배>처럼 그간 이들이 쉽게 털어놓을 수 없었던 솔직한 이야기로 감동을 선사할 수 있으리라는 게 나영석 PD의 생각이다. 그는 "여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우리 안에 갇혀있는 것과도 같다. 자의 반 타의 반 세상과 담을 쌓고 있어야 좀 신비로워 보이고, 세일즈가 되는 직업 같다"라며 "그런 부분을 열흘간 접고 혼자 무언가를 해보면서 느끼는 인간적인 고뇌와 성취를 공감하면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들의 캐릭터 또한 보는 재미를 더할 듯하다. "사전모임을 통해 어렴풋이 짐작하는 (여배우들의) 캐릭터가 있다"고 말한 나영석 PD는 "김자옥 선생님은 4차원 공주 같은 분이고, 김희애는 이상한 허당 기질을 가진 데다 <개그 콘서트> 마니아다. 별로 안 비슷한데도 계속 흉내를 낸다"라며 "또 이미연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고생한 사람 중 한 명이다. 이승기의 뒤치다꺼리를 하면서 언니들을 모셔야 했고, 의욕이 과도해서 스스로 좌충우돌하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제 나영석 PD는 다음 여행을 내다보고 있다. "뭐 하나라도 내 것이 있어야 할 것 같아 여행 콘셉트를 우려먹는 중이다. 인간의 본질을 가장 빨리 드러내 보여줄 수 있는 게 여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한 나 PD는 "<꽃보다 할배>가 배낭여행 프로젝트 1탄이었고, <꽃보다 누나>가 2탄이었다. 또 다른 구성으로 3탄이 내년에 나오지 않을까 싶다"라며 "그 와중에도 <꽃보다 할배> 시리즈는 계속될 거고, <꽃보다 누나> 시리즈도 방송 반응과 출연자 스케줄을 봐서 앞으로 가능성이 열려 있다"라고 말했다. 

"처음 이직했을 때 '이번에도 여행을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진 않았어요. 회의를 하면서 스튜디오 프로그램, 오디션 프로그램 등등 많은 소재를 생각했죠. 하지만 아직도 제 마음을 뺏는 건 일상과 유리된 공간에서 사람들이 좌충우돌하는 여행이라는 생각에 배낭여행 프로젝트를 하게 된 것 같아요. 언젠간 이걸 시청자가 지겨워할 때도 있을 거고, 저도 소재가 떨어지겠죠. 그때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다른 걸 해 보고 싶어요. 일단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등 실험을 다 해보고, 이 실험이 끝나면 다른 실험을 계속하지 않을까 싶네요."

꽃보다 누나 나영석 이승기 꽃보다 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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