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지리멸렬>로 영화인생을 시작한 봉준호 감독이 <설국열차>로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살인의 추억>(2003)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그는 <괴물>(2006)로 1302만의 관객을 모았다. 2009년에는 모성애의 본질적인 양상을 깊고 어둡게 포착한 <마더>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올해로 영화인생 20년을 맞이한 그가 선사한 영화 <설국열차>.
봉준호 감독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그의 철저한 고증과 치밀한 세부작업을 높이 평가할 것이다. 당사자는 어떨지 몰라도 '봉테일'이라는 그의 별명은 거기서 발원한다. 요즘 잘 나가는 신예 감독들이 등한시하는 세부묘사와 시공간에 대한 재구성 능력은 봉준호가 당대 으뜸일 것이다. 그것은 영화감독으로서 그가 가진 강점이자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디테일이 무너지면 구조도 무너진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튼튼하고 완벽한 구조를 가졌다 해도, 그것을 구체화하는 개별적인 장면과 연쇄가 치밀한 인과성을 가지게 하는 것은 디테일이다. 그런 면에서 봉준호 감독은 이창동 감독만큼이나 깐깐하고 정확하기로 호가 나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설국열차>에서 봉테일의 약화를 지적하는 시선이 적잖다.
이분법의 힘 혹은 단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