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0구단 KT 위즈 야구단이 우선 지명권을 행사하면서 지역 유망주를 양성하던 각 구단의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 17일 KT 위즈는 부산 개성고의 좌완 투수 심재민과 천안 북일고의 우완 투수 유희운을 지목했다고 보도 자료를 통해 밝혔다. 신인드래프트의 사실상 1·2순위 선수를 지목하면서 한화와 롯데는 울상을 지었고 나머지 구단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1차지명제도가 부활하면서 각 지역의 유망주를 뺏긴 팀과 지킨 팀이 나뉘게 된 것이다.
가장 큰 피해를 본 구단은 공교롭게도 올 시즌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화 이글스이다. 대전·충남 지역 고교야구를 대표하는 북일고는 올해 투수 가뭄을 겪고 있다. 예년 윤형배(NC)와 조상우(넥센)라는 대형급 신인 선수들이 쏟아진 것과 비교해 올해는 유희운을 제외하면 딱히 눈에 띄는 신인이 없던 상황. 이런 상황에서 결정된 우선 지명 결과는 한화 입장에서 더 없이 허탈하다. 롯데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갔다. 고교랭킹 '넘버원' 심재민을 뺏겼지만 경남고의 좌완투수 김유영이라는 차선책이 있다는 점에서 한화보다는 나은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나머지 구단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삼성은 최근 한국야구 최다 탈삼진 기록(26개)한 대구 상완고의 이수민을 데려올 수 있게 되었다. KIA도 전국구 에이스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효천고의 차명진을 지켰다. 이 밖의 팀들도 자신의 연고지의 기대주들을 지목할 수 있게 됐다.
우선 지명 결과에 따라 피해를 보는 구단이 생기게 된 원인은 우선지명과 1차지명이 공존하는 모순 때문이다. 1차 지명제도란 야구단들이 각 지역 연고의 고졸 예정 신인들을 우선적으로 지명할 수 있는 일종의 보호제도이다. 1차지명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이 보호권을 무시하는 신생팀의 우선 지명권이 겹치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1차지명제도 부활과 신생팀 창단 1차 지명제도는 2008년 이후 잠시 동안 폐지되었다. 이유는 상대적으로 고교야구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 연고 구단의 반발과 프로야구의 상향평준화 방해, 지역감정고조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후 지역 연고와 관계없이 선수를 역성적순으로 지명하는 전면드래프트가 실시되었다.
그러나 보다 우수한 선수를 영입하려던 구단의 지역 고교야구 지원이 줄어들었고, 구단의 체계적 육성과 관리를 받지 못하게 된 유망주들이 무분별하게 메이저리그로 스카우트되어 묻히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고교야구의 수준이 낮아지면서 4년간 실시된 전면드래프트가 이전의 1차지명제도보다 못하다는 목소리가 불거졌다.
때마침 야구계에서는 10구단 창단의 분위기가 순기류를 타고 있었다. 9구단 NC다이노스의 1군 리그 참여로 홀수구단 체제라는 비정상적인 구조가 형성되었고 10구단의 필요성은 절실해졌다. 그러나 10구단 창단은 삼성·롯데·한화와 같은 프로야구 주류 세력들의 반발로 정체되어 있었다. 10구단을 운영하기에는 한국의 프로야구 시장이 좁아 경기의 질적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10구단 창단이 실제로 보류되자 그 이후에 1차지명제도가 논의 되었고 이는 10구단 창단을 방해하는 하나의 꼼수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결국 선수협회의 압박과 팬들의 염원으로 10구단 창단 승인은 떨어졌고 신생구단의 우선지명권은 꼭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이후 한국야구위원회(KBO)가 1차 지명제도까지 부활시키기로 결정하면서 1차지명제도와 우선지명권이 공존하는 모순적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각 구단과 지역의 협조 속 야구 인프라 확충만이 공존하는 길위와 같은 모순은 어찌 보면 불가피하다. 꼭 필요한 10구단의 선수확보를 위한 우선지명, 그리고 고교야구의 질적 향상과 체계적 관리를 위한 1차지명제도. 두 가지 모두 프로야구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제도들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두 가지 제도의 충돌에는 문제가 따를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유소년 야구교육과 아마야구의 저변 확충 등 뿌리부터 시작되는 야구 인프라 확충이 중요하다.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각 구단 간, 구단과 지역 간의 이해와 지원 확충이다. 당장 눈앞의 이익 보다는 멀리 보는 원시안적 시각이 필요하다. 1차 지명 선수를 뺏기더라도 다른 우수한 선수들이 그 자리를 메워 줄 수 있는 튼튼한 뿌리를 갖추는 것이 한국 야구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몇 달 뒤면 각 구단의 1차 지명이 실시된다. NC와 KT는 각 구단이 1차 지명을 한 뒤 전체지역을 대상으로 3년간 1명씩 1차 지명을 할 수 있다. 한화와 같은 피해자가 또 나오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또한 1차 지명제도에서 NC와 롯데, SK와 KT의 지역 나누기는 새로운 문제로 대두될 전망이다. 앞으로의 문제들이 서로 윈-윈(win-win)하기위해서는 근본적인 야구 저변의 확충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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