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정현대판 캔디에 가까운 작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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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장옥정>은 <구가의 서>에게 시청률 1위를 내줬음은 물론, 직장인의 애환과 코믹요소를 적절히 버무려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직장의 신>을 단 한차례도 앞서지 못하며 시청률의 하락을 맛보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장옥정>이 보여주고 있는 식상함에 있다.
<장옥정> 제작진은 그동안 드라마가 보여준 장희빈 캐릭터에 문제를 제기하며 "진정성 있는 장희빈을 만들겠다"며 호언장담 했다. 새로운 장희빈으로 신선함을 주는 것은 물론, 공감을 이끌어 내겠다는 포부였다. 그러나 막상 <장옥정>에서의 장희빈은 기존의 장희빈보다도 매력이 부족한, 그저 그런 캐릭터로 보였다.
김태희의 연기 자체에 문제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더욱 큰 문제는 <장옥정>이 보여주는 서사구조에 있다. 하이힐이 등장하거나 장희빈이 패션 디자이너라는 설정, 죽은 후에 붙여진 시호를 사용하는 등의 역사 왜곡처럼 보이는 설정은 그렇다 치더라도, 드라마가 가져야 할 기승전결에서 <장옥정>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
첫 회부터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서사구조는 김태희를 활용한 시청률을 의식한 것이겠지만 이미 김태희에게 집중하고 있을 때 등장한 아역은 극의 흐름을 오히려 방해했다. 운명적인 사랑을 강조하며 기존 '악녀'로 여겨지던 장희빈의 삶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렸는지는 몰라도 드라마의 재미를 살리는 데는 부족했다.
이는 신선함을 노린 설정이겠지만 오히려 진부함을 피하려다 오히려 진부해지고 마는 결과를 초래했다. 기존의 장옥정이 매력적일 수 있었던 것은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경쟁자에게 저주를 퍼붓고 죽음마저 자신이 끌어들이는 주체적인 영향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희빈의 악행이 극악무도해 질수록 극의 흥행성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건 착하고 멋진 주인공이라는 공식을 배반하는 일종의 신선함이었다. 그러나 <장옥정>의 김태희는 현재 수십 번도 더 되풀이 된 착한 캔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남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할 말도 제대로 못하며 남자 주인공의 사랑에만 유일한 희망이 있는 캐릭터는 이미 질리도록 봐왔다. 전혀 새롭지 못할 뿐더러 식상하기까지 하다. 대체 어디에 진정성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운명적인 사랑'과 '삼각관계'를 강조한 모양새가 차라리 판타지 사극에 가까운 모양새로, <해를 품은 달>이나 <성균관 스캔들> 등 히트작을 의식한 선택이 아닐까 하는 의문마저 들게 한다. 그러나 다른 히트작들이 보여준 신선함은 <장옥정>에 이르러 진부함으로 변모했다.
유일하게 주목할 부분이라면 유아인의 연기 정도다. 유아인은 정통 사극 톤 역시 꽤 그럴듯하게 수행해 내며 가능성 있는 연기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해냈다. 그러나 그 외에 이 드라마가 다른 드라마에 비해 더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거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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