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은 신의 영역'이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방송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언제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때로는 꽤 괜찮은 만듦새를 자랑하는 프로그램이 동시간대 시청률 최하위를 기록하기도 하고, 때로는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만 늘어놓는 프로그램이 1위를 차지하기도 한다. 너무나도 많은 변수가 산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송가는 시청률에 일희일비한다. 지금의 시청률 집계 시스템이 완전치 못하다는 이유로 '시청률'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고민해 보자는 주장도 있지만, 여기에서는 일단 방송사의 성과를 보여주는 단적인 지표로 사용하기로 한다. 공교롭게도 지금 방송되는 월화/수목 드라마 중 시청률 최하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와 <내 연애의 모든 것>이다. 

 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의 한 장면
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의 한 장면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 논란이 드라마 잠식했다

전작 <야왕>이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던 것에 비해, <장옥정, 사랑에 살다>(이하 <장옥정>)는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1회 반짝 시청률 2위를 차지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2회부터는 쭉 동시간대 방송되는 MBC <구가의 서>, KBS 2TV <직장의 신>에 밀려 한 자릿수 시청률을 고수하고 있다.

'장희빈'이라는 친숙한 소재에 스타 배우들을 끌어다 놓고도 부진을 겪고 있는 <장옥정>을 두고 많은 의견이 오가고 있지만, 갖은 논란이 드라마 자체를 잠식한 것을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꼽을 만하다. <장옥정>은 유달리 드라마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 부수적인 이야기들이 더 널리 회자됐다.

대표적인 것이 주연 김태희의 '연기력 논란'. 또 드라마 속에 하이힐을 연상케 하는 신발이나 마네킹이 등장하고, 인현(홍수현 분)·인경(김하은 분) 등의 인물이 시호(높은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 붙여지는 이름)를 사용한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결국 이 가운데 '장옥정'은 사라지고, 논란만 남았다.

이야기 전개 방식이나 인물 설정이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해를 품은 달>과 유사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어린 시절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인연을 만든 두 주인공이 정치적 암투에 의해 순수한 첫사랑을 이루지 못한다는 설정은 어렵지 않게 <해를 품은 달>을 떠올리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장옥정> 속 숙종(유아인 분)-장옥정-동평군(이상엽 분)의 관계나 <해를 품은 달> 속 이훤(김수현 분)-허연우(한가인 분)-양명군(정일우 분)의 관계도 너무나 비슷하다. 삼각관계 설정이 거기서 거기라 할 수도 있겠지만, 거꾸로 말하면 <장옥정>에서 <해를 품은 달>을 떠올리는 것은 그만큼 <장옥정>이 자신만의 '한 방'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SBS 수목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의 두 주인공, 신하균과 이민정
SBS 수목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의 두 주인공, 신하균과 이민정SBS

'내 연애의 모든 것', 탄력 받은 로코로 반등 노린다

역시 전작 <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수목극 시청률 1위를 차지했던 것에 비해, SBS <내 연애의 모든 것>의 성적은 좋지 않다. 10%대 중반의 시청률로 종영했던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바통을 이어 받았건만, <내 연애의 모든 것>은 5%대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앞으로 <내 연애의 모든 것>은 동시간대 1위 MBC <남자가 사랑할 때>와 새로 시작하는 KBS 2TV <천명: 조선판 도망자 이야기>와 맞붙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것은 편성의 문제다. 지난 1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영섭 SBS 드라마 국장은 "<그 겨울, 바람이 분다>처럼 2회 연속 방송을 생각했었지만, 하지 못했다"며 "목요일에 1회가 방송되면서 존재감이 떨어지고, 이후 이것이 2회, 3회 시청률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비록 배우들은 제작발표회에서 '최초의 목수드라마'라고 내세웠지만, 월화/수목으로 드라마 편성이 짜여 있는 상태에서 목요일 첫 방송은 아무래도 시청자에게 익숙하진 않다. 일각에서 '차라리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스페셜 방송을 하고 다음 주 수요일에 첫 방송을 시작하지 그랬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말 그대로 '기획 판단의 실수'인 셈이다.

'정치'와 '연애' 사이의 접점이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는 점도 <내 연애의 모든 것>의 고민이다. 김영섭 국장이 "파티에 가서 절대 모르는 사람하고 정치·종교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하던데, 그 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정치는 민감한 소재다. 초반부 두 주인공이 관계를 만들어가는 로맨틱 코미디로서의 부분보다도 정치적 메시지 전달에 힘을 주면서 로맨틱 코미디를 원했던 이들의 집중도가 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회를 거듭할수록 로맨틱 코미디의 면모가 빛을 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수영(신하균 분)이 본격적으로 노민영(이민정 분)에게 호감을 표시하고, 노민영 역시 미묘한 감정에 휩싸이면서 알콩달콩한 러브라인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더해 김수영 캐릭터는 권기영 작가·손정현 PD가 전작 <보스를 지켜라>를 통해 선보이기도 했던 '찌질하지만 매력 있는 남자 주인공'의 계보를 이으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어, 시청률 반등을 기대해 봐도 좋을 만한 요소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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