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드  영화 <남자사용설명서>에서 어딘가 2% 부족한 한류 톱스타 이승재 역의 배우 오정세가 8일 오후 서울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미소를 지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남자사용설명서>에서 어딘가 2% 부족한 한류 톱스타 이승재 역의 배우 오정세가 8일 오후 서울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미소를 지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이정민

지난 14일 개봉한 영화 <남자사용설명서>는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유일한 로맨틱 코미디다. 쉴 새 없이 일했지만, 후배에게 광고주 프리젠테이션까지 밀리는 '만년 조감독' 보나(이시영)가 비디오테이프 '남자사용설명서'를 통해 다른 인생과 맞닥뜨린다는 기발한 내용을 담았다.

여기서 빛나는 인물은 여주인공을 맡은 이시영뿐만 아니다. 재수 없을 정도로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지만 결국 보나를 위해 라이벌 앞에서 무릎까지 꿇는 톱스타 이승재. 핫핑크 정장을 입고 진한 아이라인을 그리는가 하면 올 누드로 수영장을 달리는 연기도 서슴지 않은 배우 오정세는 최근 종영한 드라마 <보고싶다> 속 강력계 형사 주정명과 사뭇 달랐다.

"망가지는 것보다 이승재라는 캐릭터를 만드는 게 힘들었습니다. 잘생겼는데 까칠한, 나쁜 남자잖아요. 하지만 제 비주얼로 까칠하게 하면 그냥 나쁜 남자, 비호감이 될까 봐서요. 감독님이 많은 변화가 있는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기에 헤어도, 의상도 매번 바꿨습니다. 촬영 중반부터는 '웬만하면 아이라인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좀 더 그렸고요. 분홍색 옷을 입고 찍는 신이 첫 촬영이었는데 처음엔 '저걸 입으라고?' 했어요. 그런데 막상 입으니 연기할 때 편하던걸요. 이승재를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영화 <남자사용설명서>의 한 장면
영화 <남자사용설명서>의 한 장면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주연 제의에 스스로도 의구심...'한 방의 반전' 주려 했다"

첫 주연 제의를 받고 당황스러웠지만 배우로서 행복했다는 오정세. 스스로도 의구심을 가졌던 터라 한 방을 날려주고 싶다는 로망으로 치열하게 준비했단다. 오정세의 노력은 결국 이승재라는 인물을 "주위에 있을 법한, 현실 가능한 톱스타"이자 "땅에 발붙인 인간"으로 받아들이게 했다. "완성본을 보고 '이 영화 하기 참 잘했다' 생각했다"고 전한 오정세는 "특히 보나에게 엘리베이터에서 흠씬 맞는 신은 보너스 같은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재는 한 작품으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자존심을 벌이고 꾸준히 자기 일을 향해 나아간 인물입니다. 기본적으로 상처와 고생, 노력이 있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신은 보나의 집에서 비디오테이프를 발견한 승재가 현관을 나갈 때의 뒷모습이에요. 붕붕 뜨는 부분이 있지만 진중한 신이 있어서 균형이 맞았죠. 마음을 다 준 상태에서 자신이 이용당했다는 것을 알았을 땐 큰 상처가 있지 않을까요? 그때의 실망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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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오정세마저 연기하기 힘들었던 이승재의 모습도 있다. 누군가 자신을 알아보려 하자 눈을 모으며 "이승재 아닌데요"라고 답하고, CF 감독이 된 보나의 집 앞에서 "잤지?"라고 거듭 외치는 대목이다. 마냥 웃기려는 부분인가 싶어 촬영장에서 이원석 감독과 논쟁을 많이 했다고. 오정세는 "수없이 '잤지?'를 외치지만 매번 다른 감정을 표현하려 했다"면서 "반성하며 나를 돌아보는 감정이 담겨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밝혔다.

"주연보다 매번 성장하는 '좋은 배우'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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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오정세'가 본 비법 테이프 '남자사용설명서'의 성공 확률은 어느 정도일까. 그는 "인물과 상황에 따라 잘 활용하면 실전에서도 충분히 쓸 수 있는 기술"이라면서 "평소 그렇지 않은 여자가 마음에 드는 사람 앞에서 보여주는 미소의 임팩트는 크다. 또 얼마나 친밀도가 있는 관계인가에 따라서 스킨십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남자사용설명서'에 이은 '여자사용설명서'보다 19금 버전의 남자사용설명서가 나왔으면 좋겠단다.

"저 자신에 대한 믿음은 단역을 시작할 때부터 있었습니다.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좋은 배우가 될 거라는 생각이죠. 주연을 맡는 게 제가 생각한 좋은 배우의 종착점은 아닌 것 같아요. 이후 제게 맞는 단역이나 조연 역할이 들어온다면 할 거고요. 큰 타이틀롤보다 성장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배우가 뭐냐고요? 즐기는 거죠. 외부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그 안에서 즐겁게 작업했으면 합니다. 생각은 매번 바뀌지만, 좋은 배우란 기본에 충실하되 현장의 호흡과 분위기를 내 것으로 만들여 연기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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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좋은 배우'라는 목표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는 오정세. 그의 바람은 "대중에게 기억되지 않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작품마다 "저 사람 누구지?"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영화 관계자나 일반 관객이 저를 몰라볼 때 기분이 좋아요. 언젠가는 제 의지와 상관없이 색깔이 묻겠지만 관객은 저를 잘 몰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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