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속에서라도 들어가서, 소방관들의 위험한 삶
더타워픽쳐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싱글 대디(김상경)와 그런 아버지를 산타클로스처럼 믿고 따르는 딸의 이야기, 크리스마스마다 화재 사건 현장을 진압하기 위해서 아내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정의로운 소방대장 영기(설경구), 그리고 아들의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밤낮으로 타워팰리스에서 일하지만 결국 3달치 월급을 가불할 수밖에 없는 형편인 한 어머니의 에피소드들은 그냥 보고만 있어도 짠하게 느껴질 정도로 감정을 동요하게끔 만든다.
하지만 문제는 다수의 이야기들이 흐름을 흐트러 놓는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것은 제쳐 놓고 본다고 해도 너무나 산만하게 진행된다. 다양한 캐릭터들을 표현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 이야기를 생략했을 거라고 짐작은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면과 장면의 나열들이 딱딱 끊겨 몰입을 방해한다. 중반까지의 1시간은 그야말로 장면과 장면들을 대충 이어붙였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또 한 가지 문제점 역시 그 다수의 캐릭터로 인해서 발생한다. 그것은 영화가 말하는 문제 제기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연출자는(이것은 어느 정도 각본의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그들(보통 수준의 관객들)을 자극할 만한 사항들을 제기한다.
이것은 다분히 서민의 입장에 서 있다. 비싼 대학 등록금, 긴급상황이 닥쳐도 고위층을 먼저 생각하는 상부 관리자들의 파렴치한 모습, 위기 상황에서도 주님만을 부르짖으며 실제 상황대처에는 소홀한 교인들, 너나 나나 할 것없이 자기 먼저 살겠다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영화는 영화 곳곳에서 배열하면서 직접적으로 꼬집는다. 하지만 이런 문제제기가 단발적이고 단선적이어서 그것에 공감된다기보다는 좀 과하게 느껴진다. 그럴 듯해 보이지만 속빈 강정, 팥소 없는 진빵을 먹은 듯한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