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안산 문화예술의전당에서 2012 MBC 대기획 <안녕?!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첫 단독 콘서트가 열렸다.

30일 오후 안산 문화예술의전당에서 2012 MBC 대기획 <안녕?!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첫 단독 콘서트가 열렸다. ⓒ MBC


훌쩍, 어디에선가 소리가 났다. 대수롭지 않게 듣고 있자니 또 한쪽에서 훌쩍, 연이어 또 다른 곳에서 훌쩍.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서라운드 사운드'로 들려오는 이곳은 30일 오후 안산 문화예술의전당이었다. 세밑 한파 때문은 아니었다. 따뜻한 실내에서 코를 훌쩍이던 이들은 흐르는 눈물을 닦으면서도 큰 소리 한 번을 내지 않았다. 옆자리를 바라보니 한 청년은 아예 수건에 얼굴을 파묻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날 눈물의 릴레이는 객석에서 무대에까지 옮겨갔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은 연주를 마친 뒤 뒤돌아 눈물을 닦았다. 팝페라 가수 카이는 노래를 부르다가 목이 메어 한참을 고생했다. 그리고 이 모든 공연이 끝난 후, 텅 비어가는 관객석 앞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잠깐 울었다. 이보영 PD와 김현숙 PD, 1년간 MBC <안녕?! 오케스트라>를 이끌어온 이들이었다.

그들은 왜 연말에 모여 눈물을 흘렸을까

 30일 오후 안산 문화예술의전당에서 2012 MBC 대기획 <안녕?!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첫 단독 콘서트가 열렸다.

30일 오후 안산 문화예술의전당에서 2012 MBC 대기획 <안녕?!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첫 단독 콘서트가 열렸다. ⓒ MBC


시계를 거꾸로 돌려 30일 오후 4시 30분. 오후 5시에 시작되는 공연을 앞두고 대기실에 모인 23명의 아이들은 긴장된 모습이었다. 쉴 새 없이 악기를 연주하는 아이도, 왁자하게 어울려 떠들며 긴장감을 떨쳐내려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은 로비를 지켜볼 수 있는 TV 화면 앞에 다닥다닥 붙어서 자신이 아는 얼굴을 찾기 바빴다. 오늘은 '안녕?! 오케스트라'가 '엄마의 자장가'라는 제목 아래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를 여는 날. 1년간의 성과를 많은 이들 앞에 선보이는 날이다.

아이들의 부모도, 학교 선생님도, 친구들도 공연장을 찾았다. 뿐만 아니라 지난 9월과 10월 방송됐던 다큐멘터리 1·2부를 보고 먼 걸음을 한 시청자도 있었다. 리처드 용재 오닐과 카이의 팬들도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모였다. 그렇게 공연장은 1층부터 2층까지 1천여 명의 관객들로 가득 찼다. 아이들은 입장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매무새를 만졌다. 여자 아이들은 한 선생님의 립스틱을 빼앗아 바르며 단장을 마쳤다.

그리고, 입장할 시간. 아이들은 꽉 찬 관객석을 바라보며 자리를 찾았다. 1년간 아이들과 함께해 온 카이가 진행을 맡아 무대에 올랐다. "(아이들의) 만만한 형이자 오빠"라는 소개에 관객들도 웃었고, 아이들도 한결 편안해진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지휘자, '용재쌤' 리처드 용재 오닐이 무대에 나타났다. 관객을 등진 그가 순간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일순 눈을 빛냈고, 활을 들어 '준비됐음'을 알렸다. 리처드 용재 오닐도 팔을 들어올렸다. 공연이, 시작됐다.

 30일 오후 안산 문화예술의전당에서 2012 MBC 대기획 <안녕?!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첫 단독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지휘를 맡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30일 오후 안산 문화예술의전당에서 2012 MBC 대기획 <안녕?!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첫 단독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지휘를 맡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 MBC


 30일 오후 안산 문화예술의전당에서 2012 MBC 대기획 <안녕?!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첫 단독 콘서트가 열렸다.

30일 오후 안산 문화예술의전당에서 2012 MBC 대기획 <안녕?!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첫 단독 콘서트가 열렸다. ⓒ MBC


이후로는 앞서 이야기한 대로다. 릿타(첼로)와 완우(제1바이올린) 등이 차례로 자신의 어머니가 쓰는 언어로 '반짝반짝 작은별'을 부르기 시작했다. 한 소절씩 주고받은 이후엔 모든 아이들이 한국어로 노래를 불렀다. 합창이 끝난 후엔 본격적인 연주로 이어졌다. 이렇게 시작된 공연은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캐럴 메들리' '넬라 판타지아' 등 친숙한 곡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뿐만 아니라 이날 아이들이 직접 작곡한 '네버 엔딩 오케스트라 스토리' '겨울밤'도 첫 선을 보였다.

리처드 용재 오닐은 이날을 위해 한국을 찾은 자신의 부모님을 향해 '아베 마리아'와 '어메이징 그레이스', '섬집 아기'를 선보였다. 아버지와 함께 모차르트의 '자장가'를 연주하는 모습도 새로웠다. 바이올린에 소질을 보였던 원태(제2바이올린)는 카이와 '유 레이즈 미 업'을 멋지게 소화했다. "느낀 그대로를 뜨거운 박수로 화답해 달라"는 카이의 당부를 잊지 않은 관객들은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커다란 박수로 아이들을 응원했다.

1년을 꼬박 이 프로젝트에 매달린 리처드 용재 오닐과 카이의 감회도 남달랐다. 리처드 용재 오닐은 "오늘 공연은 기적과 같았다"며 "지난 1년은 단순히 악기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삶에 서로를 초대하는 것과 같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아이들에게도 "앞으로도 열심히 연습하겠다고 약속해 달라"며 "또 가정과 학교 생활도 충실히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 카이 역시 "무대에서 지난 1년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눈물이 났다"며 "지금의 이 기분을 아이들이 나이가 들어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3년에도 '안녕?! 오케스트라' 공연은 열려야 한다

1시간 40여분에 걸친 공연이 끝나고 다시 찾은 대기실은 여전히 시끌시끌했다. 지난 11월 아이들의 합숙장을 찾았던 기자를 기억하는 몇몇 아이들은 알은체를 했다. "선생님! 저 진짜 많이 틀렸는데, 들렸어요?"라고 묻는 건 평은이(첼로). 지난 기사에서 '버스커버스커의 소녀 팬'이라고 묘사한 것을 읽은 학교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네가 무슨 소녀 팬이냐'는 타박을 들었다는 후일담도 함께다. "하나도 안 들렸고, 잘 했다"고 답하니 기쁜 듯 목소리를 높였다.

양주에서부터 먼서 스스럼없이 다가와 줬던 한위(제1바이올린)는 눈물을 글썽이며 양 팔부터 벌렸다. 토닥이며 "잘 했다"는 말에 기운을 찾더니만 한위는 쥐고 있던 수첩을 빼앗아 들고 되레 "공연은 어땠냐"고 물었다. 소감을 말하니 그걸 적고는 덤으로 그림까지 그려 주는 '센스'를 보였다. 다시 수첩을 받아들고, "오늘 공연은 몇 점짜리야?"라고 물으니 대번 한위는 "100점!"이라 답했다. 큰일을 마쳤다는 뿌듯함이 얼굴에 가득했다.

이렇게 안부를 묻고 있으니 아이들의 가족들과 리처드 용재 오닐, 카이, 김정선 음악감독까지 속속 대기실로 모여 들었다. 이들도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하나같이 상기된 표정이었다. 초대로 이곳을 찾은 이자스민 의원(새누리당)도 "한참을 울었다"며 "너무 잘 봤다"는 소감을 전했다. 다시 감동이 밀려온 듯 눈물을 닦던 그는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며 한참동안 대기실을 떠나지 못했다.

 30일 오후 안산 문화예술의전당에서 2012 MBC 대기획 <안녕?!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첫 단독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리처드 용재 오닐이 아버지와 함께 '자장가'를 선보였다.

30일 오후 안산 문화예술의전당에서 2012 MBC 대기획 <안녕?!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첫 단독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리처드 용재 오닐이 아버지와 함께 '자장가'를 선보였다. ⓒ MBC


공연 후 대기실에선 생일을 맞은 리처드 용재 오닐을 위한 깜짝 파티도 열렸다. 축하 노래를 부르던 아이들은 이내 그의 얼굴에 크림을 묻히기 시작했고, 그의 부모님은 이 광경이 흐뭇한 듯 연신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몇몇 아이들의 표정이 어둡다. '안녕?! 오케스트라'가 계속 활동할 수 있을까를 걱정하는 것이다. 이를 눈치 챈 듯, 김정선 감독은 "내년에도 열심히 하자!"는 말을 건넸다. 아이들은 반색하며 "내일 연주회도 한 번 더 해요!"라고 화답했다.

참, 다큐멘터리 내내 모자를 쓰고 있던 선욱이(비올라)는 이날 모자를 벗었다. "중간에 벗겨졌는데, 다시 쓰기가 그래서 쭉 있었다"는 것이다. 악장인 준마리(제1바이올린)도 오케스트라가 생긴 이후 "원래 말이 많던 아이들도, 말이 없던 아이들도 전부 말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선욱이가 모자 없이 연주하고,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는 일이 늘어난다는 것, 바로 '안녕?! 오케스트라'가 계속되어야 할 중요한 이유다. 이날 "곧 여름방학 때처럼 연습해야 한다"는 김현숙 PD의 말에, 선욱이는 미소를 지으며 공연장 문을 나섰다.

연습은 계속되지만, 사실 아직 '안녕?! 오케스트라'의 앞날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제작진은 "우리도, 리처드 용재 오닐도 오케스트라를 계속할 방법을 찾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이날 공연의 감동을 전할 다큐멘터리 3·4부는 오는 2월 방송될 예정이다. 또한 아이들의 지난 1년 간 성장을 담은 책도 5월께 출시되며, 다큐멘터리는 극장판으로도 관객을 찾을 전망이다.

 30일 오후 안산 문화예술의전당에서 2012 MBC 대기획 <안녕?!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첫 단독 콘서트가 열렸다. 악장 준마리(왼쪽)과 단원들의 멘토로 활약한 팝페라 가수 카이.

30일 오후 안산 문화예술의전당에서 2012 MBC 대기획 <안녕?!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첫 단독 콘서트가 열렸다. 악장 준마리(왼쪽)과 단원들의 멘토로 활약한 팝페라 가수 카이. ⓒ MBC


 30일 오후 안산 문화예술의전당에서 2012 MBC 대기획 <안녕?!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첫 단독 콘서트가 열렸다.

30일 오후 안산 문화예술의전당에서 2012 MBC 대기획 <안녕?!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첫 단독 콘서트가 열렸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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