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만 같았다. 2위 인천 전자랜드와 9위 원주 동부의 3라운드 맞대결이 열린 28일 인천삼산 실내체육관에서는 두 팀의 순위를 떠나 근래에 보기 힘든 최고의 접전이 펼쳐졌다.

28일 드라마의 클라이맥스는 경기 종료 23초전부터였다. 종료 23초를 남긴 상황에서의 스코어는 전자랜드의 83-81 리드. 에이스 김주성이 5반칙으로 나간 동부는 대역전패의 희생양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김주성의 5반칙 퇴장으로 인해 코트에 들어온 진경석이 23초를 남기고 이 날 자신의 유일한 점수인 3점슛을 성공시키며 84-83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여기까지도 드라마는 충분히 훌륭했다. 그렇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전자랜드는 작전타임 후의 공격 기회에서 5초를 남기고 포웰이 깨끗한 중거리 슛을 성공시키며 85-84로 재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동부는 종료 2초를 남긴 상황에서 전자랜드의 수비가 붕괴된 틈을 타 이광재가 유유히 골밑으로 파고들며 레이업슛을 성공시켰고 경기는 동부의 86-85 승리로 종료됐다.

이처럼 승리한 동부와 패배한 전자랜드는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명승부를 펼치며 농구팬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하지만 패배한 전자랜드는 물론이고 승리한 동부도 마냥 기뻐하기만 할 수는 없었던 28일 경기였다. 각 팀의 입장에서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 살펴보자.

인천 전자랜드, 1위 추격 실패

전자랜드는 지난 수요일 모비스와의 공동 2위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두며 단독 2위로 올라섰다. 3강을 이루고 있던 모비스를 격파한 전자랜드는 앞으로 SK와 함께 2강 구도를 형성해 나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생각지도 못했던 9위 동부전에서 패배를 당하며 같은 날 삼성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모비스에 다시금 공동 2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1위 SK와의 승차를 2경기로 좁힐 수 있는 기회를 놓치며 SK와의 승차가 어느덧 3경기차까지 벌어졌다.

특히 동부전에서 마지막 2초를 남기고 패한 것에 따른 충격은 단순한 '1패' 그 이상이었다. 후반전에 보인 엄청난 추격적은 분명 강팀 다웠지만 프로 경기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마지막 장면에서의 수비 실수로 인한 재역전패는 두고두고 선수들의 마음속에 아쉬움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패배는 자칫 전자랜드의 다음 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원주 동부, 전반과는 다른 후반

9위 원주 동부는 2위 인천 전자랜드를 잡아내며 기분 좋은 승리를 챙겼다. 그리고 시즌 첫 3연승도 달성했다. 앞선 2연승 동안 승리한 팀이 최하위 KCC와 중위권의 LG였다면 상위권의 전자랜드까지 잡아내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음을 농구팬들에게 확실히 알린 것이다.

진경석의 믿기지 않는 역전 3점슛, 그리고 마지막 이광재의 레이업슛 등으로 유쾌한 승리를 거둔 동부. 하지만 재역전승으로 인해 가려진 문제점이 있었다. 전반과 후반의 지극히 대조되는 경기력이 바로 그것이다.

전반을 50-40으로 앞선 동부는 후반이 시작되자 전반과 완전히 다른 경기력을 보였다. 주축 노장 선수들이 체력적인 문제점을 드러내며 턴오버를 연발했고 야투는 번번이 림을 외면했다. 그로 인해 동부는 10점 이상 리드하던 경기에서 전자랜드에 역전을 허용하며 패배 직전까지 몰렸고 종료 2초를 남긴 상황에서 힘겹게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승리'를 거뒀지만 후반만 되면 무너지는 패턴이 다시 반복된 점은 3연승을 달린 동부의 앞으로의 일정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경기를 지켜본 농구팬들은 마지막까지 숨 막히는 접전을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패배한 팀은 패배한 팀 나름대로, 그리고 승리한 팀은 승리한 팀 나름대로 아쉬움과 문제점을 남긴 28일 경기. 명승부를 펼친 두 팀이 각각의 아쉬움과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관심있게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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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동부 인천전자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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