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초를 남기고 승부가 갈린 극적인 경기였다. 그리고 승자는 동부였다.

28일 인천 삼산 월드 체육관에서 열린 2012~13 KB 국민카드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와 원주 동부 양팀 간의 올 시즌 3R 맞대결에서 동부가 이승준(24점 7리바운드)과 김주성(19점 8어시스트) 트윈 타워의 활약과 이광재(13점)의 결승득점을 앞세워 리카르도 포웰(26점 4리바운드 4어시스트)이 분전한 전자랜드에 86-85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시즌 첫 3연승에 성공한 동부는 8승 17패를 기록, 이날 경기가 없었던 8위 부산 KT(10승15패)와의 승차를 2경기차로 좁혔다.

반면, 17점차를 뒤집는 저력을 보였으나 아쉽게 패한 전자랜드는 시즌 8패(17승)째를 기록하면서 삼성을 71-56으로 꺾은 모비스에게 공동 2위를 허용했다.

동부와 전자랜드의 운명을 가른 '두 가지 변화'

시즌 전만 해도 동부가 9위를 달릴 것이라고 예상했던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동부는 올 시즌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유가 뭘까?

지난 시즌까지 동부의 가장 큰 키워드는 '높이와 수비'였다. 그러나 올 시즌 수비자 3초룰이 폐지되고, 외국인 선수 선발 제도가 자유계약제에서 드래프트제로 전환되면서 큰 피해를 보고 말았다.

일단 수비자 3초룰 폐지로 '동부 산성'으로까지 불리던 동부의 수비력은 무뎌졌다. 지난 시즌 67.9실점(1위)이었던 수치가 올 시즌 73.9점(7위)로 올라간 것만 봐도 동부의 느슨한 수비력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공, 수에서 맹활약을 펼치던 윤호영의 군입대와 야심차게 영입된 이승준의 부진은 동부에게 악재였다.

여기에 팀의 버팀목이었던 로드 벤슨을 외국인 선수 선발 제도의 변화 때문에 고스란히 내준 것도 불운이었다. 브랜든 보우만과 저마리오 데이비슨을 드래프트를 통해 뽑았으나 데이비슨은 시즌 전 KBL 경력자 빅터 토마스로 교체됐고, 이후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가드형 외국인 선수인 리처드 로비와 줄리안 센슬가 뛰고 있으나 별다른 재미를 못 보고 있다.

그만큼 동부 입장에서는 수비자 3초룰 폐지와 외국인 선수 선발 제도 변화로 직격탄을 맞은 것이었다.

반대로 전자랜드는 올 시즌 2위까지 치고 올라갔을 만큼 '돌풍의 팀'으로 군림하고 있다. 그러나 원인 없는 결과는 없는 법. 전자랜드가 이렇게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외국인 선수 선발의 성공과 더불어 주태수/이현호와 같은 국내 빅 맨의 활약 덕분이다.

포웰의 경우는 개인기와 공격력은 뛰어났으나 작은 신장(196.8cm)때문에 그의 선발을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포웰, 문태종에 대한 매치업을 이룰 수 있는 팀이 많지 않은데다 승부처에서 보여주는 해결사 기질은 그의 선발이 성공임을 증명했다. 여기에 포웰을 뒷받침하는 수비형 센터 카스토 역시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여기에 이현호, 주태수 등은 물론이고, 이현민, 강혁, 정병국 같은 앞선의 가드진까지 올 시즌 폐지된 수비자 3초룰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도움 수비와 지역방어를 펼치면서 수비적인 부분에서도 팀을 훨씬 강화시켰다.

결국 이날 동부와 전자랜드의 맞대결은 올 시즌 변화된 두 가지 제도의 가장 큰 수혜자와 피해자가 만난 셈이었다.

전반 공격 앞세워 10점을 앞서간 동부 

동부는 경기 초반에는 식스맨을 내세워서 전자랜드의 예봉을 꺾겠다는 심산이었다. 전자랜드 역시 이현민-차바위-문태종-이현호-카스토로 포스트 쪽에서 수비가 좋은 이현호, 카스토를 먼저 내세웠다.

일단 초반 분위기는 동부가 나쁘지 않았다. 로비의 적극적인 골밑 공격을 앞세운 동부는 비교적 전자랜드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이현민과 정병국 두 가드의 득점이 살아나면서 분위기는 서서히 전자랜드쪽으로 흘러갔다. 여기에 문태종의 3점포로 1쿼터 종료 4분 2초를 남기고 17-9까지 앞서갔다.

그러나 1쿼터 중반 김주성, 박지현, 이광재 등 주전이 모두 투입된 이후 동부 역시 만만치 않은 추격전을 펼쳤다. 김주성의 골밑 득점을 시작으로 이승준의 연속 7득점이 터지면서 1쿼터 종료 15.6초를 남기고 20-21까지 따라 붙었다.

2쿼터 들어서도 동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승준의 호쾌한 덩크로 역전에 성공한 동부는 이후 김주성, 센슬리의 골밑 득점이 살아나고, 이광재까지 3점포 지원사격에 나서면서 2쿼터 종료 4분 36초를 남기고 33-27까지 앞서갔다.

반면, 전자랜드는 포웰이 고군분투했으나 다른 국내 선수의 득점이 너무 부족했다. 그나마 이현호가 3점슛을 터뜨렸지만, 동부는 2쿼터 막판 스틸에 이은 속공 득점에 연이어 성공했다.

결국 동부는 김주성, 센슬리의 득점까지 터지며 전반을 50-40으로 앞섰다. 그나마 전자랜드는 이현민이 버저비터 3점슛을 성공시켰으나 전체적으로 공격이 너무 풀리지 않은 2쿼터였다.

17점차를 뒤집은 전자랜드, 재역전에 성공한 동부 

3쿼터는 그야말로 폭풍이 몰아쳤다.

이광재의 3점포와 박지현의 속공에 이은 레이업 득점으로 기선제압에 성공한 동부는 김주성까지 3점 플레이에 다시 한 번 이광재가 3점포를 작렬, 3쿼터 4분 51초가 지난 시점에서 63-46까지 점수차를 벌렸다.

주태수의 연속 6득점 이외에 이렇다할 득점을 못하던 전자랜드는 차바위의 연속 5득점으로 추격의 불을 당겼다. 이후 휴식을 취하고 나온 포웰과 강혁이 나란히 연속 4득점에 성공한 전자랜드는 4쿼터 종료 1분을 남기고는 59-63, 4점차까지 따라 붙었다. 결국 3쿼터 역시 65-61 동부의 4점차 리드로 끝났지만, 분위기만큼은 전자랜드가 확실히 움켜쥔 3쿼터였다.

기어이 4쿼터 52초만에 전자랜드는 강혁과 포웰의 연이은 3점포로 67-67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주태수와 강혁의 스틸에 이은 연속 득점으로 4쿼터 3분이 경과한 시점에서는 73-69로 한 발 앞서나갔다. 곧바로 동부 로비의 3점슛이 터진 이후 양 팀은 한골차 승부를 계속해서 이어갔다. 전자랜드는 정병국과 강혁의 득점으로 달아났지만, 동부 역시 김주성과 이승준의 골밑 득점과 자유투로 따라붙었다.

결국 승부는 4쿼터 1분여를 남기고 갈렸다.

동부가 4쿼터 종료 43.7초를 남기고 팀의 기둥인 김주성이 5반칙 퇴장을 당하면서 위기를 맞는 듯 했으나 오히려 23.3초를 남기고 터진 진경석의 기습적인 3점포로 84-83으로 재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전자랜드 역시 연이은 공격에서 5.6초를 남기고 터진 포웰의 중거리 슛으로 85-84로 경기를 뒤집었다.

5.6초를 남기고, 마지막 공격권을 잡은 동부는 이광재가 완전히 골밑이 빈 것을 보고, 돌파에 이은 레이업 득점에 성공하면서 86-85로 경기를 뒤집었다. 전자랜드는 2.4초를 남긴 상황에서 차바위가 먼 거리에서 3점슛을 노렸으나 공은 아쉽게 림을 맞고 나왔다.

동부는 지옥까지 갔다가 어렵사리 천국으로 돌아왔고, 전자랜드는 대역전극 직전에서 이광재에게 허무하게 골밑 찬스를 내줘 패배를 곱씹은 경기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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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인천 전자랜드 원주 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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