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과 김민아 아나운서가 쓴 <토크 토크 야구>
형설출판사
2010년 5월 인터뷰 후, 고 송지선 아나운서와 반 년 가까이 흔한 안부 문자도 주고받지 않았다.
그 정도 친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주 사소한 사건하나로 인해 송 아나운서를 좀 더 잘 알게 됐다. 잘못 전송한 '문자'덕분이었다.
2011년 초, 지갑을 분실해 친구에게 '속상한 마음'을 담은 문자를 보낸 적이 있다. 그런데 경황이 없던 탓에 문자를, 비슷한 이름의 송 아나운서에게 잘못 보냈던 모양이다. '반말과 짜증'섞인 문자였기에, 받는 사람입장에서 당황스럽고 화가 날 법 했다.
그런데, 송 아나운서의 반응은 달랐다. "잘 지내냐"는 안부와 함께, 장문의 문자로 '지갑분실'에 대해 걱정을 해줬다. '진심'으로 걱정해준다는 것만큼, 상대방에게 감동을 주는 일이 또 있을까?
그 후로, 친해져서 고인과 이런저런 사안에 대해 좀 더 자유롭게 대화를 했다. 특히 그녀는 '자신의 야구 방송'에 대한 평가를 듣는 부분에 있어서, 열정적이었다. 작은 의견도 놓치지 않고, 귀 기울였다. 당시 그녀의 열정에 반해,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던 중, 하루는 난감한 문제에 부딪쳤다. 2011년 4월, 송 아나운서가 야구 방송 중에 LG팀은 "○○팀의 밥"이라고 한 발언이 LG 팬들의 입방아에 오른 것이다. 양 팀 전적을 바탕으로 한, 비유적 표현이었다.
결국 그녀의 미니홈피 등에 비판, 비난 댓글이 가득찼다. 인신공격성 발언도 많았다. 당시 송 아나운서와 그 문제로 대화를 많이 했다. 그때 송 아나운서는 의도와 다르게 LG팬들이 화가 난 것에 대해, 많이 아파했고, 속상해했고...그리고 미안해했다.
나는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것이니, 굳이 대응하지 말고 그냥 대범하게 넘어가세요"라고 조언을 했다. 하지만 고인의 생각은 달랐다. 용기를 내어, 방송에서, 예정에 없는 '사과' 코멘트를 했다. 하지만 사과 후에도, 한동안 비난 여론은 높았다.
그래도 송 아나운서는 후련해 보였다. '사과'를 하는 용기를 냈고, 자신의 발언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사과 방송 후, 그녀와 짧게 통화를 했다. 그때 그녀가 깊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전, 정말 큰 용기를 내서 사과를 한 건데, 여전히 비난을 하니까 아쉬워요. 그래도 언젠가는 (LG팬들도) 마음을 알아주겠죠?"송지선 아나운서가 운명한 후, 어떤 야구팬들은 자신들이 남긴 악플, 비난에 죄책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정말, 악플과 비난은 상대방을 아프게 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다른 누군가에 대해 안 좋은 말을 쓸 때는, 상대방의 마음을 한 번 쯤 헤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죄책감은 갖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내가 기억하는 고인은, 야구팬들을 미워한 적이 없으니까, 아니 어쩌면 그녀는, 누구를 미워한다는 것을 잘 몰랐던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LG팬들에게 '사과'한 것을 뿌듯하게 생각했고, 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수히 쏟아지던 인신공격성 글도 담담히 견뎌냈다. 그러니 자신이 쓴 글로 인해, 미안함을 느끼는 야구팬들이, 부디 그 죄책감을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죄인은 야구팬들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