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의 맏형 강호동은 타고난 리더쉽과 특유의 친화력으로 방송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KBS
'1박 2일'의 테마는 여행이다. 멤버들은 말 그대로 1박 2일 동안 대한민국의 어딘가로 여행을 떠난다. 익히 알려진 관광지뿐만 아니라 휴대폰조차 터지지 않는 산간의 오지와 뱃길만 몇 시간이 걸리는 외딴 섬에까지 그들의 발길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자연경관을 카메라에 담고, 멤버들의 감탄이 추임새로 녹아든다. 실로 멋진 그림이 매회 만들어진다.
그러나 '1박 2일'은 여행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여행 '예능'이다. 그래서 제작진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식욕과 수면욕을 걸고 멤버들을 '야생'으로 내몬다. 여행하며 경치를 보여주는 사이사이, 식사와 잠자리를 걸고 복불복 게임을 한다. 그리고 강호동은 그 두 가지에 있어 가장 특화된 MC였다. 그는 대식가이며 미식가이고, 모래판을 휘저었던 천하장사 출신답게 게임으로 모든 걸 결정하는 승부의 장에서도 최고였다.
나영석 PD와 제작진이 멤버들을 야생으로 내몰 판을 마련하면 그 위에서 멤버들에게 파이팅을 밀어 넣는 것은 온전히 그의 몫이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필사적으로 미션과 게임에 매달렸고, 멤버들이 그를 따르며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하는 사이, 깨알 같은 재미와 웃음이 만들어져 '1박 2일'을 예능으로 있게 했다.
그러나 '1박 2일'은 야생 버라이어티인 동시에 리얼 버라이어티이기도 했다. 제작진이 짜놓은 판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주어진 길 대로만 움직인다면 그것은 단지 녹화 장소만 야외로 바꾼 스튜디오 예능에 지나지 않을 터. 리얼 버라이어티가 되기 위해 '1박 2일'에는 제작진과 시청자가 예상하지 못한 그 어떤 '반전'이 필요했고, 강호동은 바로 그 반전을 일으켜 방송에 리얼함을 더할 줄 아는 MC였다.
그는 제작진의 결정에 마냥 순종하지 않았다. 특히 먹을 것과 관련된 일일 때, 그는 제작진에게 조금의 틈이라도 보이는 순간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제작진을 협상 테이블로 끌고 나온다. 그렇게 해서 멤버들과 합심해 새로운 게임, 색다른 미션을 만들어낸다.
미션을 진행함에 있어서도 그는 '의외성'을 놓치지 않는다. 멤버들끼리 팀을 나눠 레이싱을 하는 동안에도 그는 목적지까지 전력으로 달리는 것만 생각하지 않는다. 늘 주변을 살피며 돌발 상황을 일으킬 만 한 변수가 없는지 찾는다. 그래서 다 졌던 게임을 막판에 역전하기도, 반대로 다 이겼던 게임을 내주기도 하며 방송에 리얼함을 더했다.
2010년 하반기, 김C와 MC몽이 빠지고 5인 체제가 되었음에도 '1박 2일'이 크게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던 데에는 두 사람 이상의 몫을 해내는 강호동이 중심을 잡고 버틴 것이 크게 작용했다. 위기의 순간에도 멤버들을 다독이고 나영석 PD를 비롯한 제작진과 머리를 맞대며 노력한 결과였다. 그는 양준혁, 이만기 등 멤버들이 빠진 자리를 대신해서 화면을 채우고 방송에 재미를 더 할 수 있는 인물이라면 가리지 않고 즉석섭외에 들어갔고, 그 대상에는 제작진과 일반시민 등 누구도 예외가 없었다.
타고난 리더십과 특유의 친화력으로 방송을 이끌던 강호동의 하차는 그래서 다른 멤버들의 그것과는 격이 달랐다. 종영까지 남은 기간은 약 5개월. 언론과 대중은 그가 빠진 '1박 2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5인 체제의 위기 탈출방법은 바로 개별 미션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