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록 레스너 vs 알리스타 오브레임 UFC141 계체량 현장에서 서로를 응시하는 두 선수.

▲ 브록 레스너 vs 알리스타 오브레임 UFC141 계체량 현장에서 서로를 응시하는 두 선수. ⓒ UFC.com


일전에 '더 비스트' 밥 샙,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과 같은 거구의 선수들이 괴물 같이 압돚거인 신체 능력을 앞세워 격투계에 대 파란을 일으킨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에만 해도 기술은 힘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정설인 것처럼 받아들일 정도로 굉장한 임펙트였는데, 이 선수들은 결국 기술과 체력이라는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추억의 뒤편으로 사라졌었다.

그런데 유행은 언제나 되풀이 된다고 했던가? 패션 못지 않게 격투기도 복고 열풍이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과거의 괴물을 연상시키는 선수들이 하나 둘 활약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런 거구의 선수들이 가진 특유의 약점인 기술적 한계와 체력 부족을 어느 정도 극복한 채로 말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던 선수들은 다시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전 UFC 챔피언 '주짓수 아티스트' 프랭크 미어가 그랬고, 한 때 부동의 세계 랭킹 1위를 고수하던 '황제' 에밀리아넨코 효도르마저도 그러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데, 이 괴수들 사이에서도 압도적인 신체능력으로 헤비급 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두 선수가 맞붙는다니 우리는 또 다시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바로 코 앞으로 다가온 '괴물 레슬러' 브록 레스너와 '괴물 타격가' 알리스타 오브레임의 대결이다.

이 둘의 대결은 UFC 역사상 메인 매치에서 치러진 경기들 중 가장 '빅'한 경기임이 틀림없다. 신장 도합 387cm, 체중 도합 240kg에 육박하는 이 둘은, 이 몸무게를 다른 대상과 비교하는 동영상으로도 경기가 홍보 되었을 정도. 두 선수의 몸무게는 5명의 옥타곤 걸의 몸무게와, 709개의 캔 맥주의 무게와도 같다고 하니 이 경기의 거대함이 가히 짐작 가리라 생각한다.

또 이 두 선수는 거대하다는 점 말고도 거구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기술력을 지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레스너는 엘리트 레슬러, 오브레임은 엘리트 타격가라는 점이다. 레스너와 오브레임은 신체적으로 괴물일 뿐만 아니라 각각 대학 레슬링과 입식타격 무대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바 있는 실력파 강자.

만일 단순 괴물들 간의 경기였으면 지금과 같은 기대를 모으지 못했겠지만 기존의 선수들 마저 뛰어 넘는 기술력까지 겸비한 차세대 괴물들의 격돌이기에 세계적인 관심과 기대를 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기대가 큰 만큼 걱정되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술력이 뛰어나긴 하지만 서로 반대되는 부분이고, 워낙 초반 승부를 좋아하는 이들이기에 경기가 너무 빨리 끝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오래 기다려온 경기가 순식간에 끝나버리는 것을 반길 팬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시각을 바꾸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판정승부는 나지 않을 화끈한 승부가 될 것이라고도 바꾸어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 게다가 오브레임과 레스너는 서로 앙숙인 것처럼 헐뜯고 부셔버리겠다고 호언장담 하고 있으니, 걱정이 오히려 기대감으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거대하고 기술적으로도 완성된 두 괴물들의 대결. 이 경기의 결과는 서로의 전략과 오브레임의 레슬링 실력 향상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팬들이 레스너가 몇 번의 타격전 이후 하단 태클을 노릴 것이라 예상하면서 오브레임의 카운터 니킥, 길로틴 초크가 변수가 될 것이라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레스너는 클린치 상황을 노리며 비교적 안전한 중단에서의 테이크 다운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전 UFC 챔피언이자 브록 레스너와 수 차례 경기를 치룬 바 있는 프랭크 미어 역시 이와 같은 경기 양상을 예측한바 있다.

반면 오브레임으로서는 의외로 긴 레스너의 리치와 클린치 상황을 피하면서 타격전을 유도해야 승리에 더욱 가까워 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현 UFC 챔피언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의 견해처럼 승부는 일어나야 알 수 있지만 더 많은 기회를 가진 것은 레스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입식 타격만 허용되는 k-1 무대에서도 '벌목꾼' 피터 아츠, '악동' 바다 하리 등 기라성 강자를 KO로 꺾은 오브레임의 파괴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전신을 덮은 근육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 방은 아무리 내구성이 좋은 레스너라도 걸리면 쓰러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으면서 인간의 경지를 뛰어 넘은 선수들의 대결인 이 경기. 게다가 승리하는 선수는 내년에 현 챔피언 '숫사자'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와 헤비급 타이틀전을 치를 예정이니, 더욱 기대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바로 이런 요인들이 우리가 2011년 마지막 날 아침부터 UFC141을 시청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될 것이다. 격투팬들이라면 UFC141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해보는게 어떨까? 밀려오는 한 해의 아쉬움도, 다음 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마저 날려버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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