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피겨스케이터 박소연 선수
국가대표 피겨스케이터 박소연 선수곽진성

대한민국 피겨 국가대표 박소연(14)은 '웃음꽃' 스케이터다. 추운 태릉 실내빙상장의 분위기 속에서도 밝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넘어져도, 슬퍼도, 미소가 가득한 그녀는 마치 얼음위의 '캔디' 같다.

박소연 선수의 웃음 바이러스는 매일매일 국가대표팀 동료들에게 퍼진다. 웃음 많고, 장난기 가득한 14살 소녀의 존재는 피겨 국가대표팀에 있어 알토란같은 존재. 태릉에 음악이 흐르면…. 박소연 선수는 은반 위에서 놀라운 변신을 시작한다.

장난기 많은 소녀는 은반 위의 '에스메랄다'가 돼 예술 같은 연기를 선보인다. 빙판 위에서 열정을 다하는 그녀의 등 뒤로, '대한민국 피겨의 미래'라는 날개가 돋아나고 있는 듯하다. 97년생 동갑내기 동료들과 함께 한국 피겨의 내일을 여는 박소연 선수를 만나봤다.

얼음나라에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

 국가대표 박소연 선수, 김민석 선수를 보며 환하게 웃고있다
국가대표 박소연 선수, 김민석 선수를 보며 환하게 웃고있다곽진성


지난 11일, 낮 12시 30분. '쿵'소리와 함께 난데없는 웃음소리가 태릉 실내 빙상장에 가득 울려 퍼졌다. 피겨 남자 국가대표 김민석(19) 선수가 훈련 도중, 그만 미끄러져 넘어진 것이다. 그런데 넘어진 김민석 선수를 향해 한 스케이터가 재빠르게 다가왔다.

인터뷰의 주인공 박소연(14) 선수였다. 걱정스런 표정으로 다가온 그녀는 김 선수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도 '이상 없음'을 확인한 박 선수, 잠시 후 태릉이 떠내려갈 듯 크게 웃었다.

"오빠~! 으하하하하하!"

박 선수의 웃음에, 넘어졌던 김민석 선수가 멋쩍은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다른 국가대표 동료들의 표정에는 미소가 번졌다. 북극을 연상케 하는 태릉의 추위, 하지만 한 스케이터의 웃음이 국가대표팀의 분위기를 난로처럼 따뜻하게 만들었다.

 국가대표 박소연
국가대표 박소연곽진성

재밌는 스케이터 박소연을 파헤치기 위해, 인터뷰를 시작했다.

- 안녕하세요. 박소연 선수.
"안녕하세요."(웃음)

첫 인사부터 웃음이 가득한 박 선수, 기자는 제일 먼저 올 시즌(2011) 참가했던 세계 주니어 GP에 대해 물음을 먼저 건넸다. 이번 시즌 박 선수는 주니어그랑프리 5차 6위, 6차 4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특히 6차 대회에서는 자신의 시즌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성장의 날개를 활짝 펼쳤다.

 박소연 선수의 이너바우어
박소연 선수의 이너바우어곽진성

- 피겨 주니어 GP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셨습니다! 우선, 축하드려요"
"감사해요. 첫 출전한 주니어 GP 무대라서…. 그냥 좋은 경험이 되겠거니 생각했어요. 근데 첫 출전한 5차 대회 때 다른 선수들이 기본적으로 트리플 점프를 몇 개씩 뛰니까, 얼마나 큰 무대인지 실감을 했어요. 그래서 떨리기는 했지만 재밌었습니다. 배울 것도 많았거든요.(웃음)"

- 5차 대회도 대단했지만, 세계 4위를 차지했던 6차 대회도 굉장했죠?
"네. 6차 대회 때는 관중들이 많았어요. 티켓까지 끊어서 입장을 할 정도였거든요. 사실 대회 연습 때 트리플 플립 점프를 못 뛰어서 걱정을 했어요. 그런데 시합에서 되는 거예요. 연습 때 못했던 클린 점프를 해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6차 대회는 4위까지 갈라를 했어요. 갈라 무대에 서서 매우 즐거웠어요."

좋아하는 스케이터? "음…, 연아 언니요!"

 태릉 실내 빙상장의 박소연 선수
태릉 실내 빙상장의 박소연 선수곽진성

박소연 선수는 세계 주니어 무대 상위권을 기록한 자신의 프로그램에 대해 애정 어린 소개를 해줬다. 또 작년에 비해 발전한 자신의 기량에 대한 평가도 했다.

- 2011시즌 프로그램 소개 좀 부탁해요.
"제 쇼트 프로그램(<시크릿가든> OST)은 일단 부드러워요. 표정 연기에 신경 많이 썼어요. 부드러운 동작과 표정에 주안점을 뒀어요. 프리 스케이팅(<엘리자베스> OST)은 쇼트에 비해 좀 더 강렬하게 했고, 음악에 맞춰 표정도 진해요." 

- 작년에 비해 기술적인 부분에서, 발전된 면이 있나요?
"작년보다 점프를 쉽게 뛸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몸으로 느껴지거든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작년보다 점프가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넘어짐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피겨 국가대표
넘어짐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피겨 국가대표 곽진성

- 한동안 부상 때문에 연마했던 더블 악셀-트리플 토 콤비네이션 점프를 뛰지 못했잖아요. 국제심판 고성희 선생님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많이 아쉬워 하셨는데. 본인 심정은 어땠나요?
"네! 저도 아쉬웠어요!"

- 랭킹 대회가 얼마 안 남았는데, 요즘 컨디션은 어때요?
"괜찮아요!(웃음)"

다음 질문은 배우고 싶은 스케이터에 대한 것이었다. 많은 피겨 국가대표들이 이 질문에 "김연아 선수"라고 답했다. 인터뷰 기사를 쓰는 입장에선, 매번 똑같은 답변이라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이번엔 뻔한 답변을 피하기 위해, 질문 방법을 조금 바꿔봤다.

- 역사상, 그리고 세계적으로 좋은 스케이터가 많이 있자나요. 카트리나 비트 선수도 그렇고, 콴 선수도 그렇고, 혹 배우고 싶은 스케이터가 있나요?"
"음…. 음…. 연아 언니요!"

 환하게 웃는 박소연 선수, 배우고 싶은 스케이터는 역시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다
환하게 웃는 박소연 선수, 배우고 싶은 스케이터는 역시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다 곽진성

- 어떤 면에서요?
"피겨에 대해 모든 걸 다 잘하니까요. 전 그런 연아 언니를 닮고 싶어요.(웃음)"

박소연 선수는 태릉에서 함께 훈련하는, 올림픽 챔피언 김연아 선수를 닮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97년생 라이벌들에 관한 질문이었다. 대한민국 피겨 국가대표 10인 중에는 97년생 여자 싱글 5인방이 있다. 박연준, 김혜진, 이호정, 조경아, 박소연이 바로 그들이다.

서로 돈독한 우정을 자랑하지만, 코앞으로 다가온 랭킹 대회를 앞두고, 서로 경쟁심이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질문을 던지려는 찰나, 인터뷰 현장에 이상한 아이(?)들이 등장했다.

97년생 국가대표, 많이 응원해주세요!

 국가대표 피겨 스케이터 김해진 선수, 인터뷰 현장에 등장해 셀카를 찍고 있다.
국가대표 피겨 스케이터 김해진 선수, 인터뷰 현장에 등장해 셀카를 찍고 있다.김해진
"저 사진기 구경해도 되죠? 소연아 내가 사진 찍어줄게!" (김해진 선수)
"히히히."  (조경아 선수)

97년생 동갑내기 국가대표 김해진, 조경아 선수였다. 김해진 선수는 조작이 쉽지 않은 DSLR 카메라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며 셀카를 찍은 후, 박소연 선수를 촬영하는 사진기자로 변신했다. 서로를 보며 활짝 웃는 14살 선수들의 우정은 변함없이 탄탄했다.

- 박소연 선수, 동갑내기 스케이터 김해진, 이호정, 조경아 선수에 대해 평가하자면요?
"해진이는 친구들한테 되게 잘해주고 착해요. 호정이도 마찬가지에요. 경아도 마찬가지로 착해요. 음…. 그런데 경아는 가끔 무서워요.(웃음)"

가만히 듣고 있던 조경아 선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가 왜?'라는 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박소연, 김해진 선수는 다시 환하게 웃었다. 이런 장난이 97년생 국가대표의 '탄탄한 우정의 증표'처럼 보였다. 웃는 박 선수에게도 '성격'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 박소연 선수 성격은 어떤가요? 다른 또래들처럼 착할 것 같은데요.
"아니에요. 저는 음…. 이상해요. 이유는, 음 잘 설명을 못하겠어요!(웃음)"

 절친 국가대표 피겨스케이터 김해진, 조경아, 박소연 선수
절친 국가대표 피겨스케이터 김해진, 조경아, 박소연 선수곽진성

24, 25일 고양 어울림누리에서 열리는 랭킹 대회를 앞둔 선수들. 긴장감이 가득할 법 하지만 서로의 우정을 챙기며 밝은 미래로 전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박소연 선수에게, 랭킹 대회의 목표에 대해 물어봤다. 이번 대회는 피겨 국가대표 10인(여자 7명, 남자 3명)을 뽑는 권위 있는 대회. 제1회 동계 유스올림픽 출전권까지 걸려있어 더욱 중요하다.

"이번 랭킹 대회 때, 늘 그래 왔듯 좋은 연기와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항상 경기장까지 와서 응원해주시는 팬 여러분 감사해요. 앞으로 더욱더 발전된 스케이터가 되겠습니다."

 김해진 선수가 촬영한 박소연 선수, 97년생, 대한민국 피겨 미래의 표정이 밝다.
김해진 선수가 촬영한 박소연 선수, 97년생, 대한민국 피겨 미래의 표정이 밝다. 김해진

좋은 연기를 보이고 싶다는 그 마음, 그 열정이 14살 피겨스케이터 박소연 선수를 지치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다. 차가운 은반에 넘어졌음에도 활짝 웃는 미소 요정 박소연은 그렇게 밝은 미래를 향해 날고 있었다.

피겨 국가대표 박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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