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병기 활>의 무술감독 오세영은 작업이 막힐 때면 성룡 영화를 찾는다고 한다. 오 감독에게 성룡 액션은 액션에 대한 꿈을 갖게 만들었고 동시에 영감을 준다고.
<최종병기 활>의 무술감독 오세영은 작업이 막힐 때면 성룡 영화를 찾는다고 한다. 오 감독에게 성룡 액션은 액션에 대한 꿈을 갖게 만들었고 동시에 영감을 준다고.오세영

영화 흥행의 감동은 감독과 배우의 몫만은 아니다. 함께 한 스태프들도 충분히 그 즐거움을 누려야 하고 그럴 자격 역시 분명하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최단기간 안에 400만 관객을 돌파, 이젠 500만 고지를 향해 가는 <최종병기 활>을 보자. 영화의 고공행진 아래 주목해야 할 이들이 있으니 그 중 한 명이 바로 오세영 무술 감독이다.

"감독님이 무술팀에게 관대해서 제가 오히려 불만이 많았어요. 우리가 힘든 게 아니라 배우들을 힘들게 하니까요. 우리가 액션에 대해 이런 저런 의견을 주면 '그럴까요?'라며 친절하던 감독이 배우들과 하면 아주 그냥 끝장을 보더라고요."

활을 소재로 한 액션 활극. 배우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느낌과 활기를 담아내는 데엔 무술팀의 공이 가장 컸을 법 했으나 그는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열정을 먼저 앞세웠다. 오세영 감독은 화려한 움직임과 큰 액션보단 배우들이 몸으로 움직이는 '땀 냄새'나는 액션을 위해 함께 호흡을 맞췄다. 영화에서 청나라 니루(정예부대)들의 눈빛만 봐도 긴장감이 느껴졌다면 오 감독 이하 무술팀의 숨은 공로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무기를 무기로 생각하지 말라"


- 끊임없이 배우들이 뛰고 쏘고 맞부딪히면서 그 느낌을 살리는 게 숙제였을 것 같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신기한 게, 아무리 위험하고 힘든 장면이라도 현장에선 '이걸 어떻게 해?'가 아닌 '한 번 해보자'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어느 배우가 한번 성공하면 나머지들도 자연스레 따라하더라. 박해일씨나 류승룡씨가 '한 번 보여줘요' 이래서 보여주면 그걸 해내려고 몇 번이고 노력하더라."

 최근 영화 중 액션이 좋은 영화를 추천해달라 했더니 오세영 감독은 <아저씨>를 추천했다. "무술감독과 촬영감독의 생각이 맞아 떨어져야지만 그런 장면이 나온다"면서 완성도를 인정했다.
최근 영화 중 액션이 좋은 영화를 추천해달라 했더니 오세영 감독은 <아저씨>를 추천했다. "무술감독과 촬영감독의 생각이 맞아 떨어져야지만 그런 장면이 나온다"면서 완성도를 인정했다. 트리플A

- 배우들이 액션을 습득하는 특성이 궁금했다. 각 배우들의 특성을 소개하자면?
"음... 해일씨는 굉장히 세심한 스타일이다. 지금껏 박해일이란 배우가 몸으로 보여주는 영화 없었던 걸로 알고 있다. 계속 지켜보는 스타일이더라. 준비할 때부터 와서 본다. 그리고 '이건 어때요, 저러면 어때요'라고 물어본다. 촬영 없는 날도 나와서 저 구석에서 매번 뭔가를 한다. 보니까 혼자 활을 쏘던지 말을 타더라.

승룡씨는 몸으로 익히는 타입이다. 무술팀장이 동생뻘인데 '한번 해봐!' 그러고선 그대로 뛴다. 무열씨는 무술팀에서 보면 타고난 액션배우다. 칼이든 창이든 맨 주먹이든 다 소화한다. 금방 자기 것으로 만들더라.

채원씨는 영화 초반에서 비녀 들고 저항하는 장면이 있는데 영 폼이 안 나더라. 그래서 '칼은 만져보진 않았겠지만 무인의 자식이니 무기는 익숙할 거다'라면서 의식을 넣으라고 했다. 본인도 비녀를 손으로 치면서 난감해 하더라. 되게 귀엽고 예쁘다. 나중에 칼을 들 때는 자세가 나오더라."

- 이번 영화를 하면서 배우들에게 무엇을 강조했는가? 위험한 장면이 많았던 만큼 일종의 정신 무장이 필요하지 않나.
"항상 강조하는 게 무기를 무기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무기로 여기는 순간 관객들은 배우가 (단순히 사람을 해치는) 몽둥이를 들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모든 무기는 '손의 연장'임을 강조한다. 하나의 감각처럼 생각하라는 거다. 야구선수들도 잘 때 손에 야구공을 쥐고 잔다. 무기의 특성을 몸으로 체화해내도록 했다. 그러면 화면에서 포스가 나온다."

알고 보니 천만 관객 감독?..."한국 액션 배우의 탄생을 희망 한다"

 <최종병기 활>에서 액션의 백미인 절벽신은 해당 장면의 배경이 된 산과, 실제로 뛰었던 산, 그리고 CG로 처리한 절벽 등이 모두 다른 산으로 이루어졌다
<최종병기 활>에서 액션의 백미인 절벽신은 해당 장면의 배경이 된 산과, 실제로 뛰었던 산, 그리고 CG로 처리한 절벽 등이 모두 다른 산으로 이루어졌다롯데엔터테인먼트

<최종병기 활>에서 액션의 백미는 누가 뭐라 해도 절벽신이다. 배우들이 직접 절벽에서 절벽으로 뛰어넘는 장면은 할리우드의 빌딩을 뛰어다닌 것과 또 다른 느낌이다. 뛰었던 산은 아차산. 숨겨진 이야기가 있으니 해당 장면의 배경이 된 산과, 실제로 뛰었던 산, 그리고 CG로 처리한 절벽 등이 모두 다른 산으로 이루어졌다는 것! 컨테이너 박스 9개로 쌓은 12미터 높이의 인공 산까지 하면 총 4개의 절벽으로 구성된 장면이었다.

철저한 준비와 변수 고려는 액션을 담당하는 무술팀에겐 필수 과정이다. <왕의 남자><구르믈 버서난 달처럼><퀵>에 이르기까지 오 감독은 철저히 현장에서 노하우를 익히고 쌓아왔다.

- 그러고 보니 <퀵>에서도 같은 중책을 맡았다. 이번 영화와 분위기라든가 접근방식이 크게 달랐을 것 같다.
"<퀵>에선 몇몇 배우가 위험한 상황에 주로 노출됐다면 활은 조역 단역 등 전 배우가 항상 위험한 상황이었다. <퀵>에선 특별히 CG의 비중이 크도록 했다면 <활>은 철저히 몸으로 뛰며 만들어 갔다."

- 무술감독으로 오랫동안 현장에서 있었다. 기억에 남는 현장, 감독들이 분명 있을 텐데.
"열일곱 살부터 스턴트맨으로 시작해 지금껏 일하고 있다. 이것 외에 다른 일을 해본 적 없다. 군대 3년 빼고 다쳐서 2년 쉰 것 제외하곤. 그만 두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그러면 작품이 들어오고 하더라. <활>을 포함해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거북이 달린다> 등이 기억에 남는다. <왕의 남자>는 천만 관객이 들었는데 이번 작품 천만 넘으면 두 번째 천만 작품이 되는 거더라. 하하.

개인적 생각이지만 스태프들은 떼돈을 버는 게 아니지 않는가? 어차피 힘든 일인 건 사실이고 즐겁게 일한 현장이 좋고 기억에 남는다. 반대로 아주 힘들게 찍은 현장이라든가. 이준익 감독님이 기억에 남는데 그분은 액션 부분은 내게 전적으로 맡기면서 제작 회차는 절대적으로 맞춰주길 바란다. 이게 또 마음대로 하라면서도 부담이더라.(웃음)"

- 요즘 들어 장르를 불문하고 액션은 영화에서 필수 요소가 되어가는 것 같다. 액션이란 게 영화적으로 어떤 의민가?
"그렇다. 공포, 멜로더라도 무술팀이 불려가는 경우가 많다. 액션은 배우나 감독에게 보험 같은 존재다. 촬영하기 전에 어떤 위험이 있을 수 있나 감지해 내니까 말이다. 옛날 감독들이 이해를 못할 수도 있지만 무술팀의 활용범위가 다양해지고 있다."

"스턴트맨, 우리는 '못 한다'는 말 못 한다"

 "장쯔이가 칼을 들고 액션을 하는데 테이크를 50번은 간 것 같다"면서 운을 뗀 오 감독은 "그런데도 다들 짜증 한 번 안 내더라"고 말했다. 그만큼 좋은 분위기의 해외 제작 환경을 소개했다.
"장쯔이가 칼을 들고 액션을 하는데 테이크를 50번은 간 것 같다"면서 운을 뗀 오 감독은 "그런데도 다들 짜증 한 번 안 내더라"고 말했다. 그만큼 좋은 분위기의 해외 제작 환경을 소개했다.오세영
- 아무래도 역할이 그런 만큼 아찔한 순간도 많았을 텐데 어떤 어려움들이 있는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다. 다칠 걸 알면서도 이 바닥에선 '못 한다'는 말을 못 꺼낸다. 후배들이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되면 모니터를 쳐다보기 싫더라. 스턴트맨인데도 우리 같은 사람들도 스포트라이트 받는 거 좋아한다. 어려운 액션을 해내고 박수 받으면 희열을 느낀다.

그거 아는가? 배우들이 연기하는 장면을 모든 현장 사람들이 다 보는 건 아니다. 각자의 역할이 있으니까. 쉬는 사람도 있고. 하지만 스턴트맨이 시범을 보일 때면 모든 배우고 스태프들이 다 본다. 그래서 못 하겠단 말을 못하는 거다. 다칠 거 뻔히 알면서도..."

- 힘들고 열악하기도 한 상황에서 좋은 장면을 위해 고생하는 모습에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희망이나 꿈이 있다면?
"할리우드에서 쿵푸나 가라데를 소재로 만드는 B급 영화들이 많다. 하지만 태권도는 없더라. 해외 스태프들이 물어본다. '왜 한국엔 액션 배우가 없냐' 혹은 '그 배우는 왜 발차기를 그렇게 못하냐'고. 우리나라에서도 진정한 액션배우가 나왔으면 한다. 장르물로 액션영화가 자리 잡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 같은 사람도 인정받을 수 있지 않겠나.

지금은 내가 인터뷰 다니는데, 동생들이 이런 기회를 많이 얻어야 한다. 신년에 동생들에게 '일 년에 한 번은 무술감독 하게 할 테니 그 다음은 네 몫이다'라고 한다. 꿈을 간직하면서 그걸 나누자는 게 내 생각이다. 같이 작업하다가도 내가 슬슬 빠지기도 한다. 후배들이 나를 통해 밟고 올라서야 하지 않겠나. 그럴 때 후배들 역시 자기만의 매력을 발산해야 한다."

최종병기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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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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