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박 2일>을 '국민 예능'의 자리에 올려 놓고 연예대상을 단골 수상했던 강호동이 최근 하차를 결정했다
KBS <1박 2일>을 '국민 예능'의 자리에 올려 놓고 연예대상을 단골 수상했던 강호동이 최근 하차를 결정했다KBS

'종편'이란 단어가 10일 오후부터 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점령하고 있다.  

KBS 예능국 관계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 가운데, <1박 2일> 팬들은 10일 다음 아고라 이슈 청원에 '1박2일 강호동 하차반대 십만 명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9월 30일까지 10만 명을 목표로 한 이 서명운동은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 11일 오전 11시 현재 5765명이 참가했다. 

강호동의 <1박 2일> 하차 여파는 거셌다. 10일 오후 강호동이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을 하차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호동은 제작진에게 이달 말까지 촬영을 마친 뒤 출연을 그만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는 것.

KBS 예능국측은 대책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10일 예정됐던 <황금어장-무릎팍도사> 녹화가 진행되지 않자 MBC 예능국에도 불똥이 튀었다. 강호동이 <황금어장>까지 하차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에 앞서 하차설이 불거졌던 이승기 측과 조율이 있었는지 하는 의문을 시작으로 각종 추측성 기사가 난무했고 <1박 2일> 나영석 PD는 묵묵부답으로 당혹감을 표현하고 있는 가운데, <1박 2일> 시청자 게시판은 하루 새 천 건이 넘는 글이 올라오며 시청자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강호동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강호동의 종편 이적'에 관한 것이다. 이로써 '종편이 뭐야?'라고 물었던 국민들까지 종편에 대해 확실히 각인하게 됐다. 바야흐로 종편(종합편성채널) 발 대이동이 시작되고 있다.

강호동 하차가 각인시킨 종편의 위력

'강호동 하차'는 실상 종편을 둘러싼 방송가의 현 상황을 수면 위로 드러내게 한 신호탄이라 볼 수 있다. 부동의 시청률 1위를 달리는 '국민 예능' <1박 2일>의 수장이 '무단이탈'에 가까운 돌출 행동을 보였고, 그 이면에 종편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간 피부로 와 닿지 않았던 종편의 윤곽이 일반 시청자들에까지 전달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앞서 배우 황정민과 정우성 또한 각각 조선일보 종편 CSTV의 창립작 <한반도>와 중앙일보 종편 jTBC의 개국특집드라마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 박동 소리>(이하 <빠담빠담>)에 출연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빠담빠담>은 올 12월, <한반도>는 내년 1월께 방영이 예정됐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작가주의' 작가로 일컬어지는 노희경, <황진이>를 집필했던 윤선주라는 스타 작가의 이름값만이 아니다. 두 작품 모두 유력 제작사와의 잡음 이후 공중파 편성을 포기한 이후 결국 종편에 안착했다.

 노희경 작가의 <빠담빠담>에 캐스팅된 정우성
노희경 작가의 <빠담빠담>에 캐스팅된 정우성MI

물론 작품보다 인력이 우선이다. 그와 함께 작업했던 스타 PD 중 <황금어장>과 <무한도전>을 기획한 MBC 예능의 주춧돌이었던 여운혁 CP가 jTBC로 건너간 상태다.  여기에 이미 예능 PD 하면 떠오르는 주철환 전 OBS 사장이 jTBC 본부장으로 옮겼고 <1박 2일>을 최초 기획한 김시규 PD 또한 jTBC를 선택했다. 강호동의 이적설이 어느 정도 신빙성을 더하는 이유다.

이밖에도 예능 분야만 한정한다면 KBS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김석윤,  MBC <위대한 탄생>의 임정아 PD, <추억이 빛나는 밤에>의 성치경 PD 등이 지난 봄 회사를 그만 두고 종편을 선택했고, KBS <개그콘서트>의 김석현 PD와 더불어 <해피선데이> 수장이었던 이명한 PD는 최근 공룡 케이블 CJ E&M을 선택했다.

이를 두고 공중파 지역 방송의 한 PD는 "나 또한 먼저 종편으로 건너 간 학교 선배 PD로부터 종편 자리를 제안 받았다"면서 "지금도 물밑에서는 공중파 인력들이 수많은 제안을 받고 있을 것"이라 귀띔하기도 했다.

1991년 SBS 개국보다 공격적인 종편들의 행보

뉴스나 음악, 영화 등 주요 한 장르만 방송할 수 있던 케이블 채널과 달리 종편은 기존 공중파와 같이 보도·교양부터 드라마·예능까지 전 장르를 아우를 수 있는 방송사업자를 일컫는다. 그런 만큼 조선, 중앙일보를 비롯한 언론사들은 현 정부의 방송통신위원회 아래에서 종편 사업을 확정하고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사활을 걸어왔다.

그 중 jTBC의 자본금은 4천억대로 알려졌다. 종편 심사 총점 1위를 얻은 근간이 바로 이 자본력이다. jTBC가 스타 PD, 연기자들의 스카우트에 열을 올릴 수 있는 이유다. 김수현 작가가 CSTV의 개국 특집 드라마를 집필하고, 결국 불발로 끝났지만 한 종편이 대어급 연기자 고현정을 물밑 접촉한 것 또한 같은 이치다.

반면 강호동의 상징성은 또 다르다. 회당 천만 원을 호가하는 강호동의 출연료가 문제가 아니다. 수년째 브라운관의 대세는 예능이다. 길어야 2~3개월 하는 드라마와 달리 '국민 MC' 강호동이 간판을 맡는 예능 프로그램은 채널의 인지도를 단기간에 선점할 수 있는 최상의 카드다.

결국 이번 강호동의 <1박 2일> 하차는 종편행 '빅뱅'의 근본적인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그리고 이 빅뱅은 출연자들의 방송사 간 이동이 원활하지 못했던 1991년, SBS가 개국하며 MC 자니윤·이덕화를, 개그맨 심형래·최양락 등을 영입하며 오락 프로그램의 기틀을 다졌던 것보다 더 공격적이 될 공산이 크다.

복수의 방송 관계자들은 "자금력이 가장 센 jTBC와 이미 거대화에 성공한 CJ E&M 방송부문이 우위를 선점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들을 내놓고 있다. 종편은 올 12월이면 뚜껑을 연다. 이미 전쟁은 시작됐다.

강호동 1박2일 종편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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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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