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CN에서 매주 금요일 방송되는 드라마 <신의 퀴즈> 시즌 2. <신의 퀴즈>는 희귀병을 소재로 한 수사드라마로, 박재범 작가는 "병을 통해 사람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 싶어" 드라마를 쓰게 되었다고 전했다. ⓒ CJ E&M
여기, 매주 금요일 밤마다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는 케이블 드라마 한 편이 있다. '시즌제 드라마'가 척박한 한국 드라마계에서 지난 2010년부터 우직하게 한 길을 가고 있는 드라마 <신의 퀴즈>.
지난 22일 방송에서 평균 시청률 1.78%, 최고시청률은 2.386%(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을 기록하여 '한국형 시즌제 드라마'의 저력을 발휘하고 있는 <신의 퀴즈>는 장르적 특성상 무엇보다 '대본'의 힘이 중요하다. 그 '대본'을 쓰는 사람, <신의 퀴즈>의 아버지, 박재범 작가를 만나고 싶다는 마음은 그로부터 출발했다. 7월 중순, 광장동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에서 나눈 일문일답을 아래에 정리했다.
"희귀병이라는 소재 통해 사회와 사람에 대한 얘기 하고 싶었다"- 희귀병을 소재로 수사를 한다는 점이 재밌다. 이런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원래 따로 있었던 두 아이템을 합했다. 하나는 전형적인 수사물이었고 하나는 메디컬 드라마였다. 진우(한진우 박사, 류덕환 분)도 의사, 경희(강경희 형사, 윤주희 분)도 의사, 다 의사였다. 도준이(박도준 형사, 추승욱 분) 하나만 형사였고. 그런데 두 개를 같이 진행하다 합해버렸다. 희귀병도 원래는 정신적 희귀병이었다. 그랬는데 잘못하면 흥행만을 위해 무리수를 둘 것 같아 바꿨다. 하지만 의도는 같다. '병을 통해 한국 사회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 보자'는."
- 두 아이템을 합하고 나니 실마리가 풀려 기분이 좋았을 것 같다."아니다. 정말 죽는 줄 알았다. (웃음)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답이 없는 거다.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못 하겠더라. 상자는 좋은데 뭘 담을지 각이 안 나오니까. 어떻게 보면 극악스러운 조합이다. 그래도 수사적인 부분이 미진하더라도 두 개의 조합만큼이라도 신선하게 해보자는 의도였다."
- 아무래도 드라마의 특성상 방대한 자료가 필요할 것 같다. 어떻게 공부하나."무작위로 끌어 모은다. 우리(박재범 작가는 보조 작가와 함께 작업하고 있다)는 '자료의 넝마주이'다. 희귀병 하나를 다루려면 적어도 열 개 이상의 희귀병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그래도 시즌 1때보다는 시간이 덜 든다. 시즌 1때는 각혈을 했다. (웃음) 아무래도 한 번 하고 나니까 '이런 건 그냥 생략해도 되겠다. 중복된 것도 있고'라는 생각에… 조금 편해지긴 했다."
- 앞서 사회와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 의식이 보이는 게 <신의 퀴즈> 마지막에 진우와 장규태 박사(최정우 분)가 이야기하는 신이 반복되는 구조다. 작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대신 전하는 건가. "그렇다. 전체적으로 내가 (사회나 인간을) 보는 관점도 비슷하다. 그런데 열 분 중의 한 분은 못 받아들이기도 한다. '선생질하는 것 같다'고. 그런데 나는 그 '선생질'이 하고 싶다. 물론 너무 대놓고 가르치는 것, 맞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포맷을 버리지 않는 이유는, 대한민국에 선생질하는 드라마가 한 개쯤은 있어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만약에 다른 드라마가 다 선생질하는데 우리까지 그러면 미안한 거겠지만."
- 지난 8일 5화에선 사이코패스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원하는 인간형이 사이코패스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살면 안 된다"는 내용으로."사실 징크스가 하나 있는데, 그 신은 대본을 다 써놓고도 가장 좋은 대사들이 촬영 전날 생각난다. 그래서 열에 일곱은 수정을 한다. 사이코패스 편도 그랬다. 원래 더 허무하고 비관적인 내용이었다. '우리는 아무것도 할 것 없어. 시대가 원하는 게 사이코패스야', 이런 식으로. 그런데 너무 무기력한 것 같아서… 적어도 뭐가 문제고, 경계해야 할지 말해야겠다는 생각에 바꾼 거다."
"류덕환·안용준, 고운 것들 둘을 붙여보고 싶었다"
▲ 주인공인 한진우 박사(류덕환 분)과 맞서는 인물은 한진우의 초등학교 동창인 정하윤(안용준 분)이다. '타나토스'(죽음의 신)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정하윤은 연쇄 살인을 저지르며 한진우를 위협했다. 박 작가는 두 배우의 캐스팅 이유에 대해 "덕환이·용준이, 이 '고운 것들' 둘이 붙어 보는 것도 새로운 조합일 것 같더라"고 설명했다. ⓒ CJ E&M
- 자연스레 배우들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주연인 류덕환은 어떻게 보나."어른이 보기에 어딘가 건방져 보이고, 한 대 쥐어박고 싶고 싶은 놈이 의사로 나오는 드라마는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에 캐스팅했다. <신의 퀴즈>하면서 가장 고생을 많이 하는 친구다. 드라마를 책임지는 부분이 많은, 짐을 많이 진 친구니까 아무래도 걱정스럽긴 한데 잘 해나가니까 또 대견스럽다. 한진우라는 역이 보기에는 껄렁껄렁하고 쉬워 보이는데, 절대 쉬운 역이 아니다. 단언컨대 아무나 못 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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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반대급부로 캐스팅된 인물은 안용준이다. 원래는 선한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았나."난 개인적으로 안용준을 몰랐다. 그런데 진우와 비슷한 나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찾다가 용준이 프로필 사진을 봤는데 느낌이 좋더라. '이렇게 이쁜 애가, 독한 걸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덕환이·용준이, 이 '고운 것들' 둘이 붙어 보는 것도 새로운 조합일 것 같더라. 왜, 밤을 까 보면 밤벌레가 있지 않나. 반짝반짝한. 그 밤벌레같은 것들이 둘이면 (폭소) 해서 용준이를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 이 둘 외에, 다른 배우들은 어떤가. 이들과는 이야기 많이 하나. "많이 한다. 그런데 시즌 1부터 계속 함께 해와서 그런지 몇 마디 말을 안 해도 서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안다. 덕분에 시간이 많이 안 들어서 편하다. 한 10분이면 이야기 끝이다. (웃음) 성도(김성도 연구관, 김대진 분) 같은 경우 내 몸이 있다면 일부분은 진우에게, 일부분은 성도에게 갔다. '야동' 좋아하는 건 남자들이 소싯적에는 다 그러는 거니까. 그리고 기계 좋아하고 혼자 노는 거 좋아하고. 연애도 제대로 못하고. 그런 면이 성도에게 갔고 그 외에 잘난 부분은 진우에게 갔다. (웃음)"
- 현장에서 배우들이 대사에 애드리브를 많이 한다고 들었다. "이제는 어디서 애드리브를 쳐야 할지 배우들이 대본을 보면 안다. 그럼 그때그때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하는 거다. 그런데 시청자들이 볼 때 애드리브인 것 같은데 애드리브가 아닌 게 있고, 애드리브가 아닌 것 같은데 애드리브인 게 있긴 하다. 요즘은 박도준 형사가 슬슬 애드리브가 올라오고 있다. 가끔 문자도 온다. '형, 이번엔 두 개 정도 준비했는데' 하고. 얼마 전 박도준 형사가 촬영에서 전화기에 대고 "당신까지 이러시면 곤란해요~"라고 하는데 진짜 많이 웃었다. 원래 대본에 있던 대사는 "아니 이 상황에 왜 이러세요~"였다. 덕분에 우리끼리 유행어가 됐다."
"시즌 1의 첫 회로 내가 <신퀴> 쓰는 이유 정확히 보여줬다"
▲ 시즌 1부터 배우들이 함께 해왔기 때문에, 촬영장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다고 전한 박재범 작가. 그는 앞으로의 전개에 대해 "진우가 아프진 않지만 이상해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 CJ E&M
- 시즌 1, 2를 통틀어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애착이 가는 에피소드가 있나."시즌 1의 1부. 카메오로 배우 김태우씨가 포르피린증에 걸린 환자로 나왔던. 첫 회라서도 그랬고, 내가 <신의 퀴즈>를 쓰는 이유를 정확하게 보여준 회라고 생각한다. 사람과 사회에 대한.
- 캐릭터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다. 앞으로의 전개를 조금만 알려 준다면."먼저 진우…는 아프지는 않은데, 이상해진다. 어느 순간 진우가 자신의 몸에 대해 엄청난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참, 민지율 박사(이설희 분)와 강경희, 한진우가 삼각관계를 이룰 거라는 추측도 있던데, 원래는 없던 설정이다. 그런데 어느새 기정사실처럼 여겨지더라. 농담으로 그런다. '작가는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하고. (웃음)"
- 러브라인 하면 김성도 연구관이 민지율 박사를 짝사랑하는 걸 빼놓을 수 없는데. "아까와 반대로 성도가 지율을 좋아하는 설정은, 만들었다. 너무 이야기가 건조해서 가장 외로운 놈이 누구냐를 생각해 보니까, 성도였다. (웃음) 지율이 '함께 있으면 사형선고 받은 기분일 것 같다'는 대사를 하는데, 대본연습 할 때, 뒤에 있던 매니저들에 메이크업 하는 분들까지 전부 다 아우~하고 경악을 해서 막 웃었다. 불쌍하긴 하더라. '너무 독하게 했나?' 생각했고. (웃음) 좋아질 거다. 행복해질 거고. (웃음)"
- 벌써부터 시즌 3에 대한 기대가 있다. 집필 의사 있나. "두고 봐야 알 것 같다. 지난해에 시즌 1 할 때도 다음 시즌을 한다는 게 시즌 1 막바지가 돼서야 결정됐다. 그래서 현재까지 결정된 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