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와 이랑은 남겨진 공룡 발자국을 보기 위해 기차를 타고 해남의 땅끝마을로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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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대 배경이 계속해서 나오다가 갑자기 판타지적인 장면으로 전환되는 것이 묘했어요. "늘 흑백으로만 봤던 70년대 풍경들을 컬러로 보여주는 것 자체가 판타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내내 지속되면 사실이 되어버릴 위험성이 있어서 이 작품만의 방식으로 중화시키기 위해 판타지적인 장면을 넣은 거죠. 청각장애인인 삼촌과 이랑이 우주를 배경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인 아리랑 1호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 수억만 년 전에 존재했던 공룡을 그려 넣어서 70년대 사람들이 꿈꾸던 기억과 이어지게끔 한 거죠."
- 공룡신이 특히 매력적이던데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공룡이 나오는 판타지적인 장면은 좋은 그림과 사진을 참고했으면 좋겠다는 스태프의 의견이 있었어요. 할리우드에 나오는 영화 속 쥐라기처럼 풀이 우거진 모습이 아니라 아무도 그 시대를 본 적이 없으니 온갖 화려한 꽃이 만발한 세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공룡의 색도 어두운 색이 아니라 무지개 색으로 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조언을 참고했어요."
[장면 #4] 스튜디오의 내일, "설마 또 11년 걸리는 건 아니죠?"재개발 때문에 파헤쳐진 철수 삼촌의 아지트에서 삼촌은 이랑에게 떡 모양의 돌을 보여준다. 돌이지만 그 안에 켜켜이 쌓인 세월은 가끔 엄청난 공룡 화석을 품고 있다고. 어딘가를 향하고 있었을 뿐인 공룡의 발자국이 지금은 값진 역사의 한 장면이 되는 것처럼 스스로 다다르기 위해 내딛는 오늘의 걸음은 내일을 만든다.
- 시나리오를 쓴 송혜진 작가(영화 <인어공주><아내가 결혼했다>,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 집필)에게 감독님의 이야기를 들려줬다고 들었어요. "꿈에 대한 이야기인데 교훈이 아니라 응원이 되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다고 작가에게 전했어요.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데 '추억'이 아니라 문득 드는 '기억', 과거의 나와 마주본다는 느낌이죠. 누구한테나 지금은 과거가 되잖아요. 지금을 예쁘게 잘 살면 나중에 다시 돌아봤을 때 기특했던 내 모습 때문에 조금 더 기분 좋게 살고 싶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