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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LG 트윈스가 잠실구장에서 홈경기 때 사용하던 이동식 펜스를 없애기로 했다. LG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체 회의에서 팀 투수력과 타력, 외야수의 수비력을 따져본 결과 올 시즌 홈경기에서 이동식 펜스를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년간 이동식 펜스는 LG의 홈경기에 어김없이 등장했다.
홈구장을 줄여보겠다는 김재박 전 LG 감독의 생각이 2009년 시즌을 앞두고 이동식 펜스로 현실이 됐다. LG는 잠실구장을 두산과 함께 홈구장으로 쓰고 있어 어쩔 수 없이 홈경기 때 이동식 펜스의 설치와 해체를 반복해야 했다.
이동식 펜스는 홈에서 양쪽 끝까지의 거리가 기존의 100m로 같지만 가운데가 125m에서 121m로 4m 줄어 펜스를 당기고 좌·우중간 외야 공간을 줄이는 효과를 냈다. 펜스 높이도 2.7m에서 2m로 낮아져 홈런이 더 잘 나오도록 했다. 크고 작은 논란이 있었지만 보다 작은 규격을 갖춘 잠실구장은 관중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안겼다. 이동식 펜스와 기존 펜스 사이의 공간은 'X존'이라는 이름이 붙기도 했다.
LG는 이동식 펜스가 설치된 잠실구장 홈경기에서 2009년과 지난해 각각 67경기와 66경기를 치렀다. 그래서 LG 선수들은 이동식 펜스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프로야구 팀은 한 시즌 경기의 절반을 홈구장에서 치른다.
LG 타자들은 이동식 펜스 설치 첫해인 2009년 홈경기에서 64개의 홈런을 때렸다. 1년 사이 36개의 공이 더 담장을 넘어갈 정도로 홈런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홈경기 OPS(출루율+장타율)도 0.662에서 0.766으로 1할 이상 크게 올랐다. 내야수 정성훈과 외야수 이진영이라는 수준급 타자들이 더해졌다고 해도 놀라운 결과였다.
그러나 투수들은 이동식 펜스 때문에 찜찜한 기분으로 출퇴근했다. LG 투수들은 2008년 홈경기에서 33개의 홈런을 허용하는데 그쳤지만, 이동식 펜스가 등장한 이듬해는 무려 60개가 늘어난 93개의 홈런을 내주며 '홈런 공장장' 노릇을 해야 했다. 그렇지 않아도 나빴던 LG 투수들의 홈경기 평균자책점은 1년 사이 4.97에서 5.13으로, 홈경기 피OPS(피출루율+피장타율)는 0.777에서 0.821로 올라갔다. 팀 성적도 54승75패4무 승률 0.419로 7위에 그치는 등 부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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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존'을 여전히 유지했던 지난해도 기록은 엇비슷했다. LG 투수들은 지난해 홈경기에서 63개의 홈런을 맞고 평균자책점 4.89, 피OPS 0.779를 기록했다. LG의 홈경기 피OPS는 롯데(0.822)와 한화(0.808)에 이어 세 번째로 나쁜 기록이기도 했다.
그 사이 LG 타자들은 홈경기에서 51홈런을 때리고 0.777의 OPS를 기록했다. 오히려 방문경기에서 19개 더 많은 70홈런을 날릴 정도로 이동식 펜스의 효과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시즌이 끝나고 살펴보니 한 해 15개 이상의 홈런을 친 타자가 포수 조인성(28개) 밖에 없을 정도였다. 이동식 펜스 2년째 LG는 57승71패5무 승률 0.445로 6위라는 부진한 성적을 남기고 시즌을 마감했다.
이번에 LG가 이동식 펜스를 없애려는 데는 이익이 별로 없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타자들은 방망이가 보다 가벼워졌지만 원래부터 약했던 투수진이 더욱 불안해지는 역효과가 났다. 이동식 펜스를 도입했을 당시 LG의 주축 투수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타자들은 'X존' 폐지 소식이 매우 안타깝겠지만 팀 전체를 놓고 보면 나쁠 게 없는 결정이다. LG는 투수진의 안정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신정락·이범준·한희·최성민 등 재능은 있지만 유망주 딱지를 떼지 못한 젊은 투수들을 키워야 한다. 이동식 펜스를 없앨 경우 젊은 투수들이 '웬만하면 안 넘어간다'는 생각을 갖게 돼 전보다 더 과감하게 공을 던질 수 있다. KIA와 삼성은 각각 광주구장과 대구구장 외야 펜스를 뒤로 밀어 강한 투수진을 꾸린 대표적인 구단이다.
올 시즌 LG 선발진에는 외국인 투수 벤자민 주키치와 레다메스 리즈가 힘을 더한다. 두 선수는 모처럼 야구 전문가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에이스 봉중근이 버티고 있는 마운드에서 이들 선발투수 3명이 제 몫을 해준다면 LG의 상위권 도약도 꿈은 아니다. LG가 안정된 타선과 한결 어깨가 가벼워진 투수진을 바탕으로 옛 영광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기록 출처 = 스탯티즈(
www.stat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