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월메이드 공포영화 <불신지옥>
제대로 된 월메이드 공포영화 <불신지옥>영화사 아침

 

그동안 공포·호러 영화는 꺾이고 튀기고 자르는 것으로 점철되었다. 관객의 높아져가는 눈높이를 맞추다보니 점점 그러한 경향이 두드러져 갔고, 이제 어느 정도 수위가 아니면 관객들은 '에이 별로네'라고 말하는 수준이 돼버렸다.

 

이제 공포는 피와 귀신이 아닌 스토리다!

 

그래서 아무리 잘 만들어도 공포영화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는데 <불신지옥>이라는 영화가 등장했다. 제목만 놓고 보면 굉장히 유치할 것 같은데 잘 만든 영화라 칭해도 손색이 없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특정 종교에 집착한 어머니와 그의 식구들에게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이 중심이다.

 

종교에 집착하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소진. 사고 이후 이상한 증상을 보이던 소진의 실종 소식을 듣고 대학생 언니 희진이 서울에서 내려온다. 동생을 찾기 위해 경찰 수사까지 의뢰하면서 동분서주하는 희진과 달리 엄마는 기도만이 희망이라 주장하며 교회를 들락거린다. 한편 형사 태환은 수사 과정에서 소진이 신들린 아이였단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자칫 위험한 소재임에도 과감하게 기독교와 무속신앙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종교의 집착이상증세로 유발되는 사건의 이야기들을 개연성있게 연결시키고 있다. 그래서 공포적인 요소보다 오히려 드라마적인 요소에 치중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점이 <불신지옥>이 공포영화로서 가진 매력적인 부분이다.

 

이제껏 피를 튀기고, 절단하고, 엽기적인 귀신을 등장시켜도 좀처럼 느껴지지 않던 공포감이 드라마적인 요소 하나로 공포감을 일으키는 <불신지옥>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전반에 드라마적인 탄탄한 구성을 위해서 복선과 표현을 세세하게 보여주었다.

 

또한 그러면서도 공포 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이야기의 연결고리를 자연스럽게 이어 억지춘향으로 꿰맞추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저. 모든 것을 이야기 하나에 집중시켜 관객들의 몰입을 유발했다. 소진이 사라진 후 소진이 신들렸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그 사이 자살이 이어지고, 그것이 결국 인간의 욕심이 부른 과욕임이 드러나고 그 안에 희진이 중심인물로 다시금 떠오르는 과정이 메끄럽게 연결되어 있다.

 

물론 내용 자체는 중반부에 추측이 가능하다. 반전이 있지만 그것 하나로 모든 것을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대단한 반전이 아니어도 전체적으로 무서운 공포 심리를 자극하는데 충분하다. 여기에 각 등장하는 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통해서 더욱더 극대화시킨다.

 

그래서 영화는 오롯이 기독교의 구원과 신들림의 예언 사이에서 인물들이 힘없이 조종당하고, 그 안에 연쇄적인 죽음이 일어나게 되고 결국 희진이란 인물이 그 중심에 서있음이 극 후반부에 드러나 영화는 스토리 면에서 인간의 욕심과 비정상적인 특정 종교의 집착이 부른 인간의 자기 파괴를 보여줘 다른 여타의 공포영화에서 일어나는 무조건적인 살인보다 관객들을 진지하게 설득하고 있다.

 

 믿음이 만들어 낸 죽음에서 공포가 피어나 관객을 숨 죽이게 한다.
믿음이 만들어 낸 죽음에서 공포가 피어나 관객을 숨 죽이게 한다. 영화사 아침

이러한 부분들은 <불신지옥>이 기존 공포영화의 법칙을 따르지 않고, 종교를 폄하하는 우려를 범하지 않은 채 새롭게 공포영화 장르를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겠다. 앞서 이야기했듯 선혈이 낭자한 죽음, 그리고 무섭게 꺾기를 연신 반복하는 귀신도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라는 구절을 인용하는 기독교 사람들을 폄하하지 않는다. 다만 기독교인든, 무속이든 그것을 믿는 사람들의 어리석음과 믿음과 불신 간극에서 피어나는 공포 하나로 관객들을 압도할 뿐이다.

 

특히 영화 속에서 인물들의 열연은 상당했다. 남상미가 연기를 제법 하는구나를 알게 해주었고, 역시 김보연의 연기는 탁월함을, 제2의 문근영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게 해준 심은경 등 등장인물들의 연기는 이야기를 흐트러지지 않게 관객들에게 몰입시키는데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점들로 인해 색다른 공포영화를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관객들을 숨죽이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분위기 하나로 극의 긴장감 극대화

 

이와 함께 분위기로서 관객들의 공포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낡은 복도식 아파트가 주는 오싹한 스산함은 그곳에 살지 않은 이들을 조금 이해하기가 힘들지도 모른다. 오래된 낡은 복도식 아파트는 왠지 모를 거리감으로 인해 현실에서 가끔씩 오싹함을 만들어낸다.

 

그 공간 안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니, 당연히 관객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전통적인 귀신도 아닌, 새롭게 등장했던 꺾기 귀신도 이 영화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보이는 검은 그림자 정도로 밖에 처리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 그림자는 오히려 신선한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사실상 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머리가 쭈뼛 서기 마련이다. 또 일상에서 우리가 공포를 느낄 때 형체보다는 무언가 느낌이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영화 속에 그림자 정도로 처리 된 것은 오히려 공포를 자극하는데 일등공신이라고 해도 될 만할 것이다.

 

 영화는 이야기에 분위기와 확실한 캐릭터를 통해서 공포를 만들어 낼 뿐 선혈이 낭자하는 피를 멀리했다.
영화는 이야기에 분위기와 확실한 캐릭터를 통해서 공포를 만들어 낼 뿐 선혈이 낭자하는 피를 멀리했다. 영화사 아침

더불어 소진의 집, 즉 엄마와 소진이 살던 집의 분위기는 사람이 살지만 사람의 때가 묻어 있지 않듯 적막하고 죽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소진이 머물던 방은 왠지 모를 긴장감을 조성한다. 또한 꿈에서 등장하는 황새마저 길조보다는 흉조임을 단박에 알 수 있을 만큼 음산한 느낌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특히 황새는 주술적 의미에서 살인을 예고하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만큼 황새에 표현되어진 의미는 분위기 조성의 수단이 아닌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결말 부분에서도 분명 황새가 등장하는 만큼 황새는 단순한 수단이 아닌 무언가 복선을 이야기해 주는 단서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여기서 그만 해야 할 듯싶다.

 

이처럼 <불신지옥>은 다른 여타의 공포영화와는 확실한 차별성을 띠고 있다. 혈란한 트릭, 카메라 워크나 음악, 배경이 없지만 사건 하나를 해결해 나가는 미스터리식 전개와 함께 이야기를 중심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강렬한 캐릭터로 모든 공포를 자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고마운 공포영화가 아닐 수 없다.

2009.08.17 16:58 ⓒ 2009 OhmyNews
불신지옥 남상미 김보연 심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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