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즈팡에서 만난 농민공 인네아차오.
박정호
이들은 "올림픽이 열려 거리가 깨끗해지고 질서도 잡혔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예전과 별반 다른 것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다른 사람들처럼 이들도 일거리가 없는 베이징을 떠나 고향에 다녀올 생각이라고 했다.
짧은 인터뷰를 마치고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대문 밖까지 나왔다. 활짝 웃으며 우리를 보낸 이들의 집도 이제 한동안 비어 있게 될 것이다.
골목길에서 만난 사람들도 올림픽을 달갑지 않게 생각했다. 퇴직해서 쉬고 있다는 60세 남자는 "우리 일반인과는 거리가 먼 일"이라며 "올림픽에 대해 별다른 기대로 없다, 차라리 집에서 장기나 두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주택가로 들어오니 저녁밥 짓는 냄새가 났다. 골목길에서 하나 둘씩 짝을 지은 사람들이 장을 보러 나왔다. 9살짜리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아주머니도 이웃주민과 함께 시장으로 향했다. 살며시 옆에 붙어 올림픽에 대해서 물어보자 손사래를 쳤다. 그는 "흙길이었던 마을길이 포장되고 상점 간판도 새로 교체됐지만, 올림픽은 우리에게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시내의 공사장이 모두 가동중지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 남편 같은 경우는 베이징이 아닌 다른 도시로 막노동을 하러 떠났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지금 이산가족과 같은 형편이다."그러고 보니 마을 상점의 간판이 모두 같은 모양이었다. 여기 저기 위생 상태를 점검하자는 선전 현수막도 걸려 있었다. 잘 포장된 마을길을 따라 밖으로 나와서 버스에 올랐다.
흔들리는 버스에서도 나이즈팡 주민을 만날 수 있었다. 5년 전 헤이룽장성에서 베이징으로 왔다는 조선족 이용수(38)씨는 "올림픽 때문에 인민들이 불편하다"면서 "나이즈팡에서 왕징으로 가는 길도 포장이 중단되었다"고 말했다.
"요즘 돈벌이가 어떠냐"고 물어보자 그는 "자신은 사업을 해서 그럭저럭 살고 있지만, 농민공들이 7월 20일부터 돈을 못 벌어 큰 일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버스 차창 밖으로 눈을 돌렸다. 웃통을 벗은 남자를 태운 자전거 몇 대가 흙먼지를 뚫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 그들에겐 없었다올림픽을 맞아 나이즈팡은 곱게 단장되었지만, 정작 마을에 살아야 할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고 마을을 떠나버렸다. 남은 사람들에게도 올림픽은 국가 정책의 하나일 뿐 개인적인 기대나 희망을 찾기 힘들었다.
누구를 위한 올림픽일까. 오랫동안 올림픽 경기장과 고층 빌딩 건설에 땀 흘렸던 농민공들에게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을 내건 베이징 올림픽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