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밤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있는 알 알바세얀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베이징올림픽 남자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그룹 네 번째 경기에서 한국은 시리아와 득점없이 비겼다. 사진은 경기 결과를 실은 대한축구협회 웹사이트 첫 화면.
17일 밤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있는 알 알바세얀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베이징올림픽 남자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그룹 네 번째 경기에서 한국은 시리아와 득점없이 비겼다. 사진은 경기 결과를 실은 대한축구협회 웹사이트 첫 화면.

축구장에서 '골대 불운'이라는 말은 쉽게 떨쳐낼 수 없나 보다. 공교롭게도 남과 북의 올림픽축구대표팀은 같은 날 벌어진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네 번째 경기에서 나란히 득점 없이 비겼다.

 

그 과정에서 남과 북의 형제들은 골대 불운도 똑같이 한 번씩 겪었다. 17일 초저녁 평양에 있는 김일성 경기장에서 먼저 벌어진 A그룹 경기에서 북한의 안철혁은 54분에 이마로 이라크 골문 가로막대를 흔들었다.

 

이어서 다마스쿠스 알 알바세얀 스타디움에서 시리아와 맞붙은 한국의 이상호도 경기 시작 19분 만에 맞은 좋은 기회에서 이마로 돌려넣으려던 공이 시리아의 골문 오른쪽 기둥을 때리고 나갔다. 아마도 이 날은 남과 북의 청년들에게 운세가 사나운 날이었나 보다.

 

발로 하기 때문에 뜻대로 안 되는 것이 바로 '축구'

 

박성화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은 우리 시각으로 17일 밤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있는 알 알바세얀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그룹 네 번째 방문 경기에서 시리아와 득점 없이 비겨 불안한 1위(3승 1무, 10점) 자리를 지켰다.

 

축구는 벌칙 구역 안의 문지기를 빼놓고 손과 팔을 제외한 모든 신체를 이용할 수 있는 운동 경기다. 남미나 유럽에서 활약하는 '축구 기술자'들의 몸놀림을 보고 있노라면 손으로 하는 것보다 더 정교한 동작을 발 끝으로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우리가 눈으로 보고 즐기는 것만큼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는 것이 또한 '축구'다.

 

체격이 좋은 시리아 문지기 호라미를 앞에 두고 여러 차례 위력적인 슛을 날렸던 우리 선수들도 이날따라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는 축구'를 뼈저리게 느꼈으리라. 양쪽에 몸놀림이 가벼운 날개공격수 이근호와 이상호를 두고 김승용과 박주영의 폭넓은 움직임을 기대했던 우리 올림픽축구대표팀은 90분 동안 시리아의 골문을 시원하게 열어젖히지 못했다.

 

아무리 동네 축구라도 공격수로 뛰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골대 불운을 겪은 이상호나 상대 문지기의 선방에 걸린 이근호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골이 안 들어가는 날이 있다. 이 날이 바로 우리 올림픽팀 공격수들에게 바로 그 날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였다.

 

19분, 이상호는 '이거다!' 하는 골 냄새를 맡으며 오장은이 오른쪽에서 짧게 넘겨준 띄워주기를 받아 이마로 살짝 돌려넣으려고 떠올랐지만 오른쪽 기둥을 때리고 끝줄 밖에 떨어지는 공을 쳐다보며 하늘을 원망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봐도 이 골대 불운은 끝까지 우리 공격수들을 괴롭힌 셈이었다.

 

박성화 감독은 52분에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던 백지훈 대신 오른쪽 날개공격수 이청용을 들여보내며 시스템에 작은 변화를 추구했다. '4-2-3-1'에서 '4-1-4-1' 형태로의 변화였다. 이상호를 가운데로 돌려 공격형 미드필더로 적극 활용하는 것과 함께 9분 뒤에는 김승용 대신 키다리 골잡이 서동현을 들여보내며 높이 싸움까지 시도했다.

 

이로 말미암아 시리아의 수비수들은 서동현을 따라 한 쪽으로 몰리는 현상을 보여 우리 공격수들이 빈 곳을 찾아내기가 좀 더 쉬워졌다. 그러다 보니 전반전보다 더 많은 결정적 슛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정말 이 날은 공격 쪽으로는 안 되는 날이었다. 수비쪽에서 길게 날아온 공이 서동현의 머리도 넘어버리자 이근호에게 기막힌 왼발 발리슛의 기회가 찾아왔지만 상대 문지기 호라미에게 걸리고 만 것.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중심을 옮기고 있던 찰나에 이근호의 왼쪽 발등을 떠난 공이 하필이면 호라미가 중심을 옮기고 있던 쪽으로 날아간 것이었다. 더구나 그는 슛 각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한 발짝 더 이근호 쪽으로 걸어나오고 있었기에 골문 구석으로 날아가 꽂힐 가능성은 훨씬 줄어들고 말았다.

 

이후에도 박주영이 모처럼 반박자 빠르게 왼발로 처리한 슛도 호라미에게 걸렸다. 그것도 워낙 슛 각도가 좁혀진 것이어서 결코 쉽지는 않았다. 오히려 바로 뒤에 이상호나 서동현에게 연거푸 온 슛 기회가 더 좋았지만 머뭇거리는 동작이 못내 아쉬울 뿐이었다.

 

축구에서의 골은 뜻하지도 않았는데 우연히 터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졌을 때 나오는 귀중한 결과물이다. 90분 내내 쉴 새 없이 치고받고 하지만 결국 한 골에 울고 웃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지 않던가? 적어도 이 날은 북녘 형제들은 물론이거니와 우리 선수들에게도 '골'과는 인연이 닿지 않는 날이었다.

 

좋은 기회를 잡아 정확한 타이밍으로 회심의 슛을 날렸지만 골대가 그 마음을 흔들어놓기도 했고, 발등에 제대로 맞은 위력적인 슛이 하필이면 각도를 잘 잡고 달려나온 상대 문지기의 신들린 듯한 몸놀림에 걸리는 날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어쩌랴? 한 달 뒤 타슈켄트로 날아가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이 날 못다 푼 갈증을 한꺼번에 풀어봐야 하지 않겠나?

 

"안 그런가? 이름도 비슷한 두 친구, 이근호 이상호!"

 

2008 베이징올림픽 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그룹 17일 결과

 

시리아(홈팀) 0-0 한국(방문팀)

 바레인(홈팀) 2-0 우즈베키스탄(방문팀)

 

◎ 한국 선수들
FW : 김승용(61분↔서동현)
AMF : 이근호(86분↔고명진), 박주영, 이상호
DMF : 백지훈(12분-경고/52분↔이청용), 오장은(주장)
DF : 김창수(89분-경고), 강민수, 이요한, 신광훈
GK : 정성룡(43분-경고)


◇ B그룹 현재 순위
한국 10점 3승 1무 4득점 1실점 +3
바레인 9점 3승 1패 6득점 3실점 +3
시리아 2점 2무 2패 1득점 3실점 -2 (탈락)
우즈베키스탄 1점 1무 3패 2득점 6실점 -4 (탈락)

2007.10.18 08:31 ⓒ 2007 OhmyNews
올림픽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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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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