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왼발을 떠난 공은 골문 위로 높게 넘어가고 말았다. 88분, 그것은 분명 박지성에게 쉽게 찾아오지 않는 기회였다. 왼발 돌려차기 하나로 우승을 향해 내달리는 자신의 팀에게 승점 3점을 보탤 수 있는 순간이었다. 여기에 전반전 추가 시간의 골대 불운은 더 잊히지 않는 것이었기에 잠을 쉽게 이루지 못했으리라.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끌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는 우리 시각으로 2일 이른 새벽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벌어진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2006-200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2-2로 비겼다.

갑작스럽게 다친 루이 사아를 대신하여 36분에 들어온 박지성은 오른쪽 측면과 가운데를 오가며 부지런히 내달렸다.

훗날 '맨유의 전설'이 되어 있기를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First Team' 일부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82분, 바꿔 들어온 마이클 캐릭이 뉴캐슬 벌칙 구역 반원 밖에서 귀중한 프리킥을 얻어냈다. 긱스의 왼발을 떠난 공은 스크럼에 맞고 골문을 넘어가고 말았지만 프리킥 직전 공을 내려놓고 세 선수가 나란히 섰을 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들이 스쳐 지나갔다. 조지 베스트부터 시작하여 에릭 칸토나, 로이 킨에 이르기까지….

그 프리킥 장면에서 공을 내려놓고 가장 오른쪽에는 라이언 긱스가, 가운데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왼쪽에는 폴 스콜스가 서 있었다. 저마다 한 가락 한다는 이들은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대표하는 미드필더요, 미래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순간 박지성은 오른쪽 측면에 빠져 있었지만 언젠가는 그 세 사람 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그를 상상한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13번을 달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First Team'에 얼굴을 올린 박지성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 축구팬들에게 자랑이다. 지금 그의 사진 왼쪽에는 왼발의 스페셜 리스트 라이언 긱스가, 아래에는 오른발 중거리슛의 달인 폴 스콜스가 자리를 잡고 있다. 특히, 이 두 선수는 최근 두 경기를 통해 박지성에게 꼭 필요한 두 가지를 가르쳐주었다.

먼저, 지난해 마지막 날 올드 트래포드에서 레딩과 맞붙었을 때 박지성을 대신하여 후반전부터 뛴 라이언 긱스는 특유의 왼발 가로지르기로 '부드러우면서도 정확함'을 가르쳐 주었고, 이번 뉴캐슬과의 새해 첫 경기에서는 폴 스콜스가 위력적인 오른발 중거리슛 두 개로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BRI@이런 것들이 한 선수에게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박지성이 현재 그 과정을 걷고 있기에 이 소중한 가르침의 순간을 다른 선수의 것으로만 여기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더구나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짝 꽃피었던 '데이비드 베컴(레알 마드리드)'이 주로 뛰던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박지성의 발끝에서 시작한 공격이 왼쪽의 호날두에게 시원하게 이어져 스콜스의 귀중한 역전골이 터지게 되었지만, 그 이후의 움직임은 분명 뉘우쳐야 할 부분이 더 많았다. 공 다루는 것 자체가 거칠어 상대 수비수에게 소유권을 쉽게 내주는 것은 마음가짐부터 다듬어야 할 대목이었다.

지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퍼거슨 감독이나 팬들은 속으로 1998-1999 시즌 트레블의 영광(리그 우승-FA컵 우승-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조심스럽게 떠올리고 있을지 모른다. 서른다섯의 나이에 아무리 한물간 골잡이라고 하지만 셀틱 FC와 FC 바르셀로나에서 뛰었던 스웨덴 출신의 헨리크 라르손을 헬싱보리 IF에서 빌려온 것만 봐도 눈치를 챌 수 있는 것이다.

박지성은 물론 동료 모두가 이제 해를 넘겨가며 2, 3일 간격으로 이어진 리그 일정에서 한숨을 돌리고 조금 쉴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 토끼를 향해 달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FA컵 경기(vs 애스턴 빌라)가 7일 밤 올드 트래포드에서 이어지기 때문이다.

박지성이 이처럼 트레블 대장정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뜻깊은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공격적 전진 패스나 가로지르기 하나만큼은 자신감 넘치고 정확하게 한다는 인상을 남겼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 2006-200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2일) 경기 결과 / 앞쪽이 홈팀

★ 뉴캐슬 유나이티드 2-2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득점 : 밀너(32분,도움-다이어),에드가(73분,도움-밀너) / 스콜스(39분,도움-긱스),스콜스(46분,도움-호날두)]

2007-01-02 08:46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 2006-200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2일) 경기 결과 / 앞쪽이 홈팀

★ 뉴캐슬 유나이티드 2-2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득점 : 밀너(32분,도움-다이어),에드가(73분,도움-밀너) / 스콜스(39분,도움-긱스),스콜스(46분,도움-호날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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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