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한때 '역풍'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바로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주도해서 성사시켰지만 도리어 그 해 4월 있었던 선거에서 한나라당-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대거 낙선한 것을 일컬어 '탄핵 역풍이 불었다'는 이야기가 나돈 것이었다.

정치 쪽과는 다른 스포츠, 특히 농구와는 공통점이 별로 없지만 '역풍'이라는 단어는 최근 프로농구계에 적용시켜도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바로 스타급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소속팀에 복귀했는데도 별 도움이 안 되거나 도리어 상승세가 꺾인 팀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역풍을 맞고 있는 대표적인 두 팀인 부산 KTF와 서울 삼성이 2006년 마지막 날 부산에서 맞붙었다. 과연 스타급 선수인 송영진(KTF)과 서장훈(삼성)의 명암은 어떻게 갈렸을까? 결과를 놓고 말하면 이날 KTF가 삼성을 80-64로 눌렀다.

모처럼 소속팀에 도움 준 송영진

▲ 활발한 몸 놀림을 보여준 송영진
ⓒ 서민석
"물론 황진원이 나갔지만, 송영진이 들어왔으니 다행이죠."

송영진이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로 차출된 이후 부상에도 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열심히 뛰었던 황진원은 송영진이 아시안게임에서 복귀한 이후 미뤘던 무릎 수술을 감행하면서 송영진과 바턴 터치를 했다.

하지만 분명 이름값이나 능력에 있어서는 황진원에 뒤질 것이 없는 송영진이었지만 생각보다 그의 성적은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12월 19일 인천 전자랜드전부터 동부-KT&G-모비스전에 모두 출장한 송영진은 4경기에서 평균 7점에 2.25리바운드, 3점슛 1개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지난 시즌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공격 방법으로 팀에 새로운 공격옵션으로 거듭난 송영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성적이었다.

특히 상대적으로 수비와 스피드가 좋고 가드형 선수라 상대와의 매치업에서 쏠쏠한 재미를 봤던 황진원과 달리 송영진이 오면서 기존에 잘해왔던 이한권-조성민-김도수-임영훈 등과 송영진이 겹치는 출장 시간을 어떻게 안배하느냐 하는 골치 아픈 숙제가 코칭스테프에게 생긴 셈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난적 삼성과의 맞대결에서 송영진은 모처럼 이름값을 했다. 1쿼터에서는 비록 무득점에 그쳤지만, 2쿼터 들어 깨끗한 3점 플레이 두 개로 6점을 기록하며 팀의 리드를 이끈 것이었다. 특히 아시안게임에서 동료였던 '장신 포워드' 이규섭(9점 3점슛 1개)과의 매치업에서 밀리지 않은 모습을 선보여 자신감도 쌓였다.

높이(198cm)와 더불어 정확한 3점슛까지 겸비한 송영진이 이날 같은 활약만 앞으로 꾸준히 펼친다면 KTF의 행보도 한결 더 가벼워 질 것으로 기대된다. 송영진으로서도 모처럼 마음의 짐을 털어낸 경기였다고 볼 수 있다.

위기 맞은 '국보급 센터' 서장훈

"어, 서장훈이 빠졌네?"

경기 시작 전 나눠주는 선발 출장 명단은 물론이고 출장선수 엔트리에서도 아예 제외된 서장훈을 보고 한 말이었다. 비록 아시안게임에서 복귀한 이후 컨디션 난조를 보이고 고질적인 목 부상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엔트리에서 제외될만한 부상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팀에 복귀한 이후 서장훈 개인 성적은 큰 문제가 없었다. 12월 23일 전주 KCC전부터 팀에 복귀한 서장훈은 오리온스-LG-동부전을 거치면서 4경기에서 15.75 득점에 5.5 리바운드를 기록하면서 그럭저럭 제 몫은 했다.

▲ 벤치에 앉아 경기를 관전하는 서장훈
ⓒ 서민석
하지만, 팀 성적이 문제였다. 서장훈이 복귀한 이후 31일 KTF전 이전까지 삼성은 오리온스전에서 승리를 거둔 것을 제외하곤 1승3패에 그쳤다. 특히 27일 LG전에서는 전반을 38-21로 앞서고도 역전패를 당하더니 30일 동부전에서는 고작 58 득점에 그쳤다.

이러한 팀 부진의 원인이 서장훈에게 몰리면서 그의 입지가 더욱더 좁혀졌다. 서장훈이 아시안게임에 차출되기 직전 펼친 7경기(3승4패)를 포함하면 서장훈이 팀에 합류한 이후 펼친 12경기에서 고작 4승8패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동안 서장훈 없이도 강 혁-이정석-이원수로 이어지는 쓰리가드 시스템을 앞세워 단독 선두까지 위협했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팀 내에서 서장훈의 위치는 위태로움 그 자체였던 셈이다.

'국보급 센터'의 위기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하루 빨리 그의 부활을 기대해본다.

스타 선수 한 두 명보다는 조직력

12월 30일 원주 동부전을 앞둔 삼성 안준호 감독은 "역시 서장훈이 돌아오니 팀에 무게감이 느껴진다. 그(서장훈)가 없을 때 쓰리 가드 시스템을 앞세워 빠른 농구를 했는데, 그러다보니 체력이 많이 소모됐다"는 말로 그의 존재를 높게 평가했다.

추일승 감독도 송영진의 복귀를 앞두고 "송영진이 복귀하면, 또 하나의 옵션이 생긴다고 생각된다. 당장 100%의 컨디션을 발휘하기는 힘들겠지만,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말로 송영진의 복귀를 반겼다.

물론 스타급 선수가 많으면 좋은 성적을 거두기는 더 쉬울 것이다. 하지만 점점 선수들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한 두 명의 스타 선수들에게 의존해서는 좋은 성적을 내기가 쉽지 않다. 특히 올 시즌 조직력을 앞세워 단독 선두를 달리는 울산 모비스는 스타 선수 한 두 명보다는 조직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가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스포홀릭,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01-01 08:45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스포홀릭,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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