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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위를 차지한 독일 선수들의 기념촬영 사진이 실린 대회 홈페이지. |
문지기 입장에서 볼 때 회전이 걸려 날아오는 공과 회전 없이 흔들리는 공은 속도에 상관 없이 대응 수준이 다르다. 독일의 미드필더 슈바인슈타이거와 포르투갈의 미드필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이를 잘 가르쳐 줬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끌고 있는 개최국 독일은 우리 시각으로 9일 오전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고트리브 다이믈러 슈타디온에서 벌어진 2006 독일월드컵 3,4위전에서 포르투갈을 3-1로 물리치고 3위를 차지했다.
히카르두와 칸, 최선을 다한 두 문지기 독일 미드필더 슈바인슈타이거는 56분, 왼쪽에서 가운데로 이동하며 오른발로 강한 중거리슛을 터뜨렸다. 발등에 정확하게 맞은 인스텝슛이었는데 공의 회전이 거의 없이 날아가 포르투갈 골문을 꿰뚫었다. 잉글랜드와 8강 맞대결에서 승부차기를 세 개나 막아내며 순발력을 자랑했던 히카르두였지만 무회전 중거리슛 앞에서는 꼼짝할 수가 없었다. 공의 궤적만 놓고 본다면 당연히 손에 걸릴 것이지만 야구 경기에서 노련한 투수가 던진 포크볼에 헛스윙하는 타자처럼 골을 내주고 말았다. 78분에 이어진 쐐기골도 엇비슷하게 들어간 것처럼 보였지만 그 공은 회전이 오른쪽으로 가해진 것이었다. 물러서는 프티를 앞에 두고 맘 놓고 때린 것이 문지기 히카르두가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프랑스 문지기 바르테즈를 상대로 무회전 직접프리킥을 시도해 준결승 끝무렵의 긴장감을 높였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83분, 프링스의 반칙으로 얻은 프리킥 기회에서 다시 한 번 그 유명한 무회전 직접프리킥을 자랑했다. 하지만 상대는 산전수전 다 겪은 문지기 올리버 칸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비록 옌스 레만의 그늘에 가려 계속 벤치만 지켜왔지만 칸의 실력은 이 한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입증할 수 있었다. 호날두의 발끝을 떠난 공은 회전 없이 날아오는 과정에서 높낮이의 큰 변화를 보였다. 칸은 왼쪽으로 일단 몸을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오른쪽으로 다시 몸을 틀어 손으로 막아내는 순발력을 자랑했다. 경기 끝무렵 교체 멤버 루이스 피구의 기막힌 크로스에 한 골을 내주기는 했지만 칸의 든든함은 독일인들의 자긍심으로 남을 만했다. 국가대표로서 그를 다시 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