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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20세기 폭스 | 사는 것이 때로는 힘이 들 때가 있다. ‘인생 역전’을 꿈꾸며 로또 복권을 손에 쥐고 있을 때에도 신문에 오르내리는 1등 당첨자의 억세게 재주 좋은 운에 대해서 무척이나 배 아파해야만 하는 일들이 여전히 ‘인생 여전’한 내 삶에 무거움을 짐 지울 때가 있다는 것이다.
돈 때문에 부모를 등진 패륜아가 있는가 하면, ‘신용불량자’라는 표찰을 영원히 지울 수 없을 것만 같은 사람들 또한 자신의 삶이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리라는 것을 감히 예상이나 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살아감에 있어서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 때문에, 그러한 일을, 저지르는가'에 대한 예측은 더욱 하기 힘든 인간의 권한 밖에 존재하기 마련이다. 마치 신통력을 가진 이들이 있어 저명한 박수무당처럼 먼 미래를 내다보는, 예언자들이 사는 사회.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앞으로 벌어질 살인사건을 미리 예측해 사전에 방지하는, 그야말로 완벽한 치안을 자랑하는 미래 사회를 그린 영화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크루즈가 손을 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이나 흥분되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묘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작품이다.
이 영화를 단순하게 블록버스터 영화라고만 볼 수 없는 것은, 그 안에 숨겨진 방만한 구조적 시스템과 오류로 뒤엉킨 ‘문제적’ 미래 사회의 단면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 | | | | ⓒ 20세기 폭스 | 2054년 워싱턴. 범죄가 일어나기 전 범죄를 예측해 단죄하는 최첨단 치안 시스템 프리크라임은 시민들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든든한 존재. 프리크라임 팀장인 존 앤더튼(톰 크루즈 분)은 천부적인 감각으로 미래의 범죄자를 추적해내는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가 프리크라임에 열정을 보이는 것은, 6년 전에 잃은 아들에 대한 아픈 기억을 다른 사람들에게 겪게 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한편, 앤더튼은 프리크라임에 대한 시스템의 오류가 없는지를 감사하기 위해 파견된 연방수사국 대니 워트워(콜린 파렐 분)와 사사건건 대치하는 가운데, 프리크라임 시스템은 믿을 수 없는 예언을 하게 된다. 바로 앤더튼이 누군가를 살해한다는 것. 이 믿지 못할 예언을 보게 된 앤더튼은 쫓기는 도망자 신세가 되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직접 사건에 뛰어든다.
이 영화가 그리고 있는 미래 사회는 범죄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곳이다. 살인도 저지르기 전에 잡아들이는 철저한 치안 방법은 타락한 ‘마이너’들을 통제하는 최고의 수단이다. 그것은 다수의 ‘메이저’시민들을 위한 소소한 희생일 따름인저, 감히 누구도 투항해서는 안 된다.
| | | | | ⓒ 20세기 폭스 | 그렇지만, 그렇게 완벽하다고 알고 있던 시스템(프리크라임)이 자신에게 칼을 들어댈 수 있다면? 이 오류에 대한 탐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채, 그동안 거둔 성과만으로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은 사람들을 과연 단죄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들을 관통하는 해답은 다름 아닌 인간의 ‘의지’다. 6년 전, 아들을 잃고 아내마저도 그의 곁을 떠나버린 앤더튼에게 있어서 유일한 낙은 괴로운 기억을 잊게 해주는 마약과 되풀이되는 아들의 모습을 담은 비디오 클립 뿐이다. 그런 그가 해야할 일은 바로 ‘프리크라임’을 앞세운 범죄자들의 발본색원을 통해서 사회 정의 구현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 것이다. 바로 자신이 신봉하던 시스템이 예언하는 범죄자가 존 앤더튼 자신이라는 사실은 그를 크나큰 정신적 공황으로 밀어 넣는다. 명민한 머릿속에 뒤엉키는 기억들이 조각되어 혼미한 상태를 이룰 때, 과연 인간의 ‘의지’는 얼마만큼의 자제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 그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정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도 전해줄 수 있는 ‘감정의 과잉’을 뛰어넘은, 훌륭한 인간의 자제력을 보여준다.
‘메이저’(Major)의 근간은 바로 ‘마이너’(Minor)들이 모여 이루는 것이다. 그것이 ‘메이저’를 위협하는 세력이 된다 하여도 쉽게 단죄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더구나, 인간의 건강한 의지 의 ‘재부팅’은 우리를 둘러싼 온갖 잡음을 종식시키는 힘이다.
범죄의 씨앗부터 자르는 완벽한 치안체제의 정당성을 찬반에 붙이기보다, 뭔가 허전해 보이지만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사는 사회가, 아직은 더 살 만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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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27 16: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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